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바람의나라: 연, 레트로 IP로 향수 자극 성공

강렬한 원작 이미지와 자동전투의 간극 줄이는 것이 숙제

디지털경제입력 :2019/08/29 10:22

추억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콘텐츠의 리메이크나 복각에 기대하는 것은 보통 두 개다. 하나는 얼마나 확실하게 원작을 재현했는가이며 다른 하나는 당시에는 없던 요즘 콘텐츠를 얼마나 적절하게 배합했느냐다.

지난 26일 비공개테스트를 마친 넥슨의 모바일 MMORPG 바람의나라: 연은 태생적으로 이런 고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임이다. 넥슨의 시작을 알린 PC MMORPG 바람의나라를 모바일 플랫폼으로 옮겨온 게임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바람의나라: 연은 시작부터 이용자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린다. 게임을 시작하면 과거 넥슨 로고가 이용자를 반기고 이어서 바람의나라 테마가 나온다. 오래 전부터 넥슨 게임을 했던 이들에게 살며시 미소가 피어나는 순간이다.

익숙한 색감과 익숙한 캐릭터.

이 밖에도 이용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가 게임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다만 원작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굉장히 오래 서비스 된 게임이기 때문에 당시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왔다가는 오히려 완성도가 떨어져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작과 똑같이 다소 투박한 도트아트 스타일을 채택하고 있지만 색감이나 캐릭터 이목구비의 비율을 좀 더 말끔하게 가다듬은 그래픽이나 스마트폰 가로 모드와 세로 모드 모두를 지원하는 화면비가 대표적인 예다.

바람의나라: 연의 이번 비공개테스트가 지니는 의의는 이 게임이 어떤 의도로 개발 중인지를 대중에게 전달했다는 점이다. 레벨에 상관 없이 모든 지역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해 이용자는 게임 시작과 동시에 국내성과 부여성, 12지신의 유적 등 게임의 대표적인 지역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추억을 다시 한 번 떠올리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구현한 개발진의 노력에 감탄도 보내게 된다.

UI는 모바일 환경에 맞게 재구성됐다.

바람의나라는 서비스 초기 '그래픽 머드'라는 장르로 구분되기도 했다. 텍스트 기반으로 모든 명령어를 직접 키보드로 입력해야 했던 머드 장르에 그래픽 요소를 더한 게임이라는 의미다. 바람의나라: 연에는 채팅으로 아이템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개발진이 바람의나라: 연에서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과거의 것을 현재로 불러오겠다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과거 콘텐츠에 새로운 요소를 접목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바람의나라: 연에는 다른 모바일 MMORPG가 대부분 그렇듯이 자동전투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문제는 바람의나라 원작이 지난 23년간 서비스 되며 쌓아올린 이미지가 너무나 강렬한 탓에 새로운 시스템이나 콘텐츠, 특히 모바일게임에 적용된 각종 문법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요즘 모바일 MMORPG가 갖추고 있는 콘텐츠는 대부분 담아냈다.

원작을 즐기던 이들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자동전투로 진행되는 바람의나라를 보는 것이 어색하다. 게다가 바람의나라는 아기자기한 그래픽과는 정확한 스킬 연계와 꽉 짜여진 합을 요구하는 전투 밸런스를 갖춘 게임이다. 이런 식으로 게임을 즐겼던 바람의나라 이용자 눈높이에 편의성을 추구하는 대신 손맛을 어느 정도 포기한 자동전투는 다소 밋밋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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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냥 시 자동전투는 전투 구성원이 한 팀이 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전투를 치른다는 느낌보다는 다 같이 모여 각자 할 일을 하는 듯이 진행된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격수와 비격수가 각기 다른 목표를 공략한다. 이 역시 이용자 사이의 합을 중시하는 원작의 전투와는 거리가 있다.

넥슨은 바람의나라: 연 CBT에서 게임 개발 방향성을 알리고 이용자 향수를 자극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1996년에 출시된 게임에 2019년 감성을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는 더욱 고민해야 할 듯 하다. 넥슨이 과연 23년의 간극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지가 바람의나라: 연 출시까지 남은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