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KEB하나銀, DLF 손실 놓고 '공방'

노조 "4월부터 임원진에 대책 요구"…은행 "수수료 감면은 불가"

금융입력 :2019/08/21 17:30

해외 채권 금리 하락으로 대규모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게 된 해외 금리 파생결합펀드(DLF) 상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판매 직원들이 4월경부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경영진에 대응책 마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 직원들의 불완전 판매 쪽으로 몰아가선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은행 측은 손실이 난 상품에 대해 논의한 건 사실이지만, 대응책으로 거론된 환매수수료 감면책은 배임 소지가 있어 판매사인 은행이 실행할 수 없는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서울 시내 KEB하나은행 신축 본점 전경.(사진=KEB하나은행)

21일 KEB하나은행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 은행 프라이빗 뱅커(PB)들은 지난 4월부터 DLF 상품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은행 측에 대응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EB하나은행은 2016년 3월부터 영국과 미국의 CMS 금리 연계 파생증권을 2조원 어치 이상 판매해 왔다. 조기 상환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무리 없이 판매됐던 이 상품은 지난 3월 경부터 문제가 생겼다. DLF 상품의 기초자산이 조기 상환 요건과 달라짐에 따라 20% 가량의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리스크를 완화(헷징)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했음에도 손실이 났기 때문에, 대규모 손실이 예견됐다. 이 상품의 경우 3개월마다 조기 상환 요건을 체크하고 시장 변동성 폭에 따라 수익률이 현저히 달라진다. 즉, 손실이 감지된 시점보다 추후 상황이 나쁘다면 빠르게 손절하는게 그나마 투자자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는게 노조 측 설명이다.

현재 KEB하나은행의 DLF 판매 누적액은 3천800억원으로, 금리가 이 수준으로 지속되면 만기 조건에도 만족치 못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KEB하나은행 노동조합 측은 "판매해 온 PB들은 올해 4월부터 손실이 발생하자 환매수수료 감면 등을 통해 고객이 손절할 수 있도록 대응책을 요구했다"며 "PB들의 불완전판매로만 책임을 몰아선 안되고 이 상품을 팔도록 한 경영진과 임원이 책임을 방기하도록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이 2016년 3월부터 위험성이 큰 DLF상품을 만기를 짧게 잡았다는 점에서 노동조합 측은 비이자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만기가 3년이라고 하면 사실 시장이 바뀔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만기가 6개월, 1년이면 이런 희망도 없어지게 된다"며 "DLF 1년 만기 상품을 판매하면 판매 수수료가 1%인데 3년 만기로 수수료 1%를 얻는 것보다 1년 만기 상품을 세 번 재예치해 3%의 수수료익을 얻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KEB하나은행은 "PB들과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는데 손실이 난 상품에 대해 논의한 건 사실이고 지난 4월 3일부터 현재까지 간담회를 9차례 개최했다"면서 "판매사인 은행이 환매수수료를 내리라고 지시할 수도 없을 뿐더라 제멋대로 수수료를 내릴 경우 배임의 여지가 있다"고 답변했다.

은행 관계자는 또 "이 상품을 산 고객이 남아있는데 환매하라고 하거나 수수료를 안받는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KEB하나은행 측은 지난 19일부터 DLF 판매를 한 지방 영업점의 지점장과 본부장 간 컨퍼런스 콜 등을 개최하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본점.(사진=우리은행)

독일 10년물 채권 금리 하락세가 지속돼 90% 이상의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 우리은행은 급변한 시장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금리 인상을 예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시장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올 초 1월 금리를 동결하면서, 당분간 추가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판매했던 PB들이 별도로 은행 실무부서에 요구하는 것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지난 3월만 해도 독일 10년물 채권 금리는 마이너스가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올해 3월 22일 독일 10년물 채권 금리는 -0.011%를 기록, 지속 하락세를 보였다.

우리은행은 독일 국채 10년물 채권 만기수익률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의 경우 6개월 만기 시 연 4%의 쿠폰을 지급하되 손실 조건(독일 10년물 채권 금리 마이너스 0.25% 미만 하락)에 해당하면 손실배수 250배에 비례해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다. 우리은행은 1천255억원 어치 이 상품을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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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LS·DLF란

DLF란 금리·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결합증권(DLS)의 만기 지급액이 미리 정해둔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투자상품이다. DLS는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