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대해 유보 결정을 내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기업결합 건’에 대한 전원회의 결과 유사 건을 심의한 이후에 다시 합의하는 것으로 합의유보 됐다고 밝혔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통신업계 3위 사업자가 추진하는 인수란 점에서 유보 결정이 이외의 결과란 분위기와 통신사가 케이블TV알뜰폰 1위 사업자를 인수하는 것이란 점에서 규제기관의 신중한 접근이란 해석이다.
특히, 공정위가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에 불허 결정을 내린 이후 방송통신융합유료방송시장의 구도개편을 주무부처가 아닌 공정위가 차단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터라 더 조심스런 접근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유보 결정 이유는
공정위가 LG유플러스와 CJ헬로 기업결합에 유보 결정을 내린 이유는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 불허 결정을 내렸을 당시 시장상황과 현재의 차이가 뭐냐는 문제제기에서 시작됐다. 어떤 변화 때문에 당시와 정반대 결론을 내릴 수 있느냐는 게 전원회의 위원들의 공통된 궁금증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 사무처에서는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결론을 가지고 나왔지만 위원들은 2016년과 다른 결론을 내린데 대해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며 “심사관이 이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을 하지 못한 것이 유보 결정을 내린 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시작으로 유사한 시기에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합병 등 유료방송시장의 개편 작업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LG유플러스-CJ헬로 기업결합만 따로 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정위가 합의유보 결정 이유로 “유사한 건을 심의한 이후에 다시 합의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일 시장에 있는 SK텔레콤과 티브로드의 인수합병 심의가 2주 뒤에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3년 전 결과와 반대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해 위원들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쟁점 사항은
3년 전 공정위는 SK텔레콤-CJ헬로 인수합병 금지를 결정하면서 해당 기업결합이 유료방송시장, 이동통신 소매시장과 도매시장 등 방송통신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행태적 조치나 일부 자산 매각만으로는 경쟁제한성을 모두 치유하는 것이 어렵다며 기업결합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당시 공정위는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지리적 시장획정을 23개 방송구역별 지역시장으로 획정하면서 결합회사의 점유율 합계가 1위인 지역이 21개 방송구역에 달해 경쟁제한 효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크다고 결론 냈다.
이 과정에서 CJ헬로가 IPTV가 디지털 상품이란 점에서 케이블TV도 디지털시장과 아날로그시장을 분리해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울러, 공정위는 CJ헬로가 알뜰폰 1위 사업자로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과점된 이동통신 소매시장에서 ‘독행기업’의 역할을 해왔는데, SK텔레콤이 인수합병할 경우 소매시장에서 경쟁압력이 크게 감소돼 경쟁 활성화와 요금 인하경쟁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올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공정위 위원들은 3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유료방송 디지털시장에서 8VSB를 구분해 획정한 것이나 인수주체만 바뀌었을 뿐 알뜰폰 1위 사업자가 이통사에 흡수합병 될 경우 독행기업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판단이 왜 달라졌는지를 따져 물었다.
3년 전과 비교해 방송통신 시장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결론만 달라졌기 때문이다.
또 이번 회의에서는 홈쇼핑업계가 제기한 송출수수료 문제도 돌발 이슈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원들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심사가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차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법이 제시돼야만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공정위에 발 묶인 유료방송시장 구조개편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유보 결정으로 유료방송시장의 구조개편의 속도가 지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 심사 당시에도 공정위가 7개월여 동안 합병 심사가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당시 공정위가 7개월여 동안 결론 내는 것을 끌어왔음에도 막판에는 사업자 의견 제출기한 등 심의기일 연장을 받아주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 당사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일단, 공정위가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합병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와 함께 심의한다고 밝힘에 따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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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SK텔레콤은 16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기일을 2020년 1월1일에서 3월1일로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이도규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장은 “방송 측면 심사는 방송법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공정위와 별개로 인수합병을 심사 중”이라면서 “다만 통신 측면에서는 과기정통부가 공정위의 심사 결과를 고려해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이번 유보 결정으로 최종 결정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