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일본 정부가 공식화한 대(對) 한국 첨단 소재 수출 규제 중 하나인 '개별 수출 심사'가 4일 0시를 기해 발효됐다.
이에 따라 한국에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에칭 가스나 이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 등을 수출하려는 일본 기업은 오늘부터 각 건마다 수출 심사를 신청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대 한국 관련 수출 규제 관련 보도자료 이외에 구체적인 심사 절차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일본 내 학계에서는 이런 조치가 WTO 협정 위반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 "심사 후 수출 불가 판정시 WTO 규정 위반 소지"
개별 심사와 관련 일본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예상된다. 먼저 하나는 최대 90일간인 심사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수출 허가를 지연시키는 전략이며, 또 다른 하나는 심사 기간 이후 수출 불가 판정을 내려 수출 자체를 막는 것이다.
그러나 수출 불가 판정은 WTO(세계무역기구)가 규정한 GATT(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제11조 위반 가능성이 있다. 이 조항은 '수출입 물량제한의 금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관세보다 쉽게 무역을 제한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아사히신문과 닛케이에 따르면, 국제경제법 관련 전문가인 와세다대학 후쿠나가 유카(福永有夏) 교수 역시 이 점을 지적하며 "수출 심사 후 불가 판정을 내리면 WTO 협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후쿠나가 교수는 "한국 수출시에만 개별 심사 절차를 요구한다면 WTO 협정에 규정된 '최혜국 대우'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 경제산업성 "수출 규제 철회 없을 것"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에 한국 정부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은 지난 1일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 출석한 외교통상부 강경화 장관은 이번 수출 규제에 대해 “불합리하고 상식에 반한 보복 조치이며 일본에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의 조치로 간접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국가와 협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런 발언에 대해 "일본산 소재로 제조된 반도체는 미국이나 중국 등에 수출되는 스마트폰이나 PC에 탑재되며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 등 관련 국가와 협력해 일본에 압력을 행사하고 규제 조치 철회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같은날 일본 경제산업성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장관은 조치 철회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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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세코 장관은 "(수출 규제) 철회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안보상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수출할 때는 확실한 관리가 필요하며 각국이 책임지고 (관련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출무역관리령'에 등재된 '백색 국가'(신뢰 가능 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문제에 대해 "백색 국가는 27개 나라에 불과하며 한국은 백색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와 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외교상의 문제와도 관련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