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결제한도 폐지 발표 열흘...게임업계 "시스템 완비 시간 걸려"

[이슈진단+] PC온라인게임 성인 결제한도 16년만에 폐지(하)

디지털경제입력 :2019/07/05 10:19    수정: 2019/07/05 10:34

지난달 26일 PC온라인게임의 성인 결제한도 폐지가 발표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발표가 있은 다음날인 27일 관련 내용을 담은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분류 규정 일부개정안을 시행했다.

당시에는 당장이라도 이용자들이 게임 아이템을 구매해 PC온라인게임 시장이 활기를 띌 것만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정책이 시행된 지 열흘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게임업계에 이렇다 할 반향은 없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성인 결제한도 폐지가 실제로 업계에 적용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전망한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용자가 자유롭게 PC온라인게임 내에서 결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스템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달라진 제도를 게임업계에 적용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지만 산적한 문제가 많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결제한도 폐지 시행 열흘...실제 적용은 아직

PC온라인게임 성인 결제한도가 폐지가 시행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게임업계는 이전과 다름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 결제한도 폐지의 최대 수혜자로 예상되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을 비롯해 PC온라인게임을 서비스 중인 게임사들은 모두 자사 게임에 여전히 결제 한도를 적용 중이다. 실제로 주요 PC온라인게임 게시판에는 여전히 결제한도가 적용 중이라며 언제쯤 결제한도가 사라지냐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각 기업 관계자는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준비 중인 자가한도 시스템 가이드라인이 전해지면 이를 기반으로 성인 결제한도 폐지를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건강한 소비문화 조성을 위해 심층적 논의와 검토를 거쳐 자가한도 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의 가이드라인이 배포되면 이에 맞춰 서비스를 개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펄어비스 등 국내 주요 PC온라인게임의 아이템 구매를 지원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토스도 성인 결제한도 폐지 적용을 준비 중이다.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윤기열 실장은 “제도가 변경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렇다 할 변화는 확인되지 않는다. 성인 결제한도 폐지에 맞춰 이와 관련해 가맹사와 여러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 한국게임산업협회 "자가한도 가이드라인 준비...PG사와 개별 협의도 진행"

PC온라인게임 성인결제 한도 폐지 발표에 맞춰 자가한도 시스템 도입을 예고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성인 이용자가 게임 내 결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각 카드사와 개별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신용카드사의 수가 많다는 점이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16개의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게임 내 신용카드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의 게임사 역시 엔씨소프트와 비슷한 수의 신용카드사와 제휴 중이다.

각 신용카드사는 저마다 다른 게임 내 결제한도 규정을 갖고 있다. A카드사는 1회 50만원1일50만원의 결제한도를 적용하는가 하면 B카드사는 1회 10만원1일 30만원1일 6회의 결제한도를 적용하는 식이다. 신용카드사에 따라 결제한도에 차이를 두거나 1일 결제횟수를 제한하기도 하는 등 그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각 신용카드사가 저마다 다른 이유로 각자 규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산업협회가 PC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를 모든 성인 이용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카드사와 개별적으로 접촉해 설득하고 자가한도 시스템 적용을 위한 협약도 진행해야 한다. 성인결제 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카드사뿐만 아니라 게임사가 이용 중인 PG사와 관련 문제에 대해 논의 중이다. 자가한도 시스템을 통해 합리적인 게임 소비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자가한도 시스템은 ▲월 2회 한도 조정 ▲각 게임사별 최대 결제 한도 설정 ▲개별 소비정보 페이지 운영을 골자로 하는 시스템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이를 통해 이용자가 본인의 결제 내역과 게임 이용 패턴을 고려해 소비를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 게임업계 "당장의 반향보다 장기적 성장동력 마련에 의미"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성인 결제한도 폐지를 반기면서도 급할 것 없다는 반응이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부작용 없이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모습이다. PC온라인게임을 서비스 중인 대부분의 게임사는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준비 중인 자가한도 시스템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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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임산업협회가 자가한도 시스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면 각 게임사는 상시 이용 가능한 결제 관련 제반정보 페이지를 운영하고 개별 요청에 따라 별도 알림 서비스를 지원한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현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으며 완성 되는대로 각 게임사에 이를 공지할 예정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인 결제한도 폐지는 16년 만에 PC온라인게임 업계가 얻은 귀중한 기회다. 최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해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라며 "매출을 올릴 기회라고 노골적으로 과금을 유도하는 BM을 적용하면 이용자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 이번 기회를 장기적인 모멘텀으로 삼기 위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