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세탁방지 규제 표준을 만드는 조직인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취급업체를 정조준한 강력한 권고안을 채택했다. 권고안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 수탁업체, 디지털 지갑 업체 등은 거래 발생 시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FATF는 22일 미국 올랜도에서 총회를 열고 각국 금융 규제 기관이 암호화폐 취급업체를 관리감독하는 방안을 정립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번 권고안 채택으로 암호화폐 취급업체도 기존 금융권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 받게 됐다. 이제, 암호화폐 취급업체들도 송금자과 수신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수신인 쪽 업체에도 해당 거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암호화폐가 어떻게 이동했는지 기록해야 한다는 의미로 '여행 규정'이라고 부른다.
각국의 금융 규제 기관은 암호화폐 취급업체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다하는지 관리감독하기 위해, 이들 업체에 대한 등록제나 면허제를 실행해야 한다.
FATF 권고사항은 그 자체로 강제력이 있진 않다. 하지만, 권고안 준수 여부가 국가 신용평가에 반영되고, 권고안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국가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경제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회원국들은 FATF 권고안을 각국 관련 법안에 반영해 실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FATF는 오는 10월 이번에 채택된 암호화폐 관련 권고안을 'FATF 평가 방법'에 포함시키고, 각국이 이를 준수하고 있는지 적합성 평가를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FATF 권고안을 따른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이하 특금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 3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금법 개정안이 FATF 지침을 가장 충실하게 담고 있다.
김 의원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FIU의 신고 수리를 획득한 암호화폐 거래소만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실명계좌가 없는 경우 신고 수리가 거부될 수 있고,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신고가 취소될 수 있다.
암호화폐 취급업소들은 FATF의 새 권고안을 암호화폐 거래에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위에서 발행된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익명화된 지갑을 이용해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 확인이 제한적이다. 암호화폐 취급업체가 자사 서비스에 가입된 고객정보는 알수 있지만, 고객이 누구에게 돈을 보냈는지는 알기 어려운 환경이다.
따라서 FATF 지침을 준수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영업이 불가능해 질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회가 21일 개최한 'FATF 규제권고안에 따른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대응방안 마련' 간담회에서 미츠비시은행의 김진희 아태지역 준법감사 담당 상무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제일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기술적 특성상 수신자 정보는 볼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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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하진 자율규제위원장은 "FATF의 규제안은 비행기가 새로 나왔는데, 비행기를 도로교통법에 적용하려 하는 것과 같다"며 "당연한 규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구의 지갑인지 모르고 거래가 이뤄지는데 이걸 통제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는 28일~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될 G20정상 회담에도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국제적인 차원의 합의가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