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강자가 바꾸는 것 같지만 사실 약자가 바꾼다. 강자는 자기가 가진 것을 지키려고 하지만 약자들은 무엇이 문제인지가 보인다.”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는 26일 서울 서초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열린 ‘산업을 이롭게 만드는 여성들’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담에는 문효은 아트벤처스 대표(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 김민경 사라스핏 대표, 홍상지 중앙일보 기자(시사 팟캐스트 '듣똑라' 운영)가 참여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대담 참석자들은 그동안 남성 중심 사회가 정한 한계에 가로막혀 여성은 승진이나 다양한 업종으로의 진출에 제한을 받아왔다며, ‘여성이기 때문에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3.6%에 불과할 정도로 성비 불균형이 극심하다.
째깍악어는 바쁜 엄마들을 위해 보육교사를 찾아주는 모바일 앱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서비스로 평가 받는다. O2O(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비즈니스) 서비스의 일종이다. 워킹맘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아이 걱정을 덜고 업무에 매진할 수 있다.
김민경 대표는 “내가 좀 더 어렸을 때부터 (여성도) 도전하는 것이 쉬운 문화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여성들이 좀더 진취적으로 사회에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사라스핏은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찍어져 나온 속옷이 아닌 소비자 개별 체형에 맞는 여성 속옷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온오프라인 전문가 상담을 통해 맞춤형 속옷을 제작해준다.
홍상지 기자는 “어릴 때 나는 어떤 회사의 대표가 될 수 있다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TV나 신문에서 본 대표들은 다 남성들이었기 때문”이라면서 “기자로 일하면서도 이 업계에서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듣똑라는 사회적 약자의 시선에 초점을 맞춰 누가 듣기에도 불편하지 않는 팟캐스트를 지향한다. 홍 기자 등 중앙일보 기자 3인이 본업 외 시간을 쪼개 운영해오다, 현재는 중앙일보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듣똑라 홈페이지나 다양한 팟캐스트 플랫폼에서 청취할 수 있다.
그는 “헤이조이스나 빌라선샤인 같은 여성 커뮤니티들이 그전엔 너무 없었기도 하다”며 “지난 7월에 북클럽 형식의 모임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다양한 분야에서 온 여성들을 만나 느슨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 기회를 높이기 위해 유치원 교사의 남녀 성비부터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여성이 육아 걱정 없이 직장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배우자와 육아 부담을 동등하게 져야 하는데, 아이들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유치원에서부터 교사 남녀 성비가 맞아야 '육아는 남녀 공동의 일'이라는 인식이 제대로 잡힌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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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대표는 “유치원 교사 중 남성을 본 적이 있나? 법으로 한 회사에서 여성의 일자리를 몇 프로씩 보장하듯 특히 보육현장에서 남성 교사가 과반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아이를 돌보는 일이 엄마, 아빠 모두에게 당연하다고 인식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보육교사를 찾는 사람이 같은 육아를 하는 엄마들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들은 교사에게 돈을 조금 주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며 “육아는 분명 전문적인 영역이며, 육아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