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이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에 국내 기업들이 동참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정부가 10월부터 녹색요금제를 도입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발전 생산전력을 구매할 수 있게 된 덕분입니다. 다만 아직 제도와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전 세계 185개 기업체가 참여 중인 'RE100' 캠페인에 대해 소개하고, 우리 재생에너지 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봅니다. [편집자주]
정부가 오는 10월 기업이나 개인이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녹색요금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한다.
녹색요금제는 전력 요금에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을 더한 요금제도다. 전력을 사용하는 주체가 금액을 조금 더 지불하면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로 생산되는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전통에너지 발전 방식보다 친환경적이다. 또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해 환경 오염을 줄이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SR·Social responsibility)'과도 맞닿아 있다.
■ 녹색요금제 10월 시범 도입…'RE100' 뭐길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이 일상인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이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그동안 전무했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과 재생에너지 업계는 녹색요금제 도입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녹색요금제는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처음 언급됐다. 지난달에는 향후 20년간(올해~2040년)의 에너지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명시됐다.
정부가 녹색요금제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간단하다. 민간 기업의 'RE100' 이행 기반을 마련해 투자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목표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개념인데, 이달 기준으로 185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할 정도로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됐다.
녹색요금제 도입으로 RE100 캠페인에 참여할 길이 열리면서 기업들은 환영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1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RE 100 업계 간담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회의에는 한국전력공사, 삼성전자, 삼성SDI, LG전자, LG화학, SK하이닉스, 기업은행 등 7개 업체가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A사 관계자는 "사회적인 책임에 따라 그동안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라는 지적에도 재생에너지 전력을 살 수 있는 제도조차 마련돼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B사 관계자는 "그동안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나선 상황에도 국내 기업들은 따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할 방법이 없었다"면서 "새로운 전력 요금제도가 취지에 맞게 자리 잡는다면 에너지 전환 선언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RE100 인증 없으면 '애플 쇼크' 온다"
녹색요금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려면 종전보다 비용을 더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나선 무엇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기업이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 대응에 주도하자는 취지다. 글로벌 소셜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사례다. 페이스북은 내년 말까지 데이터센터와 사무실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량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은 이를 위해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미국 전역에 총 6개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짓고 있다. 계획 중인 설비용량만 350메가와트(MW)에 달한다. 점차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려, 자사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75%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글로벌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 RE100 참여가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변한 탓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 RE100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하면 계약 성사율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일례로, 한국·대만·일본 등 전 세계 각지에 협력사를 두고 있는 애플 역시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100%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이폰·맥북 등 자사 로고를 단 제품을 무조건 재생에너지로만 생산하겠다는 얘기다.
이 선언은 미국 본사뿐만 아니라 애플과 협력하는 수많은 업체들에 유효한 것이다. 국내 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크다. 애플 협력업체 C사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을 이루지 못하면 '애플 쇼크'가 올 수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며 "애플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계적 업체들이 RE 100 인증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녹색요금제, 태양광이 뒷받침할 것"
재생에너지 발전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REN21)의 '2019 재생에너지 세계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전력량의 26%를 넘어섰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전통에너지와 비교해 점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6월)까지 1.6기가와트(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신규로 설치돼, 올해 목표치(2.4GW)의 66.4%가 보급됐다.
재생에너지 산업 확대는 태양광이 주도 중이다. REN21에 따르면 에너지원별 발전설비 용량은 태양광(100GW, 55%), 수력(51GW, 28%), 풍력(20GW, 11%) 순으로 많았다. 우리나라도 태양광(1천345MW)이 압도적인 보급률을 보이는 상황.
이에 따라 녹색요금제는 태양광 전력을 우선 겨냥할 것으로 주목된다. 오는 2025년까지 전북 새만금 일대에 조성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상 태양광 단지에 업계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련기사
- 새만금에 세계 최대 수상태양광 단지 생긴다2019.07.19
- 재생에너지 상반기에 1.6GW 보급...올해 목표의 66%2019.07.19
- 기업들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길 열린다2019.07.19
- "작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전력생산량 26% 초과"2019.07.19
민간자본 약 4조6천억원이 투입되는 새만금 수상 태양광 발전단지는 내년 하반기 착공돼 2025년 완공된다. 설비용량은 2.1GW로, 약 10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수상태양광 설치량인 1.3GW보다 1.6배 더 많은 것이다.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은 기업체로의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뿐 아니라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 이행에도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정부는 앞서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서 오는 2030년까지 총 30.8GW 규모의 태양광 확보를 목표로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