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심사 앞두고”…알뜰폰 논쟁 가열

[이슈진단+] 알뜰폰 정책방향 갈림길(상)

방송/통신입력 :2019/09/24 17:15    수정: 2019/09/24 17:15

유료방송 M&A로 알뜰폰 시장의 논쟁이 촉발됐다. 헬로모바일 거취를 두고 통신 3사간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동통신 경쟁정책의 대표 사례인 알뜰폰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정부의 M&A 심사 외에도 주파수 이용기간을 고려한 알뜰폰의 향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LG유플러스가 24일 중소 알뜰폰 지원 프로그램인 ‘U+MVNO 파트너스’를 선보였다. 중소 알뜰폰 회사와 상생하기 위한 자구책 방안으로 단말기 수급, 유통 인프라, 유심 공동구매, 마케팅 등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U+MVNO 파트너스는 LG유플러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회사 아이즈비전, 유니컴즈, 에스원 등 12개 알뜰폰 회사가 대상이다. LG유플러스의 자회사인 미디어로그, LG유플러스가 인수를 추진 중인 CJ 헬로모바일,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있는 KB국민은행 등은 중소 알뜰폰 지원책에서 배제키로 했다.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상생 방안 발표를 두고 SK텔레콤과 KT 등 경쟁사는 즉각 반발하는 분위기다. 알뜰폰 가입자 1위 헬로모바일을 거느린 케이블TV 회사인 CJ헬로 인수를 추진하면서 정부 심사에 앞서 인수 조건에 해당하는 시정조치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SK텔레콤과 KT는 “CJ헬로 인수 추진 이후 유료방송 산업구조 개편에 대한 비전이나 케이블TV의 지역성과 공공성 강화 방안은 여전히 함구하면서 알뜰폰 상생방안만 갑자기 발표하는 것은 정부 심사를 앞두고 보여주기 식의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중소 알뜰폰 상생 vs 정부심사 시정조치 회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대한 정부 심사 절차는 임박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보고서 발송에 따라 경쟁당국의 마무리 절차인 전원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알뜰폰 사업의 인수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심사도 앞두고 있다.

과거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의 합병이 추진될 때 공정위는 헬로모바일이 이동통신시장에 독행기업(maveric) 역할을 맡고 있다고 의결했다.

SK텔레콤과 KT는 이에 따라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는 경우에도 알뜰폰 사업부를 분리매각해야 한다고 줄곧 입을 모았다. 이날 LG유플러스의 상생방안 발표에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독행기업을 이유로 일정기간 이후 매각 등의 인수 조건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주장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와 별도로 추진한 알뜰폰 사업 강화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자사망 임대 알뜰폰 회사 대상으로 멤버십을 선보이는 등의 경쟁사와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김시영 LG유플러스 MVNO해외서비스담당은 “(CJ헬로) 인수 여부와 상관없이 중소 아를폰 상생 방안은 유지된다”며 “목적 자체가 중소기업과 상생하자는 취지이고 (CJ헬로, 미디어로드, KB국민은행과 같은) 대형 사업자는 중소 사업자를 위한 프로그램 추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실효성을 갖춘 중소 알뜰폰 회사 지원책으로 정체기인 MVNO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계기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 중소 알뜰폰 지원 실효성은?

LG유플러스가 내놓은 중소 알뜰폰 지원 프로그램 가운데 단말기 수급 지원은 실제 효과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그만큼 중소 알뜰폰 회사가 단말기 공급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알뜰폰 회사는 통신사 전속 대리점과 비교해도 스마트폰 수급 능력이 뒤처지고, 사실상 제조사와 단말 공급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한다”며 “최근 알뜰폰 개통 단말기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고폰도 단체 협상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말 수급 지원 외에 다른 프로그램도 현실적으로 물러날 곳이 없는 중소 알뜰폰 회사에 미미하지만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LG유플러스가 발표한 지원 대상 알뜰폰 사업자의 가입자는 전체 알뜰폰 가입자에서도 극소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제외하면 LG유플러스 망 임대 알뜰폰 사업자 가입자 수는 전체 알뜰폰 가입자의 5% 비중에 불과하다”며 “극소수의 사업자를 위한 상생 방안으로 인한 알뜰폰 활성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가 중소 알뜰폰 회사에 제공하겠다는 프리미엄 선불폰 카드는 알뜰폰 업계에서 냉소적인 분위기다. LG유플러스는 알뜰폰 가입자 상당수가 선불 유심카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원책에 포함했다고 하지만, 선불 가입자 확보가 알뜰폰 경영 개선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선불 가입자는 이용자 수요가 있기 때문에 제공하는 상품 구성 중 하나일 뿐이고, 장기적인 도매제공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통사의 약정 가입자와 같은 후불 가입자를 많이 유치해 기대수익을 예상할 수 있는 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뜰폰 5G 요금제 도입 추진도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통신업계의 지적을 받고 있다.

관련기사

알뜰폰 시장 잠재 가입자는 이동통신 3사 요금제와 비교해 저렴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 층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이통 시장에서 프리미엄 상품으로 자리를 잡은 5G 통신은 알뜰폰에 도입하더라도 중소 알뜰폰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울러 갓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5G 통신은 이통 3사 모두 네트워크 구축과 커버리지 확대 등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LTE에 준하는 도매대가 제공 여력이 부족하다. 도매대가에 따라 결정되는 알뜰폰 요금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