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완화적 통화 기조 유지"…추가 금리 인하 시사

금통위원 2명 소수의견 제시

금융입력 :2019/08/30 14:09    수정: 2019/08/30 14:1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건과 상황을 살펴보고 추가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 상황에서 필요 시 통화 정책 여력이 있으며, 이 같은 완화적 통화 기조를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수준인 연 1.5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에서 두 명의 위원들이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를 주장했다.

금통위원 소수 의견 제시, 대외 여건 악화로 인해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린 가운데 이주열 총재는 지난 달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살펴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금통위는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달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 현 시점에서는 대외여건 전개상황 등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추가 정책은 가계부채 증가세, 금융·외환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차례 더 인하 시 역대 최저 기준금리를 기록하게 됨에 따라 추가 통화 완화책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주열 총재는 "통화 정책의 여력이 있냐 없냐는 것을 실효 하한 아래로 금리를 내릴 수 있냐는 가능성을 갖고 말했다"며 "(국내의) 실효 하한은 기축통화국보다는 높고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조금 낮아져 있어 과거에 비해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주열 총재는 "앞으로 경제 상황에 따라 필요 시 대응할 수 있는 통화 정책의 여력은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효 하한 아래로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그는 "원론적으로 말하면 실효 하한 밑으로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대외 리스크 등 국내 경제 하강 우려 등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주열 총재는 금리 인하 폭을 0.25%p(25bp)보다 적게 하는 '베이비 스텝'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 총재는 "25bp보다 작게 조정한 사례도 있지만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이고 정책 금리가 너무 낮아져 정책 여력이 저하된 경우였다"며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조정폭을 25bp로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대답했다.

이주열 총재는 정부 재정 확대가 생산성있는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경기가 어렵다보니까 통화 정책이 완화적이며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오래 전부터 강조했다. 재정을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 이주열 총재는 "한국과 일본을 감안해 보면 소위 한국기업 갈등은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 말을 했다"면서 "직접 영향을 받는 품목의 범위가 어디까지일지 현장에서 규제 시행이 어떤 강도로 이뤄질 지 다르기 때문에 예단하기 힘들어 상황과 시간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계 외화 자금 유출 행태에 큰 변화는 없지만 상시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1.50%)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세계경제는 교역이 위축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및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주요국 국채금리와 주가가 큰 폭 하락하는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 정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건설투자 조정과 수출 및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오름세가 0%대 중반으로 낮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0%대 후반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 수준을 나타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전망경로에 비해 하방위험이 높아져 당분간 0%대 초반에서 등락하다가 내년 이후 1%대 초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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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는 미·중 무역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로 가격변수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됐다. 장기시장금리와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도 큰 폭 상승했다. 가계대출은 증가세 둔화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였으나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오름세를 나타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미·중 무역분쟁,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