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단기적으로는 이용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디어 시장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콘텐츠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9일 서울 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린 ‘유료방송 재편기, 합리적 거래 환경 조성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 모색’ 세미나에 참가한 전범수 한양대학교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는 “유료방송 시장이 거래 플랫폼 사업자를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이용자 선택권이 다양해지고 콘텐츠의 품질은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콘텐츠 기업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고 고용이 줄어드는 증 미디어 시장이 저해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IPTV 사업자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인수·합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정부에 CJ헬로의 지분인수를 위한 심사를 신청했고, SK텔레콤 역시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결합을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 중이다. KT 역시 딜라이브 인수를 고민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유료방송 시장이 대형 플랫폼 3사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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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수 교수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 거대 플랫폼이 등장할수록, 기존 경제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논리적 모순’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전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시장 내 거대 사업자가 등장하고 독과점에 가깝게 영향력을 키울수록 가격 인상이나 품질 저하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디지털화되는 미디어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소셜네트워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페이스북이나 검색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의 사례를 볼 때, 독점에 가까운 사업자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의 복지는 되려 높아지고 있다”며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이른바 ‘슈퍼플랫폼’은 사용자에게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디어 시장 전체로 시선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 교수는 소수의 대형 플랫폼의 출현이 장기적으로 미디어 시장의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콘텐츠 사업자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플랫폼이 거대화될수록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 사업자의 협상력이 약화되고, 줄어든 수익으로 콘텐츠 시장 성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전 교수는 “기본적으로 플랫폼 사업자와 채널 사업자는 한쪽이 가격을 높이면 다른 한쪽의 매출이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플랫폼 사업자의 힘이 강해질수록 채널 사업자의 수익이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 교수는 정부가 유료방송 사업자의 M&A를 판단할 때, 콘텐츠 시장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상생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단순히 서비스 가격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억제하고 고용과 혁신, 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를 핵심 승인 기준으로 M&A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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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환 채널진흥협회 팀장도 정부가 기업결합 심사 시 콘텐츠 활성화 측면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환 팀장은 “그동안 정부는 유료방송 기업 간 인수합병 심사 시 시청자 권익 보호 및 시장경쟁 제한 여부를 중점적으로 봤을 뿐, 콘텐츠 활성화에 대한 부분은 소홀했다”며 “사업자가 내놓은 콘텐츠 활성화 방안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부족했던 만큼. 정부는 콘텐츠 시장 발전을 포함해서 미디어 생태계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