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실적 개선을 위한 무기로 100단 이상 고적층 낸드플래시를 꺼내들었다. 최근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고용량 프리미엄 폰 출시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운용업체들도 고용량 저장장치 구매를 재개해 하반기 낸드 수요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 램리서치는 13일 고적층 낸드플래시 양산에 최적화된 반도체 장비 솔루션인 ‘VECTOR DT’와 ‘EOS GS’를 자사 제품 포트폴리오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통상 반도체 장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과 같은 수요업체가 해당 장비를 생산라인에 도입해 가동에 돌입한 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인증을 거치면 최종적으로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절차를 거친다.
램리서치의 VECTOR DT와 EOS GS는 96단 이상의 고적층 낸드플래시 양산에 최적화된 장비로 고적층 낸드플래시 생산에 핵심인 고종횡비(High Aspect Ratio·HAR) 구현에 있어 웨이퍼(반도체 원재료)의 휘어짐(보우)을 방지해 기존장비보다 생산수율을 높이는 이점을 제공한다.
즉, 램리서치의 이번 포트폴리오 추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만큼 고적층 낸드플래시 사업에 주목하고, 생산효율에 주력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램리서치 측은 “우리 고객들은 계속해서 메모리 셀 층의 수를 크게 늘리고 있어 누적 스트레스와 웨이퍼 보우가 리소그래피 장비의 한계를 초과할 수 있다”며 “(고적층 낸드플래시의) 목표 수율을 달성하고 비트당 비용 로드맵을 실현하려면 스트레스로 인한 변형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서 열린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3분기부터 낸드플래시 시장의 수요공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전한 바 있다.
이는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샤오미 등의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256기가바이트(GB) 이상의 프리미엄 폰 출시를 확대하는 것에 더해 데이터센터 운용업체들도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구매에 나서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더욱이 낸드플래시 시장은 지난 6월 일본 욧카이치 도시바 공장의 정전사고로 인해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물량이 줄어 수요가 개선(가격상승)되는 변수를 맞이한 상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128Gb MLC 기준) 고정거래 가격은 6월 말 3.93달러에서 7월 말 4.01달러로 1.78% 가량 상승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2분기 도시바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10~20%에 달하는 적극적인 감산에 나섰다. 여기에 일본 지진으로 인해 도시바 팹이 타격을 받으며 공급이 늘어나던 (낸드플래시) 공급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낸드는 이미 수급이 개선되기 시작해 2019년 상반기 3%를 상회하던 공급 초과는 3분기 수요 공급 충족 상태에 달하고, 4분기부터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반기 낸드 시장의 개선을 전망했다.
국내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당장 3분기부터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D램보다는 낸드의 수요 회복이 먼저 나오면서 낸드는 3분기 흑자전환이 기대된다”며 “반도체 영업이익으로 보면 바닥국면을 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DB금융투자가 예측한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 3분기 실적은 매출 4조2천억원, 영업이익 3천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6일 256기가비트(Gb) 용량의 128단 고적층 낸드플래시 제품을 기반으로 한 기업용 PC SSD 양산에 세계 최초로 돌입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512Gb 용량의 100단 고적층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신규 SSD 제품과 스마트폰용 임베디드유니버설플래시스토리지(eUFS)를 생산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96단 고적층 낸드플래시 생산비중이 높지만, 하반기부터 1테라비트(Tb) 용량의 128단 고적층 낸드플래시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또 내년 상반기부터는 128단 고적층 낸드플래시 기반의 스마트폰용 UFS 제품과 소비자용 2테라바이트(TB) 용량의 SSD 생산에 돌입해 추격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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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는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낸드플래시부터 개선될 것으로 판단, 고적층 낸드플래시 양산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도시바 공장의 낸드 생산 차질로 인한 감산효과가 하반기 낸드 시장의 수급불균형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4.1%로 1위를, 도시바가 18.1%로 2위를, 웨스턴디지털이 15.4%로 3위를, 마이크론이 12.9% 4위를, SK하이닉스가 9.6%로 5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