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누진제도 내에서 여름철 7~8월 두 달간 요금할인 폭을 늘리는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안이 28일 한전 이사회의 문턱을 넘었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다음 주 전기위원회 심의와 인가 뿐이다. 절차가 모두 끝나면 바로 다음 달부터 가구당 전기료 부담이 1만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을 한전 전기료 약관에 반영키로 했다.
■ 한전, 1시간 45분 비공개 회의끝에 개편안 의결
임시 이사회는 김태유 의장(서울대 명예교수)과 이정희 한전 상임감사위원, 김종갑 한전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45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의장은 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을 만나 "주택용 전기요금 체제개편을 위한 기본공급약관 개정안은 원안 가결됐다"며 "이와 함께 전반적인 전기요금체제 개편 안건도 함께 가결됐다"고 말했다.
앞서 한전 이사회는 지난 21일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 측이 최종 권고안으로 확정한 누진제 개편안 의결을 한차례 보류했다.
당시 이사회는 여름철 전기료 할인에 따른 한전의 적자 보전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전이 올해 1분기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고, 또 일부 한전 소액주주들이 사 측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나선 상황에 이사회가 개편안을 쉽사리 수용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 1천600여가구 월평균 전기료 1만142원 인하
누진제 TF가 최종 권고안으로 채택한 1안은 '여름철 누진 구간 확대안'으로 불린다.
이는 현행 누진 요금체계를 유지하면서 7월과 8월 누진 구간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다. 지난해에도 한시적으로 이 방식의 요금체계가 적용된 바 있다.
이 권고안이 적용되면 7~8월 전기료 누진제 1단계 구간은 200킬로와트시(kWh)에서 300kWh 이하로 확대된다. 2구간과 3구간도 각각 301~450kWh, 450kWh 초과로 구간 범위가 넓어진다.
이에 따라 약 1천629만가구(지난해 추산 기준)가 월평균 1만142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게 됐다.
한편, 한전 측은 개편안이 원안대로 가결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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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공기업인 한전이 정부가 마련한 개편안에 계속 반기를 드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정부가 한전에 별도의 재정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한전의 적자부담을 고려해 관계부처, 국회 등과 협의를 거쳐 전기료 인하에 따른 일정 손실분을 재정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