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언제부터 오픈소스(공개SW)를 썼냐고요? 네이버 창립 멤버는 아니지만 아마 네이버 설립때부터 썼을 겁니다. 오픈소스를 사용하지 않고는 서비스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네이버 설립이 올해 20년이니, 네이버가 20년전부터 오픈소스를 썼다고 봐야 겠네요(웃음). 네이버 대표 서비스인 검색은 물론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에 오픈소스가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14일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본사에서 만난 김성관 네이버 책임리더(이사)는 "오픈소스를 잘 활용하기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중"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책임리더는 네이버의 플랫폼 개발을 리딩하고 있다. 20년차 개발자로 2007년 네이버에 과장으로 들어와 책임리더까지 됐다. "개발자 초창기때는 멋모르고 개발했고, 그럼에도 재미있었습니다. 지금은 내가 만든 SW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또 더 좋은 세상과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아직 행복한 개발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김 책임리더는 신도림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오픈테크넷서밋 2019' 컨퍼런스에서 네이버의 클라우드 네이티브(Native) 전략을 소개하며 "오픈소스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커미터(커뮤니티 공동 개발자)를 양성하고 있고 이들이 있고 없는냐에 따라 정말 다르다"며 오픈소스를 강조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기술이다. '컨테이너'라 불리는 경량화 가상화 기술이 자리 잡으면서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하는 것이 호응을 받고 있다. 네이버 역시 클라우드 네이티브 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책임리더 명함에는 영어 단어 3개가 새겨져 있다. 핀포인트(Pinpoint), 빌보드.제이에스(billboard.js), 이지.제이에스(eg.js) 등이다. 모두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오픈소스로, 오픈소스 성지라 불리는 깃허브에 올라가 있다. 특히 이중 APM(애플리케이션 성능 관리) 오픈소스인 '핀포인트'는 사용 빈도가 세계 톱 수준이다.
중국 톱10 IT기업 대부분이 사용한다. 오픈성지 종주국인 미국의 여러 IT기업도 사용한다. 국내서도 대기업과 금융권에서 사용한다. 2012년에 개발을 시작해 2015년 1월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김 책임리더는 "북한과 북유럽 일부와 아프리카 일부를 제외하고 세계 곳곳에서 핀포인트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핀포인트'가 네이버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 오픈소스로 성장한 것이다. "네이버 규모에 맞는, 네이버 트래픽을 처리할 만한 APM이 없어 우리가 직접 개발한게 핀포인트"라며 "개발해보니 서비스 운영에도 좋지만 다른 엔지니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고 김 책임리더는 설명했다.
'핀포인트'는 깃허브에서 개발자 신뢰를 보여주는 스타(별)를 9400개 정도 받았다. 스타가 1만개 정도면 개발자들이 신뢰하는 영향력 있는 소프트웨어로 볼 수 있다.
네이버가 개발한 또 다른 오픈소스인 'billboard.js'는 웹페이지를 보여주는 차트 라이브러리다. 자바스크립트 기반으로 쉽게 '차트'를 구현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다. 네이버에서 사용하는 차트를 매번 만들다 보니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들어 아예 2017년에 개발했다. 역시 깃허브에 올라가 있다.
'eg.js'는 프런트엔드 서비스 개발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라이브러리다. 자바스크립트 기반으로 다양한 웹 애플리케이션 환경을 구현하는데 도움을 주는 툴이다. 2016년에 개발해 깃허브에 올렸다.
네이버는 현재까지 깃허브에 151개 오픈소스를 올렸다. 김 책임리더는 "우리가 사용해 보고 개발자들에 유용한, 살아있는 프로젝트만 깃허브에 올린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총 몇 종의 오픈소스를 개발했을까. 이에 대해 김 책임리더는 "정확히 세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너무 많다"면서 "쓸수 있는 건 다 쓴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오픈소스라고 다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라이선스 문제가 없는지 검증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쓸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픈소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만들기 어렵다고 설명한 그는 "네이버가 빠르게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도 오픈소스가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고, 오픈소스가 없으면 개발이 훨씬 어려울 것"이라면서 "좋은 오픈소스는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활용한다. 그리고 개선점이 있으면 개선해 기여(컨트리뷰션)한다"고 밝혔다.
수천명에 달하는 네이버의 모든 개발자가 다 오픈소스를 사용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한 그는 "오픈소스 기여를 장려하기 위해 밋업을 정기적으로 사내에서 여는 등 오픈소스 엔지니어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책임리더는 네이버가 오픈소스를 굉장히 중시한다면서 "과거에도, 또 지금도 오픈소스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것에도 큰 관심을 갖고 투자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아무 오픈소스나 막 공개하지 않는다. 우리가 잘 쓰는 걸 오픈한다"면서 "네이버가 잘 쓰는 거라면 다른 개발자들도 유의미하게 쓸 것이라는, 이런 원칙을 갖고 오픈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주특기인 '검색'에도 오픈소스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김 책임리더는 "오픈소스가 없었다면 검색 개발 시간이 더 길어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대세는 오픈소스로 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패키지 SW기업 대부분은 자사 개발자의 오픈소스 활동을 마뜩잖아 한다. '딴 짓'을 한다고 여긴다. 그는 이런 풍조가 "안타깝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오픈소스가 없으면 좋은 패키지나 서비스를 만들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상용SW와 오픈소스가 대치 개념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서로 경쟁하며 보완, 발전할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또 그는 공개SW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페이버'가 더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공개SW 활성화에 적극적인 기업에 상생 점수를 더 주는 등의 '당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픈소스 강국 방안에 대해 김 책임리더는 "기업체 인식이 변해야 한다. 정부 예산도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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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공개SW 활용 및 확산을 위해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 공개SW역량프라자를 설치, 운영하는 등 여러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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