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을 '백색 국가(신뢰 가능 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대일(對日) 의존도가 심한 일부 석유화학 제품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수입량이 많은 일부 품목의 국내 생산능력이 높다는 점과 대체 공급처도 다양하다는 점 덕분에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일 석화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일본 수입 비중이 높은 제품으로 자일렌(혼합자일렌)과 톨루엔, 사이클로헥세인(시클로헥산) 등이 거론되고 있다.
■ 자일렌·톨루엔 등 日 수입 비중 높지만…업계 "문제없어"
자일렌은 파라자일렌(PX)을 합성하는 데 쓰이는 원료다. 파라자일렌은 흔히 볼 수 있는 페트(PET)병과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또 톨루엔은 파라자일렌을 만들거나 시너 등 도료를 만드는 데 쓰이고, 시클로헥산은 나일론 등의 제조에 활용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10억8천500만 달러(약 1조3천억원) 규모의 자일렌을 수입했다. 전체 수입 자일렌 중 일본산은 무려 95.4%의 비중을 차지했다. 톨루엔 역시 일본 수입 비중이 전체 79.3%에 이른다.
다만 이는 국내 업계가 파라자일렌 생산 설비를 크게 확장하면서 자일렌 수입을 대폭 늘려 발생한 현상일 뿐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워 운송비가 적게 들고, 제품 가격도 그동안 우호적이었다"면서 "국내에서도 생산 여력이 충분하고, 일본산을 대체할 공급처도 많다"고 말했다.
■ "수출규제 확대, 오히려 소재 국산화에 기여할 것"
톨루엔과 자일렌이 수출 규제 대상에서 빗겨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어 주목된다. 이들 품목은 수입 물량 중 대부분이 한일 합작회사에 투입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으로부터 자일렌을 수입하는 현대오일뱅크와 일본 코스모오일의 합작사 '현대코스모'의 상황이 그렇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톨루엔과 자일렌 등 일부 원료는 수출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전 세계 어디에서든 구매가 가능해 조달도 용이하다"며 "시클로헥산 등 다른 원료도 국내외 업체의 공급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가 석화 업계의 소재 국산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일본 수입 비중이 컸던 자동차 부품 역시 업체들이 국내 공급처 확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2년 만에 수입액이 절반으로 꺾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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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원은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 이슈 이후 공급 체인상 안정성을 높이려는 수요자들은 국내 화학 업체들의 소재 사용 비중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어 "한번 소재가 대체되면 일본 업체들이 누렸던 기득권은 오히려 진입장벽으로 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이번 수출 규제도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면 수요자들의 원재료 조달 다각화 욕구가 강해지면서 소재나 화학 부문의 일본 업체 의존도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