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한지주의 '조용한' 회추위

투명한 공개로 금융기관 신뢰성 확보해야

기자수첩입력 :2019/11/28 11:31

신한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을 뽑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리딩 금융지주'란 이름과 달리 조용히 진행 중이다. 회추위가 언제 시작됐는지, 언제 끝나는지, 후보군으로 누가 선정됐는지에 대해 어떤 내용도 밝히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짐작해 보면 현재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이 은행 채용비리와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고, 임기를 채 완료하지 못한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의 거취에 대한 내외부 관심이 크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조용병 회장의 연임이 유력했지만 두 변수는 이제 조 회장이 신한지주의 가장 적합하고, 알맞은 인물인지에 대해 반문하게 만들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한지주는 전 한동우 회장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 회추위의 내역과 후보군을 공개하도록 유도해왔다. 회추위 일정을 사전 예고하진 않더라도, 시작됐다는 것과 어떤 전·현직 임원들이 후보리스트에 포함됐는지 알렸다. 투명하게 공개해 불거질 수 있는 루머와 잡음을 없애고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란 점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번 회추위는 지나치게 폐쇄적인 측면이 있다. 회추위 측은 "특정 날짜를 밝힐 순 없지면 진행 중인 사실은 맞고,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답변만 거듭 중이다. 기준과 절차가 있을지언정 변수가 없을 땐 공개, 있을 땐 비공개로 지주 회장을 선출하는 것만이 답이었을까란 의문이 든다.

일각에선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조용병 회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언론사를 만나고 다녀, 어쩔 수 없었다는 소문도 나돈다. 이는 결국 회추위가 특정 후보를 배제하기 위해, 혹은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조용히 치뤄지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투명하지 못한 수장의 선출은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켜왔다. 2014년 'KB사태'가 대표적이다. 사건의 표면적인 이유는 전산시스템 교체로 인한 지주회장과 은행장의 내분이었지만, 결국 투명하지 못한 지주 회장의 선출과 사외이사의 유명무실화 등이 근본적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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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과 시가총액 규모로 '큰 형님' 격인 신한지주의 회추위의 투명성은 다른 금융지주사의 회장 선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지주는 사기업이지만, 그 바탕은 고객과 기업의 돈이 있다는 점에서 금융기관이기도 하다. 자칫 잘못하면 국가 경제를 마비시키는 '금융리스크'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금융지주 회장 선출은 남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재 일부 내부 직원들도 회추위의 비공개 진행에, 신한지주의 앞날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반문하는 분위기다.

신한지주는 올 3분기 2018년 그룹 창립이래 최대 실적인 3조1천567억원을 달성하며 리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경영 실적에 대한 조용병 회장의 평가도 정당히 이뤄져야 하지만, 외부적 변수에 대한 회사 이사진들의 의견도 치우침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