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국전력공사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에너지분야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인 '한전공과대학교(한전공대)' 설립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야당 측 위원들은 한전의 적자가 대폭 쌓이는 상황에서 1조원이 넘는 돈을 학교 설립에 투입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반면, 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여당 위원들은 한전공대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라며 반드시 임기 내에 학교를 설립해야한다고 맞섰다.
국회 산자중기위 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은 이날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개최된 국감에서 "한전의 적자가 지속해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견이 많이 나온다"고 말하며 논쟁의 포문을 열었다.
한전공대는 오는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나주 부영CC 부지 40만 제곱미터(㎡)에 설립될 예정이다. 대학원생 600명, 학부생 400명, 교수 100명, 직원 100명 규모로 구성되며, 학부와 대학원 모두 단일학부인 '에너지공학부'만 개설된다. 교수와 학생의 비중을 국내 최고수준인 1대10으로 유지하겠다는 게 한전의 방침이다.
한전이 공개한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한전공대 설립·운영비는 2031년까지 총 1조6천억원 규모로 전망된다. 개교 시점까지는 한전과 자회사가 비용을 부담하고, 개교 이후 정부와 지자체도 함께 분담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주체별 분담금액은 향후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마련된다.
다만, 한전공대 설립과 운영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될 전망이어서 현재 영업적자가 심각한 수준인 한전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 지가 쟁점이다. 지난해 2천80억원이었던 한전의 영업손실은 올해 상반기 들어 9천286억원으로 늘었다. 2분기 말 기준으로 총부채는 120조원을 넘어섰고, 부채율은 176%에 육박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삼화 의원은 "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한전공대 설립을 제시할 때만 해도 한전은 영업이익 7조원으로 재무 건전성이 매우 좋았다"며 "이후 한전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중장기 재무전망에서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전공대 설립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금도 한전과 한수원은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에 연간 70억원 이상을 출연하고 있고, 전력연구원이라는 자체 연구·개발(R&D) 전문연구소와 전국 대학교 전기공학과 지원 등을 포함하면 연간 4천442억원에 달하는 R&D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R&D와 인력양성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꼭 한전공대까지 설립할 필요가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대선공약 때와 달라진 여건을 고려해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은 김종갑 한전 사장에게 "한전 적자가 계속 나는데 5년 후의 누적적자가 어느 정도일지, 한전공대 설립비는 총 얼마인지, 연간 한전공대에 들어가는 운영비는 얼마인지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제 지역구인 대구 동구에도 수소산업단지가 들어서는데, 그 곳에 수소대학을 만들겠다고 하면 (김 사장이) 동의할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김 의원에게 "지금 질의를 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한전공대 설립 방해는 정치공세"라며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집요한 한전공대 설립 훼방은 명백한 정치공세"라며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에 대한 근거 없는 딴지걸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한전공대가 산·학·연의 성공사례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해외 벤치마킹 모범사례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한전 측에 요청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한전이 위치한 나주혁신도시로 들어오면서 (한전공대에 대한) 나주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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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나주 한전 본사 앞에서는 나주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이 '한전공대 설립'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국감이 시작되기도 전 이른 오전부터 '에너지 선도대학 한전공대', '한전공대 설립, 국민들과 함께하겠습니다'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산자중기위 위원들을 맞았다.
이에 일부 야당 위원들은 김종갑 한전 사장에게 "혹시 사장께서 피켓 시위를 동원한 것이냐"고 지적했고, 여당 위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