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후광이 없는 화웨이 폰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화웨이는 1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신제품 발표행사를 열고 메이트30, 메이트30 프로, 메이트30 RS 등 최신 스마트폰 3개 모델을 선보였다.
이날 공개된 메이트30 시리즈는 성능만 놓고 보면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초로 5G 시스템온칩(SoC)를 탑재했다. 화웨이 측은 삼성 갤럭시 폰보다 5G 다운로드 속도가 훨씬 빠르다면서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뒷면에 카메라 4개를 설치한 점도 눈길을 끈다. 특히 독일 라이카 렌즈를 탑재해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메이트30 시리즈는 성능만 놓고 보면 현존 최고 제품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이 제품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구글 플레이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앱들이 없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익숙한 이용자들에겐 큰 불편을 야기할 가능성이 많다.
잘 아는대로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하기 위해선 반드시 상무부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후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거래제한 조치를 11월19일 이후로 유예했다. 하지만 유예 조치는 기존 모델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신모델인 메이트30은 거래제한 조치가 적용돼 구글 앱들이 빠지게 됐다.
■ 구글과 모바일 서비스 계약 승인 못받아…페북·인스타 등은 사용 가능
메이트30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자체가 없는 건 아니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OS만으론 큰 의미가 없다. 구글 플레이를 비롯해 구글 맵, 검색, 브라우저 등 구글의 각종 앱들이 있어야만 제대로 된 안드로이드 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앱들을 사용하기 위해선 구글과 모바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안드로이드폰이란 명칭을 사용하기 위해서도 구글과의 계약은 필수 조건이다.
이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구글의 안드로이드 계약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글은 크게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와 모바일 서비스(GMS) 두 가지를 제공하고 있다.
AOSP는 기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의미한다. 이건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다. 하지만 AOSP에는 플레이 스토어, 검색, 크롬, 유튜브 같은 구글의 인기 앱들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 앱들을 활용하기 위해선 별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안드로이드폰이란 명칭을 쓰기 위해서도 구글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GMS다.
화웨이가 이번에 내놓은 메이트30 시리즈는 AOSP만 활용했다. 최근 공개된 안드로이드10을 토대로 한 자체 운영체제 EMUI10을 기본 탑재했다.
하지만 구글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판매협약(MADA)’은 맺지 못해 각종 앱들은 쓸 수 없게 됐다.
화웨이 측도 이날 행사에서 “메이트30 프로에는 안드로이드 OS가 구동된다”면서 “하지만 구글이 상무부로부터 아직 라이선스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구글 서비스들은 사전 탑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아직까지 상무부에서 앱 라이선스를 취득한 사업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IT매체 쿼츠에 따르면 현재 화웨이와 거래를 위해 미국 상무부에 승인 신청이 접수된 앱은 130개를 웃돈다.
물론 화웨이는 그 동안에도 중국에선 구글 앱들을 쓰지 않았다. 검색을 비롯한 주요 서비스들이 중국에선 금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에선 구글을 대체할 앱들이 적지 않았다. 덕분에 화웨이는 중국 시장에선 구글 앱 없이도 절대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럽 시장 등에선 이런 서비스도 통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화웨이는 자체 운영체제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시장에 내놓을 정도는 아니다.
■ 뛰어난 하드웨어 성능으로 '앱 부족' 약점 극복 가능할까
따라서 메이트10 이용자들은 화웨이 앱갤러리를 통해 각종 앱들을 내려받아야 한다. 또 웹 서핑 역시 크롬 대신 화웨이 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한다.
물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같은 인기 앱들은 화웨이 자체 운영체제인 EMUI10에서도 지원된다. 따라서 메이트10에서도 이 앱들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화웨이 앱갤러리에서 쓸 수 있는 앱이 구글 플레이에 비해선 현저하게 적다는 점은 이용자들에겐 큰 불편 요소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현재 앱갤러리에 올라와 있는 앱은 4만5천개 가량이다. 반면 구글 플레이엔 270만개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앱 이용성 면에서 상당한 불편이 예상된다.
물론 이용자들이 우회 경로를 통해 필요한 앱을 수동 설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술에 밝은 사람이 아닐 경우엔 쉽게 하기 힘든 작업이다.
또 수동으로 앱을 깔더라도 불편없이 사용하긴 쉽지 않다. 잡다한 구글 앱과 서비스에서 불러다 쓰는 라이브러리를 갖추고 있는 구글 GMS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트너의 안네트 짐머만 부사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구글 앱이 없는) 스마트폰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고 전망했다.
화웨이의 메이트30 시리즈는 성능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 출시된 어느 스마트폰에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메이트30 프로는 아이폰11이나 갤럭시 노트10 같은 최신 모델과 직접 경쟁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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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글 GMS가 빠진 부분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익숙한 이용자들에겐 생소한 제품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화웨이는 이런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을까? ‘성능만은 세계 최고 수준’인 메이트30 출시가 시장에서 답해야 할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