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시스템 반도체의 기회, 정부 적극 도와달라”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들, 22일 ‘중소벤처기업 미래포럼’서 한 목소리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8/22 18:26    수정: 2019/08/23 08:42

“우리나라 팹리스 회사들은 대기업이 하지 않은 분야를 한다. 사업 규모 자체는 대기업만큼 크지 않지만, 실력은 상당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팹리스 업계에게 기회라고 본다. 정부가 R&D는 물론 R&BD도 확대해주길 기대한다. 또 대기업의 파운드리 개방 확대와 디자인하우스 육성에도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좋은 부품과 아이디어를 모아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융합을 통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 김수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기술력 부족과 시장 진입 실패를 국내 팹리스 업계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고객사인 대기업이 경쟁사가 되는 시장에서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매출이 감소하고 인력이 누수 되는 악순환도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를 키우려면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다시 구성해야한다고 본다.” - 김산 캔버스바이오 이사.

“R&D 지원은 성장잠재력을 위주로 평가해 기업을 선정하는 게 필요하다. 현재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지원은 1년에 1~2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시스템 반도체는 개발에만 최소 2~3년이 걸리고, 비용은 10억원 이상이 든다. 지원규모를 10~20억원으로 늘려야 도움이 될 것 같다.” - 송봉섭 큐버모티브 이사.

“정부가 팹리스 업체에 R&D 자금을 제공한다는 개념에서 그치지 말고, 팹리스 업체가 전주기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R&D를 지원한다는 개념이 필요하다. 얼마나 많은 기업을 지원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수익성 있는 결과를 가져갈 수 있느냐의 관점이 중요하다.” - 최민구 주성엔지니어링 부사장.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박영선)가 22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개최한 ‘제1회 중소벤처기업 미래포럼’에서는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이 이날 제언한 시스템 반도체 육성에 대한 해법은 ▲사업화가 가능한 연구개발(R&BD)의 확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의 인식 전환 ▲대중소 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반도체 생태계 재구성 ▲시스템 반도체 개발을 위한 지원규모 확대 ▲성과중심의 R&D 지원체계 구축 등이 핵심이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은 ‘국내외 환경과 국내 시스템반도체 발전 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대표적인 국내 팹리스 업체인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용 드라이버 IC(집적회로)를, 텔레칩스는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픽셀플러스는 CCTV용 이미지센서(CIS)를 설계한다. 우리나라 팹리스 회사들은 대기업이 하지 않은 분야를 한다는 것이다”라며 “아직 사업 규모 자체는 대기업만큼 크지 않지만, 실력은 상당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2일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제1회 중소벤처기업 미래포럼’ 현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왔는데 이는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의미한다. 앞으로 5G 인프라가 갖춰지면 이후에는 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차처럼 새로운 시장들이 생겨날 것”이라며 “그간 팹리스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지만, 새로운 시장들은 분야가 다양해 팹리스 업계에게 기회라고 본다. 또 기술력도 충분하고 본다. 정부가 R&D는 물론 R&BD를 확대해주길 기대한다. 또 대기업의 파운드리 개방 확대와 디자인하우스 육성에도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환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4차산업혁명이 SoC(시스템온칩) 기회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점’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수환 교수는 “센서 같은 경우, 우리 팹리스 업체들이 기존에는 유럽과 중국의 업체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제품을 팔았다. 그런데 최근 센서 시장이 떠오르니까 이들 기업들이 부품 자체를 제공하지 않아 대안이 없는 상황을 맞았다”며 “이는 예컨대 부품 하나가 10원, 센서 하나가 30원이라고 가정할 때 시스템 반도체와 센서를 결합하면 그 제품은 300원이 넘는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소기업은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융합을 통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며 “또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좋은 부품과 아이디어를 모아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산 캔버스바이오 이사는 반도체 생태계의 재구성을 제언했다.

김산 이사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보면 자국 산업 육성을 통해 팹리스 분야에서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 중국은 자국 기업들로 똘똘 뭉친 서플라이체인이 형성됐지만, 한국의 팹리스 업체들은 시장 다변화를 하기에도 벅찬 상태에서 대기업과 경쟁을 해야한다”며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를 키우려면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다시 구성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기술력 부족과 시장 진입 실패를 국내 팹리스 업계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고객사인 대기업이 경쟁사가 되는 시장에서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매출이 감소하고 인력이 누수 되는 악순환도 일어나고 있다”며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통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정책을 계획하는 만큼 새로운 반도체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송봉섭 큐버모티브 이사는 경쟁력을 갖춘 시스템 반도체 개발을 위한 지원규모 확대를 당부했다.

송봉섭 이사는 “시스템 반도체는 2~3년의 개발 기간과 1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일단 제품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오랫동안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사업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간 정부의 지원에서 소외됐던 게 사실”이라며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개선되면 분명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다. 다만, R&D 지원은 성장잠재력을 위주로 평가해 기업을 선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지원은 1년에 1~2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시스템 반도체는 개발에만 최소 2~3년이 걸리고, 비용은 10억원 이상이 든다. 지원규모를 10~20억원으로 늘려야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시스템 반도체는 제품개발이 완료돼 시장에 진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현금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금융기관과 VC(벤처캐피탈)가 방치하는 경향도 있다. 정부가 유연한 정책을 통해 필요한 부분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민구 주성엔지니어링 부사장은 나아가 성과중심의 R&D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최민구 부사장은 “정부가 팹리스 업체에 R&D 자금을 제공한다는 개념에서 그치지 말고, 팹리스 업체가 전주기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R&D를 지원한다는 개념이 필요하다”며 “얼마나 많은 기업을 지원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수익성 있는 결과를 가져갈 수 있느냐의 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과거에도 파운드리부터 시스템 반도체 설계 양상 사업 등 여러 정책을 내놓았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한때 성장했던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 대부분은 대기업에 인수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는 대기업 관계에 있어 팹리스 업체들이 고객의 수요를 반영해 제품을 설계하고, 이를 다시 제품으로 만들어 대기업 파운드리에 부탁을 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이런 부분에 의식이 바뀔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 참석한 박영선 장관은 시스템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의 이 같은 제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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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장관은 “시스템 반도체를 비롯한 R&D 예산을 올해 획기적으로 많이 만들었다. 이것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느냐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벤처 기업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이라고 본다. 삼성전자는 새로 열리는 신산업(비메모리)에 있어 도약을 위해 많은 변화가 있어야한다고 보고 있다. 중소업체들과 어떻게 손을 잡고 갈 것인지 전략적으로 선택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R&D와 관련해 기존에는 실패하면 책임을 물었지만, 앞으로는 데이터의 가치가 있으면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그 실패를 제기할 수 있도록 R&D 체계를 바꿨다”며 “내년도 예산의 특징은 4차 산업혁명 분야에 집중적인 예산투자다. 중소벤처기업부도 R&D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게 정확히 배분돼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