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 물자 심사 신속 절차국) 배제 조치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은행권의 협조를 당부하면서 4개 시중은행(신한은행·KB국민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이 만기 연장과 신규 여신으로 유동성 공급 지원에 나선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신규 자금 지원과 더불어 금리 인하, 상환 유예 등과 같은 금융 편의를 제공한다.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소 4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해 일시적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업체당 10억원 이내 총 1조원 규모의 신규 대출을 지원한다. 피해 기업 중 대출금 분할 상환 기일이 도래하는 기업에 대해 분활 상환을 유예한다. 신규 및 만기를 연장한 대출에 대해 최고 1%p 금리를 인하해준다. 또 '일본 수출 규제 금융애로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피해가 예상되거나 발생한 기업에게 관련 정부지원 정책 등 각종 정보 및 재무 컨설팅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한도를 못박지 않은 상태로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영 안정 자금 투입 외에 대출 만기가 도래한 기업에 대해 상환을 유예한다. 분할 상환 대출을 보유한 피해 기업에 대해 원금 상환을 유예해 준다. 신규 여신 필요 시 금리를 최대 2%p 할인한다. 이밖에 KB국민은행은 수출입 기업들에 대해 외환 스프레드 할인,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우리은행도 일본 수출 규제 피해 기업에 3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에 나선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대표적인 수출규제 피해산업의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대출을 공급한다. 오는 8월 중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과 특별 출연을 통해 5천억원을 우선 지원하며, 2020년까지 1조5천억원의 대출을 지원사격한다.
피해 기업 자금 공급은 500억원을 투입한다. 만기 연장과 분할 상환, 납입 기일 유예 등을 통해 상환 부담을 낮추며 소재·부품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 1.2%p 금리를 할인하고, 핵심 수수료도 전액 면제한다. 우리은행도 '일본 수출 규제 금융애로 전담반'을 영업부문장으로 직속 운영한다.
KEB하나은행은 반도체 제조업 등 일본 수출규제와 연관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의 만기연장을 지원하고, 여행사·저가항공사 등 불매운동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업체를 대상으로도 대출금 상환을 유예해 주기로 결정했다. 일본계 은행 거래기업에 대한 대환대출도 지원한다.
KEB하나은행은 피해기업 뿐만 아니라 피해기업의 임직원에 대해서도 금융지원을 실시한다. 최대 1.0%p 대출 금리를 우대하고 수수료 감면과 대출 연장을 지원하며, 피해기업 임직원을 위한 신규 특화 대출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일본계 저축은행 및 대부업체에서 개인대출 상환 압력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대환을 지원키로 했다.
시중은행과 별개로 정부는 기존 정책자금 지원 프로그램과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신설을 통해 최대 6조원의 자금을 공급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고 있는 경영안정지원자금을 통해 중소·중견 피해 기업에 2조9천억원을, 신설 프로그램으로는 3조8천억원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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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과 정책자금 지원 대상은 ▲2018년 1월 1일부터 해당품목을 수입 또는 구매 실적을 보유한 기업 ▲향후 수입·구매 예정기업으로 구매 계약서 등 증빙이 가능한 경우 ▲앞선 항목 기업과 연관된 기타 피해기업으로 물품거래서·수주계약서 등 객관적 서류와 실태 조사 등을 통해 거래관계·피해사실이 확인된 기업이다. 수출 규제 이전에 부실기업으로 여신 지원이 어려운 기업이나 휴·폐업 기업은 원칙적으로 제외되지만 기관 개별 재량에 따라 만기 연장은 결정된다.
정부는 별도로 수출 규제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소재·부품·장비 기업 전반에 대해 올 하반기 29조원의 정책금융을 집행한다. 29조원 중 약 18조원은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약 11조원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무역보험공사·중소기업진흥공단이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