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단초로 금융보복까지 가할 수 있다는 일부 문제제기에 적극 대처하고 나섰다.
5일 금융위는 일본계 은행이 한국 기업에 대한 신용장 발급 보증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금융 부문에 보복 조치를 가할 수 있다는 일부 언론기사에 대해 반박했다.
금융위 금융정책과는 "일본계 은행이 신용장 보증을 중단하더라도 우리 무역금융이나 금융시스템 전반에 미칠 영향은 미미해 보복 조치로 실효성이 없다"며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기도 하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금융위는 무역거래 결제 형태가 신용장 방식에서 송금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신용장 이용 비중 자체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1998년 신용장 방식 결제는 전체 수입액 중 62.1%나 차지했으나 2018년 15.2%로 감소했다.
여기에 국내 은행 신용도도 동반 상승하면서 일본계 은행의 보증을 받는 비중도 줄었다는 부연이다. 국내 은행의 대 일본 수입 관련 신용장 중 일본계 은행 보증 비중은 2018년 중 약 0.3%, 올해 상반기 중 약 0.1% 수준이다.
금융위 측은 "국내 기업의 신용도가 향상되고 결제 관련 거래 비용 절감에 따라 송금 방식 결제가 늘어났다"며 "올해 7월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 기준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신용등급은 AA, 신한은행·KB국민은행·KEB하나은행의 신용등급은 A+다. 일본 제이비아이씨(JBIC)가 A+이며 미즈호그룹이 A-로 국내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위 측은 "지난 3일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도 시중은행은 일본이 금융 부문에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금융 관련 보복 조치가 취해지더라도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금융위가 연 금융시장 점검회의 때도 손병두 부위원장은 ▲외환보유액 ▲단기외채비율 ▲외국인 투자자금 등을 근거로 국내 금융시장에 일본 수출 규제 여파로 인한 대응여력이 있음을 어필했다. 국내 외환보유액이 지난 5월 기준 4천20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인데다 외화 여유 자금도 넉넉하다는 것이다. 외화여유자금은 292억달러로 3개월 내 만기 도래하는 외화 차입금 255억달러보다 37억달러(약 4조3천억원) 상회한다. 이중 6월말 국내은행의 외화 차입금은 92억6천달러(약 10조6천억원)다.
또 6월 중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 비율도 규제 비율인 80%를 상회하는 111.2%다. 외화 유동성 비율은 향후 30일간 외화 유출액 대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외화 자산의 비율이다. 즉, 111.2%는 30일간 외화 유출이 되는 비율보다 쉽게 유동화할 수 있는 외화 자산이 많음을 의미한다.
■ 이틀새 빠져나간 외인 자금 7천100억여원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셀 코리아'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라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원화 가치는 폭락했으며, 국내 주식 시장에서 외인 자금이 지속 유출되고 있는 상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5.6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1203.6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오전 10시 35분께 원·달러 환율은 1210원선을 돌파해, 전 거래일 대비 17.30원(1.44%) 오른 1215.3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는 1227.50원을 기록한 2016년 3월 2일 이후 3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는 일본 수출 규제 조치 결정 전 지난 1일엔 45억원 매도된 외인 자금이 2일 3천985억원, 5일 3천143억원 빠져나갔다. 코스닥 150 현물과 선물 시장이 5% 이상 급락함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프로그램 매매 효력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를 3년 1개월 만에 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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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2019년 6월말 전체 외국인 자금 중 일본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2.3%(13조원), 채권 투자 비중은 1.3%(1조6천억원)에 불과하다고 진단한 상태다.
금융위는 다만 "매주 금융부문 비상대응 전담반을 개최해 경각심을 갖고 향후 사태 진행 추이 등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