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 만의 전파법 전면 개정이 추진된다. 주파수 이용 지위나 이용 대가 등의 큰 변화가 예상되면서 이해당사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수평적 규제체계 도입과 이에 따른 하위법령 변화를 두고 두시간 가량의 토론이 이어졌다.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전파법 개정 공개토론회에는 김지훈 법제연구원 전략기획실장의 주제 발표에 이어 산업계, 학계 연구계, 소비자단체 등 총 14명의 이해관계자가 패널토의에 참석했다.
■ 사전규제 완화하면서 사후 수시검사 확대?
이날 토론회에서는 규제 완화를 위한 무선국 허가관리 제도 개편이 규제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연이어 제기됐다. 무선국 개설규제를 통합 간소화하기 위해 준공검사 대상을 축소하고, 수시검사를 확대하는 방안이 사업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교 교수는 “무선국 준공검사를 완화 폐지하고 수시검사를 대체하겠다고 했는데,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시검사가 더 심한 규제로 다가올 수 있다”며 “향후 하위법령이나 고시 등을 통해 최소한의 수시검사 횟수 등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미 한국통신학회 부회장은 준공검사를 완화하고 수시검사를 강화하는 개정은 사실상 ‘조삼모사’라고 지적했다.
이상미 부회장은 “무선국 허가 관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준공검사를 줄이고 수시검사를 늘리는 것은 조삼모사 적인 행태로, 지양해야 한다”며 “전체적이 검사 규모는 줄이되 혼간섭을 발생케 하는 경우에만 사후규제를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개선안을 설계한 김지훈 법제연구원 전략기획실장은 “준공검사를 축소하는 취지는 주파수를 활용한 서비스를 조기에 정착하고, 준공검사에 필요한 요건을 사업자가 스스로 확인해서 불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율규제를 확대해서 무선국 관리 역할을 분담하자는 뜻으로, 규제가 필요 없어서 간소화하자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전파산업 이해관계자 의견 각양각색
산업계를 대표해 자리에 나선 토론자들은 각 분야가 요구하는 전파법 개정 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전파 이용의 대표적 산업인 이동통신업계에서는 무선국 개설절차 개선과 검사제도의 패러다임 전환, 합리적 대가 산정 등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실장은 “현행 전파법에서는 재할당 대가 산정시 과거 경매 낙찰가를 반영하는데 재할당 주파수와 신규 주파수는 목적과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대가 산정 방식이 구분돼야 한다”며 “전파사용료는 할당대가와 중복부과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한 망구축을 위해 주파수 면허 부여 시 지역별 또는 주파수 대역별 포괄적 단위 적용이 필요하고 준공, 변경, 수시, 정기 섬사 등 무선국 검사는 전파 수요가 급증하는 환경에서 비효율적이다”면서 “준공 변경검사는 폐지하고 정기 수시검사는 검사 관점과 방식의 변화를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조성동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주파수 면허제도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와 과기정통부 사이 심사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방송협회는 지상파 사업자를 대변하는 협회다.
조성동 연구위원은 “방송사는 방송 채널 허가재허가 관련해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심사를 받고 있다”며 “주파수 활용을 위해 과기정통부에 심사를 받게 되면, 방송사는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양쪽에서 심사를 받아야 하는 혼선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위성 사업자인 KT SAT의 박주홍 팀장은 위성 사업자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 위성은 국제적으로 할당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위성에도 동일한 방안을 적용할 경우 해외 위성 사업자 대비 역차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공기업을 대표해 자리한 오중선 한국전략 부장은 “국방 외교 치안 전력 등 국민 생활의 안전과 편의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공익목적의 주파수 이용대가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거나 합리적인 수준의 대가 감면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어, 최호준 대한항공 차장은 “항공사의 경우 정기적으로 매년 무선국 검사를 받고 있는데, 1회당 4~5개월의 시간이 들고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매년 검사하기 보다 기종별로 구분해 검사하도록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전파법 개정철학, 하위법령에도 이어질까
전파법 개정이 이뤄진 뒤 고시와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 따라 법 개정 취지가 많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법 개정 이후 시행령 등을 정할 때도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면허료 관련한 부분은 별도의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으로 정할 수도 있겠지만 상위법에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향 국회 국회입법조사처 팀장은 “전파의 안전한 이용과 관련해서 얼마나 개정이 충분히 담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주파수를 실질적으로 이용하고 피해를 받을 수도 있는 이용자 보호에 대한 내용이 향후 시행령 통해 보완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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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필 실장은 “이번 3차 전파진흥기본계획의 근본 취지에 맞게 하위 법령인 시행령도 ‘주파수 활용 진흥’에 초점을 맞춰 개정돼야 한다”며 “선진화된 전파 관리 체계를 도입해서 전파진흥 및 5G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주파수 면허제도가 도입되고 면허의 종류가 나뉘는 과정에서 내용이 명확치 않기 때문에 하위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져야한다”며 “면허권을 부여함에 있어서 공정성 투명성 객관성 어 게 명확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돼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