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제조 분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5부 - 개인 맞춤형 제품 동향

전문가 칼럼입력 :2019/10/11 10:48    수정: 2019/10/11 10:49

박창규 건국대 교수
박창규 건국대 교수

인더스트리 4.0에서 독일이 선도하고자 하는 목표 가운데 하나인 개인 맞춤형 제품은 패션산업에서 이미 많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패션 산업은 인간의 의식주 가운데 하나를 담당하며, 개인 맞춤형 제조가 가장 먼저 적용되는 산업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혁명적 변화를 나타내는 패션기업들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직 그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새로 등장하고 있는 패션기업들은 본질적으로 기존 글로벌 패션 브랜드 기업들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기존 패션기업들은 아무리 많은 디자인의 옷을 엄청나게 빠른 주기로 소비자에게 선보인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디자인을 하고, 만들어 기성복을 판매하고 소비자는 공급자가 판매하는 제품 가운데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구매하는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하는 기업들은 기존의 기본 틀을 깨고 있다. 즉, 옷을 미리 만들어놓고 팔지 않는다. 소비자가 원하는 옷을 선주문 후생산 방식으로 공급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옷을 주문하기 전에는 단 한 벌의 옷도 만들지 않는다. 이들이 바로 소비자 주도형 시장을 선도할 새로운 글로벌 패션 기업들로 등장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과거에 패스트 패션이 도입 초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비즈니스처럼 여겨졌듯이, 현재 기성복 시장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맞춤형 패션 사업 모델은 절대 불가능한 사업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들 기업들은 불과 수년 만에 수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보이며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실제 이러한 기업들의 성공 사례는 적지 않다.

2001년 독일의 Spread Shirts는 티셔츠, 컵, 모자 등의 온라인 맞춤형 패션으로, 매주 약 3만개의 새로운 디자인과 30만명의 사용자가 판매자로 등록하고 있다. 전 세계 19개국에서 12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며 연매출은 7천만달러에 달한다.

2005년 미국에서 창업한 Zazzle은 온라인에서 고객 맞춤형 티셔츠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패션 스타트업이다. 현재 슈즈, 가방 등의 패션용품뿐 아니라 문방구류, 컵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총 8천만개에 달하는 디자인과 수십억 개의 옵션이 제공되고 있다. 2011년의 매출이 1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월간 2천400만명이 쇼핑몰을 방문한다. Zazzle의 기업 가치는 2억5천만달러(2008년)에 달한다.

2007년 미국 뉴욕에서 창업한 Bonobos는 고객이 원하는 바지를 만드는 온라인 남성 패션 스타트업이다. 이후 셔츠, 재킷, 슈즈 등의 제품라인을 추가하며 2011년에는 1억5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등 폭풍 성장을 거듭하던 Bonobos는 2017년 월마트에 3억1천만달러에 인수되었다.

[그림 1] Bonobos 개인 맞춤형 의복 사례. (사진=핀터레스트, 트라우트퍼스널)

기존의 공룡 기업들도 속속 맞춤형 패션에 뛰어들고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를 이끌고 있는 Adidas도 맞춤 서비스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로봇, 3D 프린팅 등 첨단 시스템이 장착된 'SpeedFactory'에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수백만 가지의 조합들을 통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단 하나의 신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Adidas는 이러한 개인 맞춤형 신발로 24년 만에 다시 'Made in Germany'를 구현하였다. 이와 함께 Adidas는 패션 분야에서 4시간 만에 맞춤형 니트제품을 상점에서 바로 제조해주는 'StoreFactory'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IT 기업인 Google도 글로벌 패션업체인 H&M과 혁신적인 협업을 시작했다. 2017년 2월에 Google은 스마트폰 상에서 수집된 소비자의 위치 정보를 이용하고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드레스를 제작해 주는 'Coded Couture'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이는 디지털과 맞춤의 합성어이다.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Amazon 또한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옷을 만드는 주문형 의류 생산 시스템인 온디맨드 의류공장을 2017년에 특허를 등록했다.

[그림 2] Google의 Coded Couture 서비스. (사진=모드&모드, 더버지)

이렇듯 세계 패션기업들은 맞춤형 패션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이들 새로운 제품들은 기성복이 주도하는 세계 패션시장의 판도를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의 정의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필자는 특정 수요자의 컨텍스트(context)를 파악하여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산업으로의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 정의한다. 특히 패션산업에서는 산업혁명 이전의 수작업에 의한 '맞춤복'이 [표]와 같이 1~3차 산업혁명 시대의 각종 '기계'에 의해 대량생산되는 '기성복'으로 전환되었다가, 다시 새로운 유형의 소위 "엄마기계"를 이용한 스마트 팩토리에 의해 제조된 '맞춤복'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 3]은 '옷'을 사례로 산업혁명의 단계와 글로벌 패션 기업들의 등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3] 패션산업의 4차 산업혁명.

산업혁명 전에 옷은 '엄마'가 만들었다. 엄마가 수요자인 자녀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들에게 최적의 맞춤복을 만들어 주었다. 이때 '옷'은 자급자족의 대상일 뿐, 산업화 대상은 아니었다.

이후 패션산업은 3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을 걸치면서 매번 패션산업의 지도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며, 매번 새로운 주인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

1차 산업혁명은 동력을 가진 '기계'가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계를 설치한 공장이 지어지고, 대중을 위한 기성복을 만들어 주는 기업이 등장했다. 이때부터 공급자가 주도하는 시대로 전환되었다. 유럽을 중심으로 방직, 염색, 봉제 등 섬유산업이 발전하고, 당시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Chanel, Louis Vuitton 등 고급 패션 브랜드 기업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되었다. 이때부터 옷은 본격적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산업화 아이템이 되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너지가 공급되는 '전기기계'가 옷을 대량으로 만들어 주기 시작했다. 기업은 과잉 생산된 기성복 판매를 위해 수많은 브랜드를 만들고 각종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실시하였다. 이 시기에는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Gap, Benetton 등 패션 브랜드들이 급속하게 대중화 되었고, 특히 Nike, Adidas 등 스포츠 의류 브랜드들이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 인터넷, 무선통신 등의 기술 발전과 함께 일어난 디지털 혁명으로 '자동화 기계'가 기성복을 만들어 주는 시기이다. 이때 등장한 Zara, H&M 등 글로벌 패션 기업들은 소위 패스트 패션이라고 불리며 짧은 주기로 다양한 디자인의 기성복을 적시적소에 저가로 공급하고 있다. 현재 패스트 패션 기업들은 기존 기성복 브랜드들을 뛰어넘어 글로벌 패션 시장을 주도하는 공룡 기업으로 도약하였다. 실제 전 세계 디지털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매주 신상품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Zara는 당시 패션의 2등 국가에 불과했던 스페인, H&M은 인구가 1천만명도 안 되는 스웨덴에서 탄생한 신생 패션 기업에 불과하였다. 디지털 혁명이라 불리는 3차 산업혁명은 이런 무명의 기업들을 거대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 기업으로의 도약을 가능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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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개인 맞춤형 제품의 수요 확대 및 스마트 팩토리의 등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볼 수 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첨단 기술의 발달은 산업혁명 이전의 '엄마'를 다시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자식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즉 특정 수요자에게 최적의 맞춤복을 만들어 주었던 ‘엄마’의 기능, 역할 등을 가지고 있는 소위 "엄마기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서 '기계'는 각종 하드웨어 장치, 소프트웨어, 시스템, 플랫폼 등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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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 건국대 화학공학부 교수/상허교양대학 학장

(현)한국의류산업학회 회장, (현)ISO 섬유물리 및 환경시험, 디지털 패션, 디지털 신발 분야 의장, (현)정보화정책 저널 편집이사, (현) ICT융합네트워크 이사, (현)공군 정책자문위원, i-Fashion 기술센터장,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방문 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섬유고분자공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친후 ‘3차원 화상 분석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섬유제품의 품질평가 기술’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저서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콘텐츠가 왕이라면 컨텍스트는 신이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