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러닝 기반 ‘레벨 2.5 ADAS’ 시대 개막...OTA 구축이 과제

현대기아차 SCC-ML 도입으로 업체간 경쟁 치열 양상

카테크입력 :2019/10/21 11:43    수정: 2019/10/21 11:47

운전자 대신 차량이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고, 주행 패턴을 익힐 수 있는 ‘레벨 2.5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시대가 열렸다. 아직 운전자의 전방 주시 의무가 필요한 단순한 운전자 주행보조이지만, 완전 자율주행 시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1일 미디어 보도자료를 통해 머신러닝 기반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인 ‘SCC-ML’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시스템 스스로 운전자의 주행 패턴 등을 학습해 좀 더 사람 주행에 가까운 정교한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 요지다.

현대기아차는 자체적으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같은 의미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을 쓴다. 이전 일부 차종에는 정차 기능이 지원되지 않은 보급형 시스템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정차와 재출발 기능이 강화된 시스템으로 알려진 기술용어다.

SCC를 실행하려면 총 두 가지 이상의 과정이 필요했다. 우선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 오른쪽 ‘SET(설정)’ 레버를 실행한 후, ‘+’와 ‘-’ 레버를 활용해 차량 주행 속도를 설정해야 했다. 또 앞차와의 거리를 설정할 수 있는 버튼으로 자신이 원하는 거리를 설정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최소 1단계부터 4단계까지의 차간 거리 단계를 제공한다. 이후부터는 차량이 운전자 설정에 따라 앞차와의 거리와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실행된 현대차 코나 하이브리드 주행 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최근 출시되는 현대기아차 주요 차량에는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버튼이 있지만, 머신러닝 기술이 도입되면 이같은 버튼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업계에서는 이같은 주행보조 기능을 ‘레벨 2’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운전자가 전방 주시 의무를 지켜보며, 차량 내 주행보조를 실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레벨 2 수준의 주행보조 시스템의 경우, 운전자가 약 30초 정도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경고 메시지를 내보낸다. 하지만 차량의 차선 이탈을 방지해주는 시스템을 제공해준다.

현대기아차는 이같은 시스템 운영 과정이 운전자의 생각과 다르게 반응해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SCC-ML 개발을 담당했던 서해진 현대차 책임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소식을 전하는 ‘HMG저널’을 통해 “기존 SCC는 차간 거리, 가속도 등의 주행패턴을 자동차가 임의로 결정하거나 운전자가 직접 설정해야 했다. 또한 운전자가 직접 설정하는 경우에도 조절할 수 있는 단계가 세밀하지 않았다”라며 “차간 거리도 고작 4단계 정도였고 이 때문에 다양한 운전자의 주행 성향을 모두 반영할 수 없었고, SCC가 운전자의 생각과 다르게 반응해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머신러닝 기반 스마트크루즈컨트롤 기술 개념도 (사진=현대기아차)

머신러닝 기술이 접목된 SCC-ML은 1만개 이상의 주행 패턴을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이 약 1시간 동안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학습하게 되면, 별도의 버튼 설정을 하지 않고 사람이 운전하는 거의 유사한 수준의 SCC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SCC-ML 개발에 참여했던 김시준 현대기아차 파트장은 HMG 저널에서 “전방카메라, 레이더 등의 센서가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해 ADAS의 두뇌 격인 ADAS 제어컴퓨터로 보낸다”라며 “제어컴퓨터는 입력된 정보로부터 운전자의 주행 습관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만을 추출해내고 이를 통해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판단해 SCC를 가동하게 되면 운전자와 가장 유사한 자율주행을 구현해 준다”라고 소개했다.

■현대기아차·쌍용차 합류한 레벨 2.5 ADAS 기술

현대기아차는 SCC-ML이 미국 자동차공학회(SAE)가 자체적으로 분류한 자율주행 단계 레벨 2와 레벨 3 사이인 레벨 2.5 수준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해당 시스템이 자동 차선 변경까지 지원 가능한 차세대 고속도로 주행보조(HDAII)와 연동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 HDAII 기술이 들어갈 첫 양산 모델은 제네시스 브랜드 첫 SUV GV80이 될 가능성이 높다.

레벨 2.5단계 기술의 상용화를 선언한 국내 자동차 업체는 현대기아차가 처음이 아니다.

쌍용차는 지난 2월 8일 신형 코란도에 들어가는 주행보조 기술 ‘딥 컨트롤’이 상용화 최고 수준인 레벨 2.5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능형주행제어(IACC)와 연관됐다.

쌍용차에 따르면 IACC는 일반도로에서도 안정적인 종방향 및 횡방향 보조 제어를 제공하고, 앞선 차량을 감지해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추종하는 한편 차선을 인식해 차로 중심을 따라 안정적으로 주행함으로써 운전자의 부담을 줄이고 안전성은 높였다는 자체 평가도 냈다.

하지만 이같은 기능을 실행하려면, 운전자 스스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현대기아차처럼, 차량 스스로 주행 패턴을 학습할 수 있는 머신러닝 기술은 들어가 있지 않다.

IACC 기술이 실행중인 것을 보여주는 신형 코란도 10.25인치 클러스터 (사진=지디넷코리아)

이 때문에, 앞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는 레벨 2.5 주행보조 기술의 정의에 대한 신경전이 앞으로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정하 국민대 무인차량연구실 교수는 “아직까지 머신러닝 기술이 100% 완벽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지 않지만, 계속적으로 업계와 학계에서 빠른 속도로 지능화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완전 자율주행의 필수 시스템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며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에 들어간 머신러닝 기술은, 사람이 주행할 때 겪을 수 있는 사고 가능성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진행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OTA 통한 기능 업그레이드 등 과제는 여전히 남아

아직까지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는 OTA(Over-the-air) 방식 등 무선으로 주행보조 기술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술을 마련하지 못했다. OTA를 통해 오토파일럿의 단점을 보완해나간 테슬라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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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준 파트장은 인공지능이 기존 패턴에 없는 새로운 주행 패턴을 만들기도 하나라는 HMG저널 질문에 대해 “SCC-ML은 편의 기술이면서도 무엇보다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술이다. 검증되지 않은 (주행) 패턴이 적용될 경우, 만에 하나 안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주행 패턴을 만들어 내는 것은 우선 배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안전이 검증된 패턴을 추가 개발해 클라우드를 통해 패턴 데이터를 업데이트 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물론 OTA 등의 극복 과제가 있어 당장은 적용이 어렵지만 기반 기술이 성숙해진다면 향후에는 SCC-ML의 온라인 업데이트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