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진짜 가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스 혁신입니다. 블록체인을 통해 기존 시스템에서는 느껴 볼 수 없었던 장벽없는 새로운 환경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인터넷의 뒤를 이을 혁신 기술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어떤 혁신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진정한 가치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블록체인서울2019'에선 블록체인의 진짜 가치(Real Value)를 찾기 위한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토론에서 국내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의 진짜 가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스 혁신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수용 서강대학교 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라운드테이블에는 김기영 LG CNS블록체인사업추진단장,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박훈기 BNK금융지주 부사장, 김경열 엠블록체인 전무,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김기영 LG CNS 블록체인사업추진단장은 "블록체인은 4차산업혁명에서 가장 핫한 기술"이라며 "블록체인은 신뢰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보상해줄 수 있는 체계로, 다자간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프로세스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LG유플러스와 LG전자, KB손해보험은 LG CNS의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모나체인'을 활용해 휴대폰 파손 보험 청구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는 "이 3개 회사가 정보를 공유해 프로세스가 빨라졌다"며 "그 동안 5일이 걸리던 보험 청구가 몇 시간으로 줄었고, 위변조 확인에 들어가던 인건비도 줄었다"며 프로세스의 혁신이 블록체인의 중요한 가치라고 설명했다.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블록체인이 가져오는 3가지 가치는 새로운 형태의 신뢰, 새로운 형태의 자산, 새로운 거버넌스 제시"라며 "블록체인은 중개자 없이도 위변조가 불가능해 새로운 신뢰를 가져왔고, 이 신뢰 아래서 비트코인과 같은 새로운 자산이 생겨났고, 이 두 가지 가치가 새로운 거버넌스를 통해 완성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현재 대다수의 이용자가 블록체인 서비스를 써보지 못하고 있어 블록체인이 와 닿지 않은 것 같다"며 "하지만 블록체인의 첫 번째 유즈케이스인 암호화폐는 지금이라도 써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메타마스크를 통해 로그인되고 크립토키티와 같은 게임에서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은 기존 금융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장벽 없는 경험"이라며 "지금 블록체인은 허들이 너무 높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이런 걸 조금만 넘어서면 당장이라도 써볼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훈기 BNK금융지주 부사장은 "블록체인의 실질적 가치는 현재 모두가 하고 있는 금융 거래가 실물 자산에서 더 나아가 디지털 자산까지 확산된다는 점"이라며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유통함으로써 금융거래가 실물자산보다 훨씬 더 다양하게 유통될 수 있고, 디지털 자산이 거래되면서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금융 서비스가 발현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경열 엠블록체인 전무는 "블록체인의 가치는 중앙에서 벗어나 개인의 이탈을 표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는 중앙집권적인 것에 너무 익숙하며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신뢰에 대해 사회가 고민을 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블록체인의 철학에 대해 되짚었다.
블록체인 산업과 관련해 한국의 특수성에 대한 얘기도 언급됐다.
한재선 대표는 "작년부터 해외를 많이 다니면서 느낀 것은 블록체인 응용에 대해 고민을 하는 온도는 북미나 유럽보다 아시아가 유즈케이스를 찾는 데 굉장히 많이 집중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아직 전세계적으로 블록체인 킬러 서비스가 무엇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걸 찾고자 하는 에너지는 한국이 제일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에너지, 불씨를 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훈기 부사장은 부산에서 블록체인 전문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부산에 핀테크·블록체인 관련 기업을 한 곳에 모아서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핀테크랩을 개소했다"며 "블록체인 기술 인프라를 가진 기업들을 부산에 유치하고, 부산 지역 시민들의 실생활에 혜택을 줌으로써 부산을 블록체인 기반 도시로 만들고, 블록체인 기업을 지원·육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종백 변호사는 정부의 마인드셋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부산 특구와 같이 정부가 예외적으로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것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정책을 정부 주도로 해야 한다는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지금 블록체인 정책이 혁신을 존중한다면서, 막상 자세히 들어가 보면 대부분 잘 안 되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권에서 암호화폐 커스터디 서비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막상 하려고 보면 금융 관련 법규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는 너무 보수적으로 보고 한 문제를 잡기 위해 모든 것을 막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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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단장도 이에 동의하며 "현재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 시스템이 중앙 집중에 맞춰져 있는데, 기업간의 연계나 기업과 정부간의 연계가 많이 이뤄지는 영역은 이런 중앙 집중 구조로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도 기존 중앙집중적인 방향에서 이제는 리브라나 클레이튼을 만들며 분산화된 새로운 신뢰 기반의 생태계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걸 누가 먼저 준비하느냐에 따라 고객도 이동할거라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