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을. 이름도 낯설었던 '블록체인'에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각종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까지 관심이 옮겨갔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블록체인을 두고 다양한 평가가 쏟아졌다. '제2의 인터넷'이 될 것이란 찬사와 한계가 많아 쓸 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는 혹평이 엇갈렸다. 블록체인은 혁신이나 암호화폐는 사기란 '취사선택형' 의견도 등장했다.
2년이 지난 현재, 이 중 어떤 것이 맞았다고 결론내리긴 아직 이르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으로 혁신 가능한 분야를 찾으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제 막 시작됐을 따름이다.
그렇다면, 10년, 20년 뒤에는 어떨까. 블록체인은 과연 어떤 기술로 평가될까.
인터넷 이후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 기술로 인정받을까. 아니면 "인류 역사상 가장 우아한 사기"에 판을 깔아준 기술 쯤으로 기록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결국 '블록체인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가'란 또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 기술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제대로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디넷코리아가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 동안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개최하는 '블록체인서울 2019' 행사(☞링크)는 블록체인의 진짜 가치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장이 될 예정이다.
특히 16일 진행되는 첫 째날 컨퍼런스의 기조 연설을 맡은 정지훈 다음세대재단 이사는 '블록체인과 우리의 미래'를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될 흥미로운 힌트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학자가 블록체인을 탐구하는 방식
정지훈 이사는 국내 대표 미래학자이자, IT분야 베스트셀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평소 여러 인터뷰에서 "기술이 만들어지고 발전한 맥락을 이해해야 앞으로 펼쳐질 미래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블록체인의 탄생 배경과 그 안에 담긴 사상, 철학을 기반으로 진짜 가치에 대한 화두를 던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의 미래를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 줄 전망이다.
정 이사는 2014년 쓴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에서 인터넷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촉구했다. 세계 인터넷 산업 무대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렇다할 성과를 못 내고 있는 게, 인터넷을 단지 기술 발전이나 산업·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봤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인터넷의 본질적인 속성과 철학이며, 이를 위해 인터넷이 탄생할 수 밖에 없던 다양한 역사적인 사건과 배경, 주요 인물들의 생각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그의 이런 접근 방법은 블록체인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열린 'SBS D 포럼(SDF)'에서 정 이사는 '블록체인 철학과 시민사회의 변화'라는 주제로 블록체인 지탱하는 철학적 배경을 설명하는 데 방점을 뒀다.
■인터넷과 블록체인을 가로지르는 철학...'아나키즘'
정지훈 이사는 블록체인과 인터넷의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두 기술 모두 '아나키즘'을 지향하며 탄생했다는 점이다.
아나키즘은 흔히 '무정부주의'라고 번역되지만, 정확하게는 "중앙집중적인 권위적인 체계가 없어도 운영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우리가 지금 너무나 당연하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인터넷도 초창기에는 아나키즘 성격이 강했다. 민간이 주도해 많은 사람을 연결하고, 지식과 생각을 퍼뜨리자는 일종의 정치적 활동에 의해 탄생하고 확산됐다.
에릭 슈미트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는 1997년 '프로그래머스 컨퍼런스'에서 "인터넷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아나키즘 실험이다"고 정의한 바 있다.
블록체인은 신뢰할 수 없는 개인과 개인이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도 거래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로 등장했다. 중개인이 없기 때문에 탈중앙화/분권화 되어 있고 검열저항성을 가졌다는 게 큰 특징이다. 아나키즘과 일맥상통한다.
■블록체인, 인터넷을 구원할까
하지만, 지금 인터넷은 초창기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다. 다수의 사용자를 거느린 소수의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영향력이 집중되는가 하면, 정부가 시민들을 감시하는 도구로 쓰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특정 정보를 차단시키기도 한다.
정부의 개입은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2월 우리나라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보안접속(HTTPS) 방식으로 유통되는 해외 불법 사이트의 접속을 막겠다고 나서 인터넷 검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 이사는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에서 현재 인터넷에 존재하는 빅브라더 공포를 지적하면서 미래의 인터넷에 대해 이렇게 예상했다.
"미래의 인터넷은 분명 개인정보 보호와 프라이버시, 그리고 공공성과 가치를 선택하는 자유가 더 중요시될 것이다. 결국 앞으로는 이런 것들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담아낸 서비스들이 각광받을 수 밖에 없다."
반면, 블록체인으로 여전히 "절대 권력자가 없어도 합의를 통해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구하며 발전하고 있다. '탈중앙화' '프라이버시' '자유주의'를 중시하는 문화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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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터넷의 미래가 블록체인의 미래와 맞닿아 있거나, 적어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블록체인의 진짜 가치와 미래'에 대한 정지훈 이사의 강연은 오는 16일 서울 코엑스 C홀에서 개최되는 '블록체인서울2019'(☞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