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처음 1조원 규모를 넘어선 한국 클라우드컴퓨팅 시장을 놓고 국내외 IT기업의 경쟁이 심화 추세다. 한국 소프트웨어 사업자들이 이런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파고를 넘으려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야 한다.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의 인프라와 플랫폼에 연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이달초 발간한 '인공지능 확산의 핵심 인프라, 클라우드 산업 동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의 진단이다.
보고서는 국내 시장 주요 동향으로 "글로벌 기업의 진출 확대 속에 경쟁력 확보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고 봤다. 클라우드 서비스형인프라(IaaS) 중심 시장이 형성돼 있고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글로벌 기업의 국내시장 진출이 강화 추세라고 평했다. 국내 진출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 2017년 기준 67%라는 IDC 통계치를 인용해 제시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은 국내 데이터센터를 임대하거나 직접 구축하는 형태로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구축된 클라우드 사업자별 데이터센터는 AWS가 3곳, MS가 직접 구축한 1곳을 포함한 3곳, IBM와 오라클과 어도비가 각 1곳이며 구글은 내년중 데이터센터 개소를 예고한 상태다.
보고서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를 지난해 1조145억원으로 파악한 통계를 인용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7천519억원에서 오는 2021년 1조4천400억원으로 연평균 14.8%씩 성장할 전망이다. 같은기간 21.9% 성장률을 보일 세계 추세보다 완만하다.
보고서는 국내외 각 클라우드 사업자의 2016~2018년 연도별 시장 점유율을 파악하고 1~5위로 서열을 매긴 시장조사업체 IDC의 통계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 통계는 IaaS 시장, 서비스형플랫폼(PaaS) 시장,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시장을 구별하고 있어, 통합된 시장 범주에 기반한 사업자별 점유율과 순위까지는 알 수 없다.
2018년 기준 IaaS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을 보면 AWS가 51%, KT가 20%, LG유플러스가 3%, IBM이 2%, '나머지(Others)' 업체가 24%다. PaaS 시장을 보면 MS가 18%, AWS가 13%, 오라클이 10%, 세일즈포스닷컴이 8%, 나머지가 53%다. SaaS 시장을 보면 SAP가 9%, MS도 9%, 더존비즈온이 5%, 비바시스템즈가 3%, 나머지가 74%다.
클라우드 IaaS, PaaS, SaaS, 각 분야 선두는 모두 글로벌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PaaS 영역의 순위권에는 한국 회사가 없다.
하지만 다른 영역 대비 규모가 큰 IaaS 시장에선 2위와 3위가 KT와 LG유플러스고, SaaS 영역에선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 더존비즈온이 3위에 올라 있다. 지난 3년간 KT와 LG유플러스의 순위가 IaaS 시장에서 바뀌진 않았지만 성장세로 추정되고, 더존비즈온은 2016년 순위 밖에 있다가 2017년 비바시스템즈를 제치고 3위에 오른 뒤 2018년에도 점유율을 끌어올린 사례다.
보고서를 작성한 NIPA AI융합산업본부 클라우드산업팀 연구자들은 "국내 IaaS 시장의 경우 AWS, KT 등 시장 지배적인 기업이 점유하고 있으나 SaaS의 경우 최대 점유율이 10% 미만으로 국내기업의 성장·진출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고 지적했다.
또 "KT, NBP, 더존비즈온, 영림원소프트랩 등 국내 기업도 클라우드비즈니스 전환, 관련 신서비스 출시 등 시장경쟁력 확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클라우드 전문기업이 부족하고 글로벌 기술 수준 등 격차가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NIPA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클라우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략적 접근이란 클라우드 확산을 위한 제도적 제약 해소, 전통적 소프트웨어 개발과 유통 패러다임 전환, 강점산업과 미래유망산업 적용 확산, 데이터주권 확보와 특정 플랫폼 종속 방지를 위한 인프라 강화 등이다.
제도적 제약 해소는 금융분야에 이어 의료와 교육 등 서비스산업 분야의 규제개선과 시범사업을 추진해 클라우드 확산을 촉진하자는 제안이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유통 패러다임 전환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기존 소프트웨어를 SaaS로 만들고 비즈니스 모델도 전환하자는 제안이다. 제조, 조선해양, 의료, 금융, 보안 등 국내 강점과 특성을 반영한 분야별 SaaS 개발을 지원하고 선도기업과 협력해 세계화를 촉진하는 방법이 언급됐다.
한국 SaaS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유도할 방안으로 AWS와 MS 등 글로벌 기업의 PaaS와 IaaS 연계도 꼽혔다. 세계 무대에서 기회를 얻고자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라면 글로벌 시장에 접근이 유리한 인프라와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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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NIPA 조성현 클라우드산업팀장은 "개발 지원 대상 SaaS 기업이 어떤 사업자의 IaaS와 PaaS에 연계할지는 자유로운 선택에 달려 있는데, 아무래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하려는 경우 글로벌 기업의 클라우드에 연계하길 선호한다"면서 "굳이 해외 시장을 바라보지 않거나 한국 시장에 특화된 SaaS를 제공하고자 한국 클라우드와 연계하고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우리 IaaS 기업 단독으로 AI, IoT 등 많은 신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역부족이므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대중소기업이 협업하는 얼라이언스 체계 강화" 추진이 필요하다며, 데이터 주권 확보와 특정 플랫폼 종속 방지를 위한 대중소 협력 시나리오 차원에서 한국의 IaaS 사업자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