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꽃을 든 콜롬비아 男…"꽃이 절 선택했어요"

꾸까, 콜롬비아 꽃꽂이 수업 가보니

중기/벤처입력 :2019/11/19 10:08    수정: 2019/11/19 14:30

“제가 꽃을 선택한 게 아니라, 꽃이 절 선택했어요.”

콜롬비아의 유명 플로리스트가 된 다비드 바스케스 씨는 꽃과의 운명 같은 만남을 이렇게 표현했다. 플로리스트란 직업을 선택한 이유가 꽃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란다.

꽂 정기 구독 스타트업 꾸까는 지난 15일부터 이틀 간 사전에 선발한 수강생 대상으로 이태원 지점에서 꽃꽂이 수업을 진행했다. 특별 플로리스트로 콜롬비아의 다비드 바스케스 씨가 초청됐다. 이번 행사는 꾸까와 콜롬비아 대사관이 협력해 개최한 콜롬비아 플라워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렸다.

다비드 바스케스 씨와 수강생, 플로리스트들이 꽃다발을 완성한 후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다비드 씨는 최근 국제 화훼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콜롬비아에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이벤트에 쓰이는 꽃 디자인을 총괄할 정도로 실력을 갖춘 플로리스트다.

다비드 씨는 콜롬비아 꽃을 알리는 홍보대사기도 하다. 그가 꾸까를 찾은 이유다. 콜롬비아는 꽃과 커피가 유명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꽃을 생산하는 국가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등 전 세계에 수출해 많은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콜롬비아 플로리스트 다비드 바스케스 씨. 지난 14일 서울 이태원동 꾸까 카페에서 꽃다발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기자가 참석한 수업은 다비드 씨의 두 번의 강의 중 첫 자리로, 수강생은 5명이었다. 꾸까 측 플로리스트들도 꽃다발 만들기를 도왔다.

이날 수업의 주제는 장미, 카네이션, 수국, 케베라 등이 메인인 꽃다발 만들기였다. 모두 콜롬비아에서 온 꽃들로만 구성됐다.

빠른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다비드 옆에서 프로콜롬비아 측에서 파견된 통역사가 그의 말을 바로 통역해줘 강의를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프로콜롬비아는 한국의 코트라(무역진흥공사)와 같은 곳으로, 콜롬비아의 꽃과 커피 등을 알리고 있다.

그는 콜롬비아 꽃 대사답게 자신의 소개보다 콜롬비아 꽃에 대한 자랑부터 늘어놨다.

다비드 씨는 “콜롬비아는 과거 가난한 나라 3위 안에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여러분과 같은 해외 소비자들 덕분에 콜롬비아 꽃이 각광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이 꽃들로 인해 우리가 지금 만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수국에 게베라를 꽂아 꽃다발에 포인트를 주고 있다.

또 그는 “나는 9살 때부터 꽃을 다뤄왔다”면서 “식물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신과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콜롬비아에서 온 남성 플로리스트가 꽃을 다루는 자신을 섬세한 언어로 신비롭게 표현하자, 수강생들은 감탄을 자아냈다.

이후 꽃 종류별로 하나씩 소개한 뒤 꽃을 손에 쥐고 다발을 만들어나갔다. 메인 꽃 외에 아스트로멜리아, 공작초 등을 보충용 꽃으로 사용했다.

그는 느닷없이 장미를 손으로 움켜쥐고 후후 불어댔다. 장미 대를 손 가운데 끼고 휘휘 돌리기도 했다. 미처 못다 핀 장미를 피우는 방법이었다. 콜롬비아 꽃은 사나흘에 걸쳐 본토에서 한국으로 들여오는데, 이 때에 맞춰 꽃봉오리가 터질 수 있도록 아직 활짝 피지 않은 꽃을 보낸다.

꽃다발을 완성한 모습.

꽃 소개는 오래 걸렸지만, 꽃다발을 만드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는 손수 콜롬비아에서 챙겨온 꽃 포장지를 꺼내면서도 이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는 유머 감각을 발휘했다.

다비드 씨는 “이 포장지는 저와 함께 케리어에서 30시간을 여행한 종이다”면서 “나를 보낸 콜롬비아 한 꽃 협회 관계자는 ‘캐리어에 옷 싸기 전에 꽃 포장지부터 먼저 싸라’고 귀뜸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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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의를 지켜본 박춘화 꾸까 대표는 기자와 따로 만나 “좋은 기회로 콜롬비아 대사관과 협력해 첫 플라워 페스티벌을 열 수 있었다”며 “최근 콜롬비아 현지 농장주들과 논의 끝에 앞으로 그곳의 꽃들을 직접 들여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콜롬비아 꽃 농장은 그 규모를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큰 곳들이라, 내가 알고 있는 농장만 해도 250헥타르(250만제곱미터)”라면서 “콜롬비아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꽃 회사에 취직하는 사람들이 많고, 꽃 농장 안에 학교도 있고 무상교육이 제공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