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의 Newtro] 한국의 5G 산업이 사는 길

데스크 칼럼입력 :2019/10/31 10:43

“매출은 늘었는데 수익은 별로네.” 올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이동통신 3사의 경영성과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크게 감소했다. 고가요금제 위주의 5G 가입자가 350만명을 넘어서면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은 늘었지만 설비투자와 마케팅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데이터 사용량과 속도에 민감한 이용자들이 5G로 속속 전환되고 있어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동안 대도시 위주로 NSA(Non Standalone) 방식의 5G 커버리지를 확대해 왔지만 전국망 구축을 위해선 앞으로 투자해야 할 금액이 적지 않다. 효율이 낮은 5G 주파수 특성상 건물 내에서 안정적인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LTE에 비해 몇 배의 인빌딩 중계기도 설치해야 한다. LTE와 함께 제공하는 5G를 SA(Standalone) 방식으로도 전환한다면 5G 기지국도 더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당분간 설비투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이 이처럼 5G에 대한 대규모 초기 투자비용을 감내하는 것은 5G가 고가요금제 위주로 구성돼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ARPU 확대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초저지연, 초고속, 초연결 등의 특성을 갖고 있는 5G가 새로운 비즈니스와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한 몫 한다.

하지만 벌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로부터 고가요금제 위주의 5G 서비스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5G 이용자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제공량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5G에도 중저가요금제를 만들라는 것이다. 매번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통상 정치권에서 선거 공약으로 통신요금 인하를 내세웠던 점을 감안하면 내년 5월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5G 가입자를 끌어 모으기 위한 마케팅 비용 역시 이통사들이 당장 줄이기 어려운 구조다. 현재 5G에 가입하는 이용자들은 5G 서비스의 필요성보다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마케팅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LTE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 용량을 제공하는데다 100만원에 달하는 단말을 공시지원금과 장려금 등으로 사실상 ‘공짜폰’으로 구매가 가능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5G에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없는 이상 이통사들의 이 같은 5G 마케팅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통사들이 제대로 된 5G 서비스를 기반으로 수익향상을 꾀하기 위해서는 투자비용을 효율화하고, 5G 킬러 앱을 발굴해 이용자들이 5G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단말을 공짜로 줄 테니 비싼 5G 요금제를 쓰라’는 과거 방식으로는 한 동안 실적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이통사들이 성능과 가성비 측면에서 우수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기반으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측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국내 이통사들이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 것은 백도어 등 보안 측면보다는 우방인 미국과 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이유가 크다.

지난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도 최기영 장관은 “뚜렷한 보안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장기적으로 운영 전 과정에서 살펴볼 것이고 5G 보안협의체를 통해 보안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멍샤오윈 지사장은 “기업으로서 백도어 설치는 자살행위”라면서 “한국 정부를 포함해 전 세계 어느 정부와도 백도어를 설치하지 않겠다는 비백도어 협약에 서명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유럽 등 전 세계 170여개 국가에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고 5G 장비는 20여개 사업자, 올 연말까지 60여개 사업자에게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네트워크의 특성상 단지 한국만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다고 보안 문제를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국경 없는 인터넷에서는 해외망과 연동을 해야 하고 심지어 일반 이용자도 해외에서는 화웨이 장비에 연동된 음성과 데이터 로밍을 이용한다.

특히 화웨이 제재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회의론이 일고 있다. 미치 멕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내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중국을 상대하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없다”며 “화웨이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우리의 상업적 이윤과 이러한 이슈에 대해서는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지난달 미 반도체산업협회는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에게 “화웨이는 미 반도체 산업의 세계 3대 구매자”라면서 “국가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조건 하에 화웨이에 대한 제품 판매 허가를 내줄 것을 요구한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실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강자인 마이크론은 올 4분기(6~8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48억7천만 달러, 6억5천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2%, 85% 급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화웨이 제재가 마이크론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신용평가기관인 S&P는 마이크론과 같은 부품 공급 업체에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들 기업의 성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와 동떨어진 이슈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반도체를 구입하는 최대 구매처 중 하나가 화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소재 부품 수출액은 3천162억 달러, 이 중 약 32%인 1천11억 달러가 중국이다. 여기서 화웨이가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으로부터 구매한 금액이 106억 달러로 약 10%를 차지한다.

즉, 국경 없는 글로벌 산업 시대에 특정 국가와 기업을 배제하는 것이 단기적 이익이 부합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더욱이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에서는 정치적 이슈와 산업정책을 연관시켜서는 득 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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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는 장비 업체 간 가격경쟁을 유발시켜 최소 비용으로 최단 시간 내에 5G망을 구축해야 하는 통신사 입자에서도, 질 좋은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우리는 10년 전 국내 제조사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KT가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들여와 치열한 경쟁을 불러일으켜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 사업자로 올라선 것을 지켜봤다. 최근에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오히려 부메랑이 돼 일본 제조업계가 고립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배제보다는 경쟁이 산업계나 소비자에게 득이란 것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