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동우회 "수출 규제, 한국에 영향 더 클 것"

"극단적 보복조치 가능성 낮지만 규제 강화는 역효과"

디지털경제입력 :2019/07/03 06:44    수정: 2019/07/03 06:46

일본 경영자 협·단체 중 하나인 경제동우회(經濟同友會)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대상 첨단 소재 수출 규제 관련 견해를 밝혔다.

2일 일본 경제동우회 기자회견 (사진=유튜브 경제동우회 채널)

경제동우회는 1947년 설립되어 올 3월 현재 176개 회원사를 보유했으며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일본 상공회의소와 함께 3대 경영자 단체로 꼽힌다. 과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에게 ‘야스쿠니신사 참배 중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이 단체 회원사의 사쿠라다 신고(櫻田謙悟) 대표 간사(솜포 홀딩스 대표이사/CEO)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수출 규제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보내는 일정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3개 핵심 소재는 일본보다 한국 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사쿠라다 대표 간사는 "양국 정부가 극단적인 보복조치를 반복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는 어려우며 그 여파 역시 미·중 무역분쟁보다는 적다. 현재 상황은 비관적이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규제 강화나 관세 인상이 이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며 감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진행된 기자회견 중 한국 대상 첨단 소재 수출 규제 관련 질의응답 요약.

Q. 수출 규제와 관련하여 정치적인 대립이 한·일 양국의 경제는 물론 반도체의 세계적인 공급 문제로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규제에 대한 대표 간사의 견해는.

- 스가 요시히데(菅 義偉) 관방장관의 회견에서도 "신뢰관계가 현저하게 손상되었다고 밖에 할 수 없다"는 발언이 있었고, 그에 대해 제가 무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본 단체(경제동우회)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계도 마찬가지지만, 빠른 시일 안에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길 바란다. 그러나 정치와 경제는 세계 어디서나 상호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는 WTO(세계무역기구)의 규범에 따른 것이라 이해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라 본다. 그러한 메시지를 한국 정부도 진지하게 받아들여 경제 관계가 조속히 정상화될 것을 기대한다.

2일 경제동우회 사쿠라다 대표 간사의 발언 내용 중 일부. (사진=NHK 캡처/독자제공)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 수소) 등 총 3개 핵심 소재에 한정해 본다면, 이번 조치가 일본 경제에 가져다 줄 영향은 사실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3개 핵심 소재는 한국이 만드는 OLED 디스플레이 및 이를 탑재한 제품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완성품에 없어서는 안될 부품이며, 일본에서 수출되는 부품이 없다면 부가가치 제품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일본에서 한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조치가 될 것으로 본다.

또 이번 메시지가 올바르게 전해지지 않거나, 또는 어떤 사정으로 인해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한 번 '백색 국가'로 인정된 국가가 제외되는 조치는 지금까지 시행된 적이 없으므로, 경제적·정치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다.

일본 정부의 메시지를 한국 정부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경제에 대한 악영향이 확대되기 전에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려 주길 바란다.

Q. 일본 정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양국의 신뢰관계가 현저히 흔들렸다'는 표현은, '정치적으로 나라와 나라가 약속했던 내용이 일방적으로 파기되어 신뢰관계가 흔들리고 있으며, 이대로는 정치 뿐만 아니라 무역을 포함한 경제는 복구되지 않을 것이며, 곤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본다. 일본 정부도 한국과 등을 돌리고 싶어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Q. 그러한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보복조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인식도 있다.

- 현재 (일본의) 대 한국 수출액은 약 6조 엔(약 61조원), (한국의) 대 일본 수출액은 약 3조 엔(약 31조원)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양이 더 많을 것이다. 보복조치의 악순환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특정한 국가(주 : 중국으로 추정)가 자주 이용하는 수법까지 동원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양국 정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양국 정치의 영역에서는 조금 전 말했던 것과 같은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지만, 일본 경제계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계도 조속한 정상화를 바라고 있을 것이므로, 그러한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Q. 일본이 한국 제품에 규제를 가하면 완제품 생산이 지연되어 거꾸로 일본 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을까 하는 지적이 있는데.

- 일본이 수출한 반도체 부품이 한국 국내에서 완제품이 되어 그 제품을 제3국으로 수출되는 상황이다. 일본이 부품 수출 심사를 엄격하게 한다면 한국 경제가 정체된다. 그 결과 일본이 어떻게 될 것이며 어느 정도 상황이 심각해질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단, 경제 규모로 비추어 봤을 때 미·중 무역분쟁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Q. 이번 조치는 단순히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인데, 관세 인상 등 강력한 조치는 아니다. 이 조치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고 보는가. 또 협상을 위해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 경제계는 빠른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 정치와 경제는 떼어 놓을 수 없지만 정치에 대해서는 일본 측보다 한국 측이 답보 상태이며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는 인식이 있다. 정치 관련 문제를 해결하면 경제 관련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

단 정치 문제는 한국 국내 정세 문제로 보이며, 저 자신이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밝히기는 어렵다. 추가 조치를 감행하거나 관세를 인상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문제 해결에)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혹은 외교적으로 변함 없는 태도를 취했다. 일관되게 해 왔던 것을 바꿔서는 안될 것이며, 일본 경제계도 정부의 견해를 존중하면서, '자유무역은 일본 경제에 대해 이득'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가운데,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Q. 올 5월 개최 예정이었던 '한일경제인회의'가 연기되기도 했다. 양국간 경제 협력이나 교류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는데.

제50회(2018년) 한일경제인회의. (사진=한일경제협회)

- 한국이 영원한 이웃나라라는 사실은 분명하며 그것을 양국이 인식한 가운데 어떻게 교류할 것인지 당연히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낙관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일본 국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한국 지도층과 재계 인사의 노력 이외에 방법이 없다. 경제계 인사끼리의 만남은 굳이 컨퍼런스나 회동을 여는 것 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간의 교류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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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단체(경제동우회)도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고 자주 왕래하고 있다. 실물경제나 실생활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는지 알고 있으며, 저는 그러한 의견이 반드시 정계에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상만큼 비관적이지 않다. 혹시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며 경제계도 좀 더 목소리를 내야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