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글로벌 산업지도가 바뀌고 있는 중차대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제조업 강국들은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2010년경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제조업 재무장에 매진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여 세계 제조업의 미래 판도를 지배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가속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도 세계경제의 패권 경쟁이며, 그 핵심에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혁신이 만드는 신 제조업 경쟁이 있다.
매년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산업박람회는 이러한 세계 제조강국들의 기술 경연장이 되고 있다. 올해도 신 제조업을 위한 새로운 제품과 솔루션이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 정부는 인더스트리 4.0의 비전 2030을 발표하는 특별 행사를 개최하였다. 독일 정부의 연방경제에너지부(BMWi)가 인더스트리 4.0 추진을 위한 민관 기구인 '플랫폼 인더스트리 4.0'과 함께 주최한 본 행사를 참관하며, 인더스트리 4.0을 통하여 독일이 추진하고 있는 원대한 비전을 실감할 수 있었고, 우리 제조업 혁신의 성공을 위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인더스트리 4.0 비전 2030 발표는 독일 정부의 연방경제에너지부(BMWi) 장관과 연방교육연구부(BMBF) 장관의 기조연설로 시작하였는데, 두 장관의 일관된 인더스트리 4.0의 의의와 전략적 방향에 대한 열정적 강연은 독일 정부의 제조업 및 신 제조업 주도권 유지를 위한 결기를 보여 주었다. 특히, 두 장관 공히 향후 글로벌 경쟁을 미국과 중국의 G2 경쟁 속에서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EU)이 가세한 삼파전으로 보고, 여기에서 독일이 살아남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파하며, 향후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인더스트리 4.0의 매우 강도 높은 추진을 강조하였다.
즉, 독일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기존 제조업으로는 대량생산 기반의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중국과의 경쟁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개인화 및 맞춤형 제품, 제품과 서비스 융합 등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글로벌 시장의 게임룰을 독일에 유리하게 바꿔 나가는 야심찬 전략을 전개할 것이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도 강조하였다. 미래차로 주목 받고 있는 자율주행 전기차를 예로 들며, 독일 자동차 산업이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임에도 자율주행 시스템 반도체는 미국에 의존하고 배터리는 아시아에 의존하는 현 상황을 좌시할 수 없으므로, 인공지능(AI), 시스템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기술에 대한 민관 투자를 대폭 확대할 것임을 강력히 천명하였다.
이와 같이 독일 정부는 제조업을 신 제조업으로 전환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미국, 중국과의 삼파전에서 승리하겠다는 결기를 '인더스트리 4.0' 비전 2030으로 발전시켜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으로 보인다.
이어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회장이 비전 2030의 목표와 개요, 3개의 서로 연계된 전략적 활동분야를 발표하였다 (그림 1 참조).
인더스트리 4.0 비전 2030은 궁극적으로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통한 혁신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현재의 경직되고 고착화된 가치사슬은 새로운 형태의 협력과 함께 유연하고 고도로 동태적이며 세계적으로 연결된 가치창출 네트워크로 대체될 것이다. 또한, 현재 제품 중심인 산업 가치창출 패러다임도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하여 고객 가치 및 솔루션 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데이터 가용성, 투명성, 접근성은 새로운 초연결 경제의 핵심 요소로서 경쟁력의 결정요소가 된다. 그리하여, 다양성, 다원성, 전문성 등 기존의 독일 산업의 강점을 토대로 그 위에 개방적이고 유연한 생태계의 분권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디지털 경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독일, 유럽 및 전 세계적으로 인더스트리 4.0 비전 2030의 성공적 실행을 위한 지침으로 자주성, 상호운용성, 지속가능성이라는 3대 전략적 활동분야를 제시하였다.
자주성은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에서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의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인프라, 보안,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상호운용성은 다양한 시장 이해관계자들의 유연한 네트워킹을 통한 기민한 가치창출 네트워크 구축에 필수적이다. 아울러 제조자와 고객이 디지털 가치창출 네트워크에 동참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표준과 통합, 규제 체계, 분권화 시스템과 인공지능이 요구된다.
지속가능성은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측면에서 우리 사회 가치의 핵심이다. 인더스트리 4.0은 우리 사회의 삶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사회 참여, 기후변화 완화 및 순환 경제가 요구된다.
끝으로, 인더스트리 4.0 비전 2030의 개요를 바탕으로 지속가능성 관점, 경제적 관점, 기술적 관점, 국제적 관점에서 민관 책임자 및 전문가 그룹의 패널토의를 통해 비전 2030의 추가적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였다(그림 2 참조).
여기서 특기할 만한 내용으로 중소기업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논의와 공감대가 있었다는 점이다. 독일은 물론 유럽 전체적으로 인더스트리 4.0의 성공적 실행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역량 강화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특히,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부와 생태계의 지원이 시급함을 역설하였다. 아울러, 기술적 진보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는데, 특히 인공지능과 5G에 대한 대대적 투자의 시급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본 행사는 정부, 업계, 학계, 연구계 대표는 물론 노동계 대표가 참여하여 함께 인더스트리 4.0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함으로써 명실공히 노사정이 동참하는 국가적 전략 논의의 장이라는 점에서 실로 부러웠고 우리도 하루빨리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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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제조혁신 포럼(Smart Manufacturing Innovation Forum·SMIF)
SMIF(위원장 : 주영섭)는 2018년 6월부터 7개월간 수행된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 정책 과제의 일환으로 구성되었다. 산학연을 망라한 70여명의 스마트 제조혁신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고, 2019년 1월에 과제 결과물로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2019년 4월에는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제1회 한독 제조혁신 협력회의 개최를 주관하였다. 회의에 한국측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국가기술표준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기관과 민간에서는 한국공학한림원, (사)한국ICT융합네트워크 등의 SMIF 위원이 참여하였다. 독일측에서는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에서 정부대표로 BMWi(독일연방경제에너지부)와 민간대표로 표준화, IT 보안, 교육 등 워킹그룹 책임자가 참여하였다.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은 독일의 제조분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촉진하기 위한 민관합동 대표 조직이다. SMIF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조업 혁신 방안을 제안하고 민관합동으로 한독협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예정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