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암호화폐) 취급 업체에도 기존 금융권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권고안을 공개하면서 국내에서도 후속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FATF가 자금세탁방지 의무 주체로 명기한 가상자산 서비스 공급자(VASP)가 어디까지 적용되는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디라이트가 2일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에서 개최한 '블록체인 산업의 법률적 현안 및 글로벌 동향' 심포지엄에선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갔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김동환 디라이트 변호사는 'FATF의 최종권고안과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 "특정 플랫폼 내 거래만 해당…P2P 거래소는 해당사항 없어"
FATF 권고안의 적용을 받게 되는 대상은 어디까지일까.
지침서에 따르면 FATF 권고안을 이행해야 하는 VASP는 가상자산(VA)을 인정하고 교환하는 등 VA 관련 금융서비스를 하는 모든 대상을 말한다. 또 가상자산은 기존 금융제도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암호화폐를 의미한다.
김 변호사는 대표적인 VASP는 암호화폐 거래소라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 외에도 VASP에 해당할 수 있는 사례를 설명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디앱 소유자·운영자도 VASP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토큰만 발행하는 ICO 당사자는 VASP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는 "토큰만 발행(ICO)하는 당사자는 VASP에 해당하지 않지만, 디앱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VASP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디앱의 경우, 일반적으로 VA를 이용수수료로 지급하게 되는데, VA 여부와 상관없이 가치의 교환이나 양도를 촉진하는 서비스 사업자는 모두 VASP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외부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P2P 거래소는 VASP에 해당하지 않는다. 김 변호사는 "중요한 요소는 플랫폼 내에서 거래가 이뤄지는지 여부"라며 "특정 토큰을 특정 가격에 거래하고자 하는 구매자와 판매자를 매칭시키는 포럼 등만을 제공하고, 당사자들이 플랫폼 외부에서 거래하는 경우는 VASP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개인도 VASP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원칙적으로는 직접 재원을 획득해 일회성으로 교환하거나 양도를 하는 개인은 VASP에 해당하지 않지만, 전문적으로 해당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VASP 대상자들은 ▲자금세탁방지 관련 규제·감독을 받게 되며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부과되고 ▲가상자산 취급업소는 규제 당국에 인·허가 또는 신고·등록을 해야 한다.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에는 혐의거래보고제도(STR),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TR), 고객확인의무제도(CDD) 등이 포함된다.
또 FATF를 반영한 국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며 ▲실명 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해야만 영업이 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FATF의 주석서가 나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한국에서 받는 상호평가에는 해당 내용이 적용되긴 어렵고, 내년 6월에 있을 점검에서 권고안 내용이 이행됐는지 확인될 것"이라며 "내년 6월 전에 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될 거라고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 VASP 대상자들은 FATF 권고안에 따른 정부입장을 기다리는 동시에 특금법 개정안에서 말하고 있는 여러 조건을 먼저 충족시켜 대비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FATF 권고안, 어떻게 나오게 됐나
FATF는 지난 6월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하는 업체에도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새로운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FATF 회원국인 우리나라는 2020년 6월 FATF 총회에서 권고안에 따른 국제 기준 이행사항을 점검받게 된다.
평가가 안 좋을 경우 국가 신용 등급에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내년 6월까지는 FATF 권고안을 국내 법에도 반영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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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F는 2014년 7월부터 암호화폐와 관련된 리포트를 발간하며, 자금세탁 위험에 대해 주목해왔다. 특히 FATF는 지난해 10월 암호화폐를 '가상통화'라고 명명했지만, 이번 권고안에는 '가상자산'이라고 용어를 변경했다.
이날 발제를 밭은 김 변호사는 "통화에서 자산으로 그 범위를 확대시킴으로써 규제를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