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EV세상] 산업부 장관이 모르는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문제

최남호 제조산업정책관도 “문제 있는지 몰랐다” 전해

카테크입력 :2019/10/16 16:47    수정: 2019/10/23 11:28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제조산업정책관 등 고위관계자들이 1년여동안 문제점만 가득했던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시행령 개정안)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최남호 제조산업정책관은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에 대한 자료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이에 대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디넷코리아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30 미래자동차 국가 비전’ 브리핑 현장에서 향후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운영 방안과 전기차 충전기 고장 시 별도 대책안에 대해 질의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날 브리핑한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전략’ 16페이지를 살펴보면 내년부터 2024년까지 전기차 통합유지보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있다. 전기차 보급확대 및 노후화에 따른 차량 유지보수 수요에 대응하고, 부품별 고장 예측진단수리 등 기술개발, 정비인력 양성에 신경쓴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차 산업 육성의 가장 기초가 되는 충전방해금지법 대책 수립과 충전기 고장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지디넷코리아는 산업부 장관에게 해당 대책에 대한 방안이 있는지 물었다.

질문을 들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해당 내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반응을 내놨다. 오히려 이날 발표한 전기차 통합유지보수 계획이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과 충전기 관리 등의 내용도 포함된다는 것이 성 장관이 말할 수 있는 답변의 전부였다.

15일 촬영된 화면, 스타필드 고양 지하2층 주차장 내 공공 전기차 충전소에 주차된 검은색 그랜저의 모습이다. 이는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위반에 해당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질의가 나온 후, 최남호 제조산업정책관은 “별도 자료가 있다”며 기자에게 해당 내용이 있는 자료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성 장관 퇴장 후 별도로 열린 추가 질의응답에서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관련 질문은 대응했지만 전기차 충전기 관련 내용의 질의가 다시 나올 때는 “자료를 드리겠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그 자료 내용 중 일부만 알려달라는 요청에도 “자료로 설명하겠다”고 재차 답변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최남호 정책관 설명대로 해당 자료 수신을 위해 하루 이상을 대기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 내용이 담긴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16일 별도 유선 확인 결과 “별도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 산업부 자동차 담당 서기관으로부터 나왔다.

최남호 제조산업정책관은 질의응답 후 기자와의 대화에서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문제에 대해 알고 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릴 청와대 주도 행사 참석을 위해 급히 이동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미래차 산업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은 지난해 9월 21일 산업부가 공포한 것으로, 일반 내연기관차량의 충전소 내 무단 주차와, 충전소 내 전기차의 장기 주차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9월 21일 이전에는 국내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일반 주차장으로 인식해 주차한 차량 때문에, 순수 전기차 오너들이 제대로 충전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은 차량 단속 시스템, 단속 인력 등의 문제 등이 계속 쌓였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단속권한을 자치구로 넘길려 했지만, 일부 자치구의 반대로 인해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이 유명무실해지는 상황까지 놓였다.

문제가 계속 쌓이는데도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 법을 즉시 개정하려는 노력을 단 한차례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특별시 등 지자체를 탓하는 경우도 보였다. 장관 등의 고위 관계자들의 무관심과 법의 허점이 계속 쌓이다 보니, 최근에도 주요 전기차 충전소에 무단 주차하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불법 행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성윤모 장관의 브리핑이 이뤄진 당일에도 스타필드 고양에 위치한 공공 전기차 충전소 현장에 불법 주차한 검은색 그랜저의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결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디넷코리아의 취재가 구체화되면서 15일 오후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일부 개정을 추진하겠다”라는 뜻을 전했다. 법 시행 이후 약 13개월만이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고, 개정안 적용 가능 시기도 모르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와 보급에 전념하고 있지만, 기존 전기차 오너들의 충전 편의성을 고려하는 정책은 전혀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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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은 말 그대로, 전기차의 충전을 방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법이다.

현재 해당 법을 위반하게 될 경우 과태료는 ▲일반자동차가 전기차 충전시설에 주차한 경우 10만원 ▲충전구역 내, 충전구역 앞, 뒤, 양 측면에 물건 등을 쌓거나 주차한 경우 10만원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 주변에 물건 등을 쌓거나 충전을 방해한 경우 10만원 ▲충전구역의 진입로에 물건 등을 쌓거나 주차하여 충전을 방해한 경우 10만원 ▲충전구역임을 표시한 구획선 또는 문자 등을 지우거나 훼손한 경우 20만원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을 고의로 훼손한 경우 20만원 ▲급속충전시설에서 충전을 시작한 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고시한 시간이 경과한 경우 10만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