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수출규제 불공정, WTO 제소 강력대응"

반·디 업계 '피해 최소화 대응책 필요…일각선 WTO 무용론도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7/01 17:19    수정: 2019/07/01 17:55

정부가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에 대응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반발해 취한 이번 조치는 WTO 협정상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일본이 발표한 수출통제 강화조치에 대해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성 장관은 이어 “수출제한 조치는 WTO 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지난주 일본의 의장국으로서 개최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선언문의 합의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우리 정부는 그간 업계와 함께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비해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을 추진해왔다. 앞으로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 (자료사진=산업부)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도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우려는 깊다. 자칫 중장기적인 수출규제로 이어질 경우 생산라인 가동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식각공정에 사용되는 불산과 반도체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감광액은 일본이 세계 최고의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간 내에 대체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반도체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당장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원(재고)을 사용해 별다른 영향이 없겠지만, 앞으로 시장상황에 따라 가동률이 달라질 수 있어 피해가 없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며 “일본 정부가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현실화 할 경우, 건당 심사 시 최대 90일에 달하는 기간이 소요되는데 WTO에 제소를 해도 90일 안에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좀 더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이 국가 안보차원에서 수출규제에 나섰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이는 WTO 제소에 해당하지 않아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산업부 산하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일본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이번 수출규제에 나섰다는 입장을 고수하면, 우리 정부도 딱히 이를 막을 방안이 없다”며 “산업부가 그간 대일 관계 악화 상황을 고려한 대응책 마련에 힘써왔지만, 일본이 자국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수출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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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해 총 12개이던 각 국가 분류에 한국 제재를 위한 새 분류란을 신설한 것을 보면, 아예 한국을 적국으로 보고 적극적 제재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며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악화된 한일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의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불산, 감광액, 투명 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규제 계획(4일부터 시행 예정)을 발표하고, ‘외환 및 외국물자법’ 하위 시행령 ‘수출무역관리령’에서 우리나라를 신뢰 가능한 ‘백색 국가’에서 제외시켰다. 나아가 일본 업체들의 감광액, 불산, 투명 폴리이미드 수출 또는 이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나 기술 이전 시에는 각 건에 대해 개별 수출 심사(90일)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