빅데이터·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규제 혁파를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정책을 바탕으로 일명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강력히 추진됐지만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개정안에 합의했지만 각 상임위원회에서 심사가 늦어지는 탓이다. 21세기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의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AI 기술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국회가 외면하는 사이 가까운 일본을 비롯해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경쟁력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데이터 활용에 개방적인 일본과 비교를 통해 보수적인 국내 데이터 활용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 등을 상·하 편으로 나눠 모색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18일 라인과 야후재팬이 경영 통합을 발표했다. 2020년 10월까지 통합을 완료, 아시아를 아우르는 AI 회사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매년 1조1천억여원 (1천억엔)가량을 인공지능 기술에 투입하고 양사가 보유한 2만명 이상의 임직원들과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밝혔다. 라인과 야후재팬·소프트뱅크까지 통신과 금융·전자상거래·메신저 등 모든 데이터가 집결된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두고 국내 통신사·IT·금융사 등은 업계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네이버의 라인이라곤 하지만, 사실상 '아시아를 아우를 범 아시아 AI 기업의 탄생을 일본에게 빼앗겼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연관해 국내 기업들은 일본처럼 빅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일명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업계선 일본 정부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상관 관계를 고려, 법 정비 손질에 나서 이 같은 결과를 냈다고 분석한다. 법무법인 민후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개인정보법을 2015년 9월 개정, 2017년 5월 시행했다. 이중 빅데이터와 관련된 부분은 제36조 제4항과 제37조다. 개인 정보 취급 사업자 또는 익명 가공 정보 취급 사업자는 익명 가공 정보를 정보 주체 동의없이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익명 가공 정보는 복원이 불가능한 가명처리 정보를 의미한다. 익명 가공 정보지만, 정보 동의없이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보니 데이터 유통 시장(데이터 뱅크)도 생겼다.
일본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 적정성 평가도 올초 마무리됐다. 적정성 평가란 유럽연합(EU) 역내 거주민의 개인정보를 유럽연합의 역외인 제3국으로 이전시키기 위해 제3국의 개인 정보 보호 수준이 GDPR 요구 수준에 부합하는지를 보는 평가다. 일본의 적정성 평가를 완료는 곧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를 해당 국가로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아시아만이 빅데이터를 자산으로 하는 AI회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지난 18일 일본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라인 이데자와 다케시와 대표는 "(경영 통합으로 인한 다양한 사업군의) 중심에는 AI기술이 있다. 현대 시대는 인터넷시대에서 인공지능으로 이행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은 5G로 고속화돼 사물인터넷 시대에 접어든다"면서 "일상 행동의 많은 부분이 데이터로 남으며 이용자 측에서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인터넷과 접하는 시대가 될 텐데, 그런 시대의 기반이 되는 것이 AI 기술"이라며 데이터를 활용한 AI 회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둘의 합병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판도를 뒤흔들 것이다 보긴 어렵지만, 비즈니스는 언제나 타이밍싸움이란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며 "AI 기술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정부 부처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데이터 3법을 데이터 경제 활성화의 기반을 닦아줄 법으로 보고 개정안 통과에 힘을 쏟고 있다. 데이터 3법 중 개인정보보호법과 금융정보(개인 신용정보)를 다루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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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요구하는 것은 개인 정보를 '가명 처리'하고 가명 처리한 정보를 개인 주체 동의없이 상업적이나 연구 및 통계, 기록 보존 이유에 따라 이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주 골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에는 데이터를 이종 산업 간 결합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은행에서 빅데이터를 다루는 관계자는 "아직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고, 가명처리의 기준을 정확하게 규정하긴 어렵지만 익명정보로 다룰 때보다 가명 처리한 개인정보가 빅데이터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상업화 규정은 데이터 유통시장의 활성화를 이종산업 간 데이터 결합은 데이터 가치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