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 ↔ 지성규 하나...같은 듯 다른 디지털 전략

신한은행 "결제 시장 집중" 對 KEB하나은행 "빅테크와 맞손"

금융입력 :2019/06/27 16:00    수정: 2019/06/27 17:39

단 5일 차이로 나란히 취임 100일을 맞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의 같은 듯 다른 '디지털 전략'이 업계 관심을 끌고 있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28일이 취임 100일이고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오는 7월 3일 취임 100일이다. 두 은행장은 취임한 뒤로 국내외 금융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디지털 전략'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아왔다. 해외 진출 시 영업점을 만들고 출장소를 개소하기 보다 디지털 채널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이런 변화는 불가피해보인다. 금융권 영업 채널이 지점에서 모바일과 같은 비대면으로 급속히 옮겨 가고 다양한 핀테크의 태동으로 국내 리테일도 포화 상태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은행은 구체적인 방식에서는 서로 다른 전략을 쓴다. 신한은행은 핀테크 결제업체와의 합종연횡으로 '카카오페이' 같은 모델을, KEB하나은행은 기술 기업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해외 리테일 수익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 진옥동 은행장, 디지털 결제 시장 확대 주력

신한은행은 베트남·홍콩 등 해외의 핀테크 업체와 손잡고 모바일 지급결제서비스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간편결제 플랫폼은 추후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대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서다. 핀테크뿐만 아니라 선불카드 사업자 등 신한은행의 해외 글로벌 디지털 파트너들은 다양하다.

신한은행 진옥동 은행장.(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은 베트남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박항서 감독을 내세워, 베트남 메신저 '잘로'와 소액 대출 서비스로 현지·모바일 영업 쌍끌이 중이다. 잘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대출 가능금액과 금리를 조회, 신청하면 자격 심사를 통해 신한베트남은행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이밖에 홍콩 비접촉식 선불카드 사업자 '옥토퍼스'와도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옥토퍼스는 홍콩 시민 99%이상이 대중교통·소액결제로 쓰는 카드로, 신한은행은 이를 통해 디지털 결제 서비스의 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홍콩 시민에만 그치지 않고 국내 고객이 옥토퍼스를 통해 돈을 충전하면 이를 홍콩에서 쓸 수 있도록 만들 것으로 보인다.

진옥동 은행장은 IT와 디지털에 맞게 인력 재배치에 대해 의견을 피력해온 만큼, 오는 3일 앞둔 상반기 인사이동서 디지털 전략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 지성규 은행장, '빅테크' 결합 눈길

KEB하나은행은 지성규 행장은 디지털 채널을 통한 글로벌 확장을 중점 추진 중이다. 특히 지성규 은행장이 취임한 이후 '빅테크'로 꼽히는 알리페이, 차기 빅테크를 꿈꾸는 네이버와의 맞손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지성규 행장은 지난 4월 디지털과 글로벌의 융합 전략을 담당하는 '글로벌 디지털 전략 협의회'를 신설했다. 협의회에서는 글로벌에서 2025년까지 하나금융지주 이익의 4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집무실에 지구본을 둔 KEB하나은행 지성규 은행장.(사진=KEB하나은행)

글로벌 디지털 전략 협의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라인뱅크'다. 올해 하반기 인도네시아 라인뱅크 영업을 본격 개시한다. 인도네시아 활성 사용자 1천90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라인 플랫폼에 KEB하나은행은 소액 대출·저금리성 예금 기획 등을 도맡아 글로벌 리테일 영업을 확대시킨다는 전략이다.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자체가 은행 라이선스를 보유한 것과 별개로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2018년 10월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라인의 금융자회사 '라인파이낸셜'에 신주 인수 계약 체결을 맺었으며, 라인파이낸셜은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20% 지분을 획득한 2대 주주가 됐다.

KEB하나은행 중국 현지법인인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앤트파이낸셜'과 모바일 지급결제 플랫폼 '알리페이'와 제휴해 소액 대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관련기사

앤드파이낸셜에서 쇼핑을 하다가 돈이 필요하면 알리페이에서 소액 대출을 신청하는 구조다. 알리페이는 금융사가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65개 은행과 제휴해 대출을 집행한다. 이중 KEB하나은행이 국내 은행으로는 최초로 이 소액 대출 공급 은행사가 된 것이다. 10억명의 앤트파이낸셜·알리페이 이용자 수를 감안하면,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에 이자익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이 이 같은 글로벌 디지털 융합을 가속화하기 위해 그룹별 전문 인력을 모은 팀을 구성해놓은 상태다. 은행의 해외 진출을 디지털 채널로, 디지털을 통한 국가별 사업 확대를 더욱 가속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