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 스타트업 하이메디는 어떻게 오일머니 가져올까

서돈교 대표 “맞춤형 서비스·AI 기술 덕...4년 후 매출 1천억”

일반입력 :2019/11/26 14:05    수정: 2019/11/26 16:58

다양한 지역과 산업 분야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중동 고객’ 대상으로 ‘의료관광’ 사업을 한다는 건 낯선 일이다.

타깃 고객도 쉽지 않아 보이고, 사업 분야도 국내 규제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 시장에 뛰어들어 올해 60억원 매출에 ‘J커브’ 성장 곡선을 그리는 스타트업이 있다. 중동 의료관광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메디가 그 주인공이다. 하이메디는 국내에 치료 목적으로 온 중증환자를 비롯해,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뷰티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관광도 즐기려는 중동 환자들을 병원과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에게 알맞은 병원, 의사, 숙박, 차량, 관광지 등을 연결시켜준다.

지디넷코리아는 서돈교 하이메디 공동대표를 만나 대중들에게 아직 생소할 수 있는 외국인 대상 의료관광 사업과, 중동 고객을 이용 대상으로 잡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하이메디의 경쟁력과 비전을 들어봤다.

■ 우리나라 찾는 의료관광객 매년 36% 성장...돈 되는 중동환자에 집중

서돈교 하이메디 공동대표

서돈교 대표에 따르면 하이메디는 2011년부터 중동 의료관광객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의료관광 활성화 법제 정비 이후 우리나라를 찾는 의료관광객들이 매년 36%씩 성장했고, 오일머니로 재력을 갖춘 중동 지역 환자들도 한국을 찾기 시작했다. 기존에 의료 관광 시장이 활성화된 국가는 미국을 비롯해 독일과 같은 유럽 시장이다. 그 뒤를 태국이 큰 시장을 형성했는데, 우리 정부가 보건산업을 수출하기로 전략을 세운 뒤부터 한국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다. 올해 우리나라가 이렇게 벌어들일 의료비는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이메디가 중동 지역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관광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고, 이들이 한국에 들어와 쓰고 가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나 일본인의 경우 우리나라가 익숙하기 때문에 세세한 도움이 필요 없지만, 종교와 문화가 다른 중동 사람들은 하이메디와 같은 편리한 컨시어지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더욱 유용하다.

국내 외국인 환자 진료비 추이(제공=하이메디)

서돈교 대표는 “중동 시장은 중국이나 일본 보다 진입장벽이 높아 기존의 의료관광 브로커들이 뛰어들기 어렵고, 한 환자당 매출이나 수익성에서 훨씬 좋다”면서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도 있지만, 현재는 스케일업이 가능한 중동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의료관광 산업은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우리나라는 미국, 독일, 태국 시장을 뺏어오면서 성장하고 있다”며 “미국과 독일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의료 기술은 이 나라들과 근접해 있기 때문에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중동 환자들이 한국으로 발길을 옮기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 “왕족도 2~3달에 한 번씩 한국 찾아...안전해서”

하이메디의 주 고객이 중동 사람이다 보니 왕족들도 자주 상대한다. 지난 6월에는 한 중동 국가 왕의 친형이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국내 한 대학병원을 이용하기도 했다. 광화문에 위치한 대형 호텔을 통으로 빌리고 방탄 차량에 경호원의 삼엄한 경호를 받았다.

하이메디는 권력의 중심에 있는 고객이 편하게 한국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숙박, 통역, 병원 추천, 한국 기념품 구매 등을 도왔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굿즈와 수중 생물까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구해다 줬다.

두바이 자료 사진(제공=픽사베이)

서돈교 대표는 “병원과 체류 경험이 다시 한국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왕족은 2~3달에 한 번씩 오는데 하이메디의 컨시어지 서비스가 체류 경험을 좋게 만들어 이들의 재방문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또 “서열이 높은 왕족들이 한국을 더 많이 찾는 이유는 이들은 비용과 상관없이 안전한 곳을 찾기 때문”이라면서 “IS 테러가 유럽 등 각지에서 발생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우리나라를 더 선호하고, 유색 인종에 대한 거부감이 더 적은 이유도 이들이 한국을 더 찾는 이유”라고 첨언했다.

■ “내년초 온라인 플랫폼 출시해 환자 더 끌어올 것”

사우디아라비아 인플루언서 아씰오므란(좌), 로자인오므란(우)이 하이메디 차량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서 대표에 따르면 하이메디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60억원이다. 내년에는 동남아와 러시아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인데, 이르면 내년 1분기에는 온라인 플랫폼도 오픈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와츠앱을 통해 이용고객과 소통하면서 견적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을 고객 응대와 마케팅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등에서 플랫폼 사업 경력을 쌓은 서돈교 대표가 이정주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직에 오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기존과 같은 병원 영업을, 서 대표는 다른 나라로 가려는 환자들을 국내로 끌어오는 역할에 집중한다.

서돈교 대표는 “기존에는 병원 영업을 통해 우리나라를 찾은 중동 환자들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내년부터는 최적의 의사와 병원을 추천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을 출시해 중동에서 다른 나라로 가려는 환자들을 본격적으로 데려올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100억원, 2023년에는 1천억원이 매출 목표”라고 말했다.

■ “아랍어 가능 직원, AI 기술 경쟁력...추후 원격진료까지”

원격진료 자료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하이메디가 내세우는 강점은 아랍어를 할 줄 아는 다수의 직원들을 통해 한국을 찾은 중동 환자들에게 비서처럼 편리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환자들의 상태에 따라 알맞은 병원과 의사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8년 간 쌓인 실제 고객 데이터를 컴퓨터가 계속 학습하면서 똑똑해진다는 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나아가 국내에서는 규제상 어려운 영상 판독, 의료진과의 화상채팅, 유전자 검사와 같은 원격진료 서비스도 외부 전문 회사와 협력을 준비 중이다. 현지에 유전자 검사 키트를 보내주면 이를 받아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을 분석해주고 건강을 돕는 음식을 추천하는 서비스 등을 통해 더 많은 외국 환자들이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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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메디는 더 많은 병원 환자 유치를 위해 현지 마케팅 전략도 더욱 활발히 펼칠 예정이다. 중동에서 파격적인 영상으로 유명해진 여성 유튜버를 이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추진 중이다. 중동의 경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활발히 이용하고, 여성 인권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런 흐름에 맞는 마케팅을 펼쳐 한국 의료관광 시장에 대한 차별성과 경쟁력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서돈교 대표는 “하이메디는 병원, 호텔 수수료와 차량 예약을 통한 매출과 의료 통역비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병원 환지를 늘리는 게 최우선 목표고, 지난해 투자를 받은 이후 온라인 플랫폼 개발 등으로 많은 투자비용으로 적자를 보고 있지만 내후년 부터는 흑자를 목표로 온라인 플랫폼 출시와 마케팅 등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