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의류건조기 '무상수리'로 해결책 찾을까

소비자 궁금증 10문10답

일반입력 :2019/08/30 15:47    수정: 2019/08/30 18:39

LG전자가 어제(29일) 악취와 먼지 쌓임 현상 등으로 논란이 된 '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145만대 전량에 대해 무상수리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조사인 LG전자가 국내 의류 건조기 시장의 리딩 사업자로 무상수리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는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소비지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그 이유와 궁금증을 추려 정리했다.

‘트롬 건조기 써본 사람들의 이야기’ 광고의 한 장면. (사진=LG전자)

1. 콘덴서 자동 세척 방식이란?

콘덴서는 건조기 통에서 빠져나온 고온 다습한 공기를 통과시켜 수분을 응축하고 공기를 냉각시키는 부품이다. 콘덴서는 공기가 계속 지나가기 때문에 먼지가 축적되기 쉬워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 제품 기능상의 효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콘덴서 세척 방식에는 자동 세척과 수동 세척 두 가지가 있다. 수동세척 방식은 말 그대로 소비자가 뚜껑을 열고 직접 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세척 주기는 최소 6개월에 한번이다.

LG전자가 채용한 자동 세척은 건조기를 사용할 때마다 일정량의 응축수가 모이면 콘덴서 쪽으로 흘러가게 해 콘덴서를 자동으로 씻어주는 방식이다.

2. 다른 제조사는 왜 수동세척 방식 택했나

LG전자를 제외한 국내 제조사들의 건조기는 모두 수동 세척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이 수동세척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당시 대세이기도 했고, 세척하는 데 있어서 자동 방식보다는 수동 방식이 더 깨끗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며 "소비자가 세척 관리만 잘하면 수동 방식이 더 오래 잘 쓸 수 있다"고 말했다.

3. LG전자는 왜 자동세척만 적용했을까

LG 의류 건조기 논란은 자동 세척 기능이 제 기능을 못 했을 경우 소비자가 직접 수동으로 세척할 수 없다는 데서 불거졌다. 콘덴서 위치가 후면에 위치해 있어 사용자 스스로 건조기를 수동 세척하는 것이 불편하고 어렵다. 콘덴서 관리를 위해서는 서비스 기사 도움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세척이 가능하도록 설계를 하는 경우, 수동으로도 내부 구조를 오픈 가능케 하려면 물을 흐르게 하는 구조가 복잡해지고 제품 원가도 올라갈 수 있다"며 "자동세척 기능 때문에 주기적으로 물이 분사돼 소비자가 내부를 오픈했다가 닫는 과정에서 잘못 다루면 누수 가능성도 있어 자동과 수동 두 가지를 병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류건조기의 작동원리 개념도 (사진=LG전자)

4. LG전자가 내놓은 대책은

29일 LG전자는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통해 콘덴서가 매번 세척되도록 하고 바닥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바닥 판과 배수펌프를 교체해주겠다고 밝혔다. 또 콘덴서 부속품에 녹이 발생해 건조 성능이 저하될 경우, 콘덴서 등 관련 부품을 10년간 무상수리하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보다 편리하게 건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검증을 마쳤다"며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시정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가전 업계 A사 관계자는 "근본적인 구조 변경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LG전자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내놓은 자구책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5. LG전자 무상수리 조치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소비자 반응은 냉랭하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닐뿐더러 불편은 소비자가 감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엘지 건조기 자동콘덴서' 네이버 카페 관리자는 "29일, 소보원과 LG가 대책을 내놓은 이후 카페 가입자가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어제만 439명이 새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기준으로 카페 총 가입자는 6천779명이다. 해당 카페에는 '질병방'이라는 게시판이 마련되기도 했다. 공유된 질병 사례는 100건이 넘는다.

LG전자 건조기 사용 시점과 맞물려 둘째 아이와 자신에게 피부염이 발생했다는 카페 멤버 유비씨는 "카페에 올라온 피해 사례를 보고 있는데, 저희 아이와 증상이 비슷해 확신이 들었다"며 "기자님이 카페에 사진들을 한번 비교해보시라"고 말했다.

또 다른 멤버 ㄱ씨도 "LG전자는 녹 발생으로 인한 건조 성능이 저하되는 경우, 무상수리를 해준다고 했는데 인과 관계를 증명하는 건 소비자 몫"이라며 "육안으로 본 녹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불만을 피력했다.

카페 관리자는 "리콜이나 환불을 기대했는데 이번 조치에 실망했다"며 "카페 게시글이나 뉴스 댓글 등만 봐도 이번 발표에 만족하는 소비자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6. 무상수리와 리콜은 어떻게 다른가

LG전자가 제공하는 무상수리는 리콜과 다르다. 리콜은 제조 회사에서 생산 일련번호를 추적해 모든 생산품을 회수해 해당 부품을 점검, 교환, 수리해 주는 제도다. 또 하자가 발생한 제품에 관한 정보를 언론 등에 공개해야 하며, 의무적으로 관련 제품을 수리·보상해야 한다.

반면 이번 LG전자의 무상수리 대책은 소비자가 LG전자 서비스센터에 개별적으로 요청해야만 진행된다.

7. LG전자 건조기, 리콜 대상이 될 수 있나

LG전자 건조기는 리콜 대상이 아니다. 리콜과 무상수리는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 없다로 구분한다. 리콜은 안전과 직결된 부분이 있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리콜은 소비자가 사용하다가 안전 위해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쓴다”며 “LG 건조기 건은 그런 문제는 없기 때문에 품질 개선을 위한 조치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사진=LG전자)

8. 수리 받으면 괜찮을까

한국소비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바닥에 남는 잔존수는 세척에 활용된 응축수로서 먼지 등과 섞여 미생물 번식·악취 발생의 가능성이 있다. 또 이후 건조 과정에서 새로 발생한 응축수와 혼합됨에 따라 오염된 물로 콘덴서 세척이 이루어질 우려가 있다.

LG전자 측은 세척 프로그램 개선을 통해 일정량의 응축수가 모일 경우에만 작동했던 자동세척 기능을 향후에는 응축수의 양과 관계없이 건조 기능 사용 시 매번 작동하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조치로 악취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잔존수로 인한 악취 문제는 해결될 테지만 본래의 자동세척 기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일부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응축수가 고여 냄새가 나는 게 문제가 되니 그걸 해결하기 위해 물을 안 모으고 바로 흘러내리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자동세척이라는 건 충분한 양의 물과 수압이 필수 요건인데 소량의 물로 (콘덴서)세척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9. 무상수리 이후 제품 문제 생기면...

한국소비자원은 향후에도 건조기 불만사항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콘덴서 먼지 쌓임을 방지하는 조치 등은 단기간 안에 효과 검증이 어렵고, 이번 무상수리 조치로 인해 예견치 못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해당 수리 조치 사항이 실제로 검증이 다 안 되었기 때문에 1년 정도까지는 계속 지켜볼 것이다"고 말했다.

10. LG 의류건조기 논란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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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은 LG 의류 건조기 관련 피해 소비자들이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한 민원 건에 대해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국소비자원은 피해 사례 접수자들에게 위와 같은 답변을 보냈다. (사진=엘지건조기자동콘덴서 네이버 카페)

집단분쟁조정 제도는 소비자 50명 이상이 같은 제품·서비스에 유사한 피해를 받았을 경우 한국소비자원 내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일괄적으로 분쟁조정을 하는 제도를 뜻한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성립된 결정 내용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단, 사업자가 조정 결정에 불복하면 소송으로 피해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