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에는 IT와 금융에서 온 사람들이 섞여 있어 경험과 지식의 범위가 너무 달라 힘들 것이다. 그런데 화학의 원소주기율표 Na(나트륨)과 Cl(염소)를 보자. 이 두 원소는 주기율표의 양 끝에 있는데, 이렇게 멀리 떨어진 원소가 한번 결합하면 매우 안정적이고 떨어지지 않는 성질을 가진다. 그러니 소금(NaCl)처럼 한번 결합이 잘 되면 어느 조직보다 강한 응집력을 가질 것이다.”
김주원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 이사회 의장은 10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열린 세종포럼 조찬행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과 금융 혁신’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1월1일 카카오뱅크 직원 600명이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전했던 신년 인사말 일부를 공개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그룹 신년 하례회에서 카카오뱅크 경영진을 보고서 한 말을 카카오뱅크 전 직원에게도 공유한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로, 김 의장은 한투지주 부회장과 카카오뱅크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김 의장은 IT 출신과 금융권 출신 직원들이 한 회사에 있으며 점진적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모습에 대해 소개했다.
카카오뱅크는 비대면 모바일 중심의 은행으로, 출범 약 2년만에 1천만 고객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카카오뱅크 앱은 은행 앱 중 다운로드 수,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위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 수장 구성도 IT와 금융의 두 피가 섞였다. 윤호영, 이용우 공동대표는 각각 카카오, 한국투자신탁운용 출신이다.
김 의장은 “카카오뱅크 두 대표는 직원 면접을 볼 때도 가치관이 다르다”며 “일례로 IT 출신 직원이 10년 동안 5개 회사를 돌아다닌 것을 보고 한 대표는 능력 있다고 평가하고, 또 다른 대표는 ‘한 군데서도 제대로 못 붙어 있는 걸 보니 여기 있다 또 나갈 것이고, 전문성도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카카오뱅크 초기 때 모습이고, 이제 대표들도 시간이 흐르니 면접자가 여러 번 회사를 이직한 것이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면서 “특히 자기들 경험상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일반 직원들의 업무 문화도 타 은행에 비해 효율적이고 유연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뱅크는 노트북을 사용하는 유일한 은행으로,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 가능케 했다”며 “600명짜리 카톡방에서도 초기 땐 부고나 축하 글을 못 올리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규제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망가진다고 해서 그냥 놔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뱅크는 한 번 쏘고 나면 바로 목적물로 날아가는 로켓이 아닌, 수차례 궤도 수정을 해 타깃으로 나아가는 미사일과 같다”면서 “기존과는 차별화를 가져야 하는 숙명을 가졌으니, 빨리는 포기하더라도 창의성을 꾀하는 것이 카뱅의 지향점이다”고 덧붙였다.
■"카뱅 증권계좌 개설, 한투증권 외에도 협력 늘린다"
아울러 김 의장은 카카오뱅크를 통한 증권 계좌 개설 서비스에서 한국투자증권 외 다른 증권사와도 협력을 늘려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3월 주식 계좌 개설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대주주 한투지주의 자회사인 한투증권을 첫 테스트 베드로 삼았다. 한투증권 계좌를 카카오뱅크를 통해 개설할 수 있다.
김 의장은 “카카오뱅크의 가치를 설명하는 근거로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모델을 활용한다”면서 “페이스북에 비해서는 초라하지만 현재 카카오뱅크의 계좌 수는 1천만개 이상에 고객 밀집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그만큼 회사 가치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한투증권의 계좌 개설만 가능하지만, 다른 증권사들과도 연계할 경우 연결 비용은 줄이면서 전체 효율화를 가져와 플랫폼 모델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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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장은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8년간 비대면으로 모은 계좌가 30만개밖에 안되는데, 3월 카카오뱅크 증권 계좌 개설 기능 출시로 2개월만에 100만 카카오뱅크 고객이 한번에 한국투자증권으로 오게 됐다"며 "카카오뱅크와의 협력으로 한투증권도 수혜를 입는다"고 역설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는 애초에 한국투자증권뿐 아니라 여러 증권사와도 협력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정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