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오픈소스그룹 박수홍 프로 "오픈소스가 회사 존폐 좌우"

'동북아 공개SW 포럼'서 강연..."외부와 협력 확대"

컴퓨팅입력 :2019/11/24 12:32    수정: 2019/12/04 09:51

"오픈소스는 빠른 기술혁신과 표준기술 선점을 가능하게 해 신기술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코드가 공개 돼 있으니 잘 갖다 쓰면 되지 할게 아닙니다. 회사 존폐로 연결되는 아주 중요한 기술입니다."

삼성전자 오픈소스그룹 박수용 프로는 21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동북아 공개SW 활성화 포럼'에서 "삼성전자가 오픈소스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건 그만큼 오픈소스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공개SW라고도 불리는 오픈소스는 저작권자가 원시코드를 공개한 것으로, 저작권자가 허락한 라이선스에 따라 복제, 수정, 재배포가 가능한 소프트웨어다.

■오픈소스가 되려면 차별 금지 등 10가 규정 준수해야

박 프로에 따르면 오픈소스는 10가지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자유로운 재유통(Free Redistribution) ▲소스코드 ▲파생 작업(Derived Works) ▲저작자의 소스코드 진실성(Integrity of The Author's Source Code) ▲개인이나 그룹에 차별 금지(No Discrimination Against Persons or Groups) ▲필드 공헌 차별 금지(No Discrimination Against Fields of Endeavor) ▲라이선스 유통(Distribution of License) ▲한 제품에 특화한 라이선스가 아닐 것(License Must Not Be Specific to a Product) ▲라이선스가 다른 소프트웨어를 제약하지 않을 것(License Must Not Restrict Other Software) ▲라이선스가 기술 중립적일 것(License Must Be Technology-Neutral) 등이다.

박 프로는 "코드가 오픈돼 있다고 해서 다 오픈소스가 아니다"며 "10가지 원칙 중 5번과 6번의 차별 금지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픈소스 시작을 1991년으로 봤다. 토발즈가 리눅스를 개발한 연도다. "내가 91년도에 대학을 갔다. 당시 유럽의 어느 대학생이 커널을 혼자 개발하다 힘이 들어 "이걸, 이렇게 좋은 걸, 왜 나 혼자 하고 있지"하고 시작한게 리눅스 커널"이라며 "이제 안드로이드도, 타이젠도 리눅스 커널을 사용하고 있다. 리눅스가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1991년 시작한 리눅스는 꾸준히 가파른 속도로 성장, IBM이 2000년에 리눅스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리눅스는 2010년 클라우드가 등장하면서 발전 전환기를 맞았다. 바로 오픈스택(OpenStack) 등장이다.

박수홍 삼성전자 오픈소스 그룹장

박 프로는 "리눅스는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아름다운 생각으로, 학생이 시작했다. 반면 오픈스택은 돈을 벌려는, 순수하지 않은 회사들이 시작했다. 순수하지 않다고 오픈스택이 오픈소스가 아닌가? 그렇지 않다. 두개다 오픈소스"라며 "순수한 오픈소스(리눅스)보다 산업 중심인 오픈소스(오픈스택)을 더 많이 한다. 왜?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픈소스는 더 이상 순수하지 않다. 또 막 갖다 쓰면 큰 일이 난다. 오픈소스에도 전략이 숨어 있다. 이게 나쁜 거냐? 그렇지 않다. 단순히 공유하고 기여하는 것보다 산업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그래서 더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픈소스는 무료가 아니다. 잘 쓰려면 돈이 든다"며 오픈소스로 돈을 버는 방법 5가지를 소개했다. 지원 계약을 맺고(Support Contracts), 가치를 높여주는 일을 하고(Value-Added Enhancements), 다큐멘테이션과 바이너리를 팔고(Sell documentation and Binaries), 전문가로서 컨설팅을 하는 것(Sell Your Expertise as a Consultant)이다.

박 프로는 삼성전자 등 기업이 왜 오픈소스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유는 명확하다. 코드가 너무 좋다. 수만명 개발자가 만드는 것보다 그냥 오픈돼 있는 거 갖다 쓰는게 낫다. 발전 속도도 오픈소스를 따라 가지 못한다. 상호 호환성도 오픈소스가 훨씬 낫다.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기업 내부에서 최소 1년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픈소스를 잘하는 사람을 채용하면 다음날부터 일을 할 수 있다. 기본 기술은 소스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오픈소스를 잘하는 사람은, 커뮤니티에서 인정 받은 사람이고, 어딜 가든 100% 잘한다"면서 "삼성전자는 세계 개발자들과 소통하고, 이들이 삼성전자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MS가 친 리눅스로 돌아선 건 비즈니스가 변했기 때문"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인 나델라는 "리눅스를 사랑한다"며 친 리눅스 행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델라보다 앞서 MS를 지휘한 스티브 발머 전 CEO는 리눅스를 "암적 존재"라며 반 리눅스 정책을 폈다. 박 프로는 이 같은 MS 변화에 대해 "비즈니스가 변했기 때문"이라며 "예전에 MS가 윈도로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클라우드로 번다. 클라우드로 돈을 버는 입장에서는 어떤 OS 든 상관이 없다. 기기만 (클라우드에) 붙으면 된다. 그래서 MS가 리눅스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화웨이에 대해서는 "배울게 많다"면서 "삼성전자도 화웨이처럼 오픈소스로 성공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보였다.

현재 세계 최대 오픈소스 행사는 매년 6월 미국에서 열리는 '오스콘(OSCON, Open Source Conference)'이다. 올해도 6회 행사가 열렸다. 삼성전자도 '오스콘'과 비슷한 '소스콘(SOSCON)'을 개최한다. 5천명 정도 개발자가 모이는 '오스콘'은 삼성전자, 구글, 아마존 등 세계 IT기업들의 구직 장소이기도 하다.

박 프로는 "오스콘 게시판에 쪽지 하나만 붙이면 구인 광고가 끝이 난다. 국적도, 나이도, 학벌도, 성별도 묻지 않는다. 주소만 쓰면 된다. 실력은 오픈소스 사이트 가보면 다 안다. 우리도 여기서 2명을 채용했고, 두달에 한번 꼴로 업무를 점검한다. 하지만 얼굴을 본 적이 한번도 없다"며 오픈소스계에서 일어나는 구인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발자 입장에서 구글, 링크드인, 트위터, 인텔이 인기가 높고 삼성전자는 5순위 정도다. 이걸 1순위로 끌어올리는게 내 역할"이라며 "세계적으로 구글이 좋은 개발자를 다 데려가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한국IT는 미래가 없다"고 우려했다.

박 프로는 삼성전자의 오픈소스 활동도 공개했다. 타이젠이라는 OS 겸 플랫폼으로 시작한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5G, 로봇 등으로 타이젠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닷넷과도 협력을 하고 있다.

박 프로는 삼성이 공개(Openness), 협업(Collaboration), 개발 문화(Development Culture) 등 3가지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오픈소스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공식 웹 사이트 운영과 깃허브에 코드를 계속 올리고 있으며 국내 커뮤니티와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소스콘에서 오픈소스 로봇 카페인 '오로카'와 '케라스' '데이터야 놀자' 같은 오픈소스 관련 3개 커뮤니티를 초청하기도 했다.

"통신사들도 오픈소스에 적극적...서비스 자체적으로 만들어"

삼성전자의 오픈소스 협력 활동과 관련, 박 프로는 "32곳의 글로벌 5G 리딩 기업에 보드 멤버로 들어가 있을 뿐 아니라 ONAP(Open Network Automation Platform), OPNFV(Open Platform for NFV) 등 8개 오픈 프로젝트과 네트워킹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9년 ONAP 코드 기여 순위'에서 화웨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박 프로는 "전세계적으로 보면 화웨이가 우리보다 낫지만 올해 ONAP 코드 기여에서는 우리가 화웨이를 앞섰다"고 설명했다. 1위는 AT&T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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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프로는 "이제 통신사들도 오픈소스를 적극적으로 한다. 왜? 우리 같은 벤더들을 리드하기 위해서"라며 "통신사에 뒤지지 않으려면 우리도 더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본사와 해외 연구소 합치면 개발자가 수십만명이나 된다. 박 프로는 "내부적으로 오픈소스 활동을 더 잘하고 장려하기 위해 '이너 소스 프로그램(Inner Source Program)'을 만들었다. 외부 나가는 거 걱정하지 말고 안에서 먼저 잘하자는 차원에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