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M&A 심사 시 콘텐츠 발전 방향 고민해야”

유료방송 시장 재편, 장기적으로 미디어 시장 성장 저해 우려 있어

방송/통신입력 :2019/04/19 17:47    수정: 2019/04/19 17:47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단기적으로는 이용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디어 시장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콘텐츠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9일 서울 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린 ‘유료방송 재편기, 합리적 거래 환경 조성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 모색’ 세미나에 참가한 전범수 한양대학교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는 “유료방송 시장이 거래 플랫폼 사업자를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이용자 선택권이 다양해지고 콘텐츠의 품질은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콘텐츠 기업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고 고용이 줄어드는 증 미디어 시장이 저해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IPTV 사업자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인수·합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정부에 CJ헬로의 지분인수를 위한 심사를 신청했고, SK텔레콤 역시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결합을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 중이다. KT 역시 딜라이브 인수를 고민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유료방송 시장이 대형 플랫폼 3사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9일 서울 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린 ‘유료방송 재편기, 합리적 거래 환경 조성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 모색’ 세미나 현장

전범수 교수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 거대 플랫폼이 등장할수록, 기존 경제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논리적 모순’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전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시장 내 거대 사업자가 등장하고 독과점에 가깝게 영향력을 키울수록 가격 인상이나 품질 저하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디지털화되는 미디어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소셜네트워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페이스북이나 검색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의 사례를 볼 때, 독점에 가까운 사업자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의 복지는 되려 높아지고 있다”며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이른바 ‘슈퍼플랫폼’은 사용자에게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디어 시장 전체로 시선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 교수는 소수의 대형 플랫폼의 출현이 장기적으로 미디어 시장의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콘텐츠 사업자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플랫폼이 거대화될수록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 사업자의 협상력이 약화되고, 줄어든 수익으로 콘텐츠 시장 성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전 교수는 “기본적으로 플랫폼 사업자와 채널 사업자는 한쪽이 가격을 높이면 다른 한쪽의 매출이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플랫폼 사업자의 힘이 강해질수록 채널 사업자의 수익이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 교수는 정부가 유료방송 사업자의 M&A를 판단할 때, 콘텐츠 시장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상생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단순히 서비스 가격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억제하고 고용과 혁신, 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를 핵심 승인 기준으로 M&A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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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환 채널진흥협회 팀장도 정부가 기업결합 심사 시 콘텐츠 활성화 측면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환 팀장은 “그동안 정부는 유료방송 기업 간 인수합병 심사 시 시청자 권익 보호 및 시장경쟁 제한 여부를 중점적으로 봤을 뿐, 콘텐츠 활성화에 대한 부분은 소홀했다”며 “사업자가 내놓은 콘텐츠 활성화 방안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부족했던 만큼. 정부는 콘텐츠 시장 발전을 포함해서 미디어 생태계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