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케이뱅크, 문제는 혁신성이야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곤 있는 케이뱅크가 제 성과를 못내고 있다. 이보다 늦은 시기에 문을 연 '카카오뱅크'에 비해 확연히 뒤처졌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총 여신(대출)액 10조원을 코앞에 두고 있는 반면, 케이뱅크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총 여신액 역시 3월말 기준 1조4천876억원으로 카카오뱅크의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케이뱅크는 안정적인 최대주주가 자본금을 수혈하지 않은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 대주주가 금융사고와 무관한 공정거래법 위반 벌금형을 받은게 큰 걸림돌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개정하길 바라는 눈치다. 금융위원회가 케이뱅크의 지분을 34%까지 매입하려던 KT의 황창규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지분 한도 초과 보유 승인 심사를 중단하자 금융위는 혁신의 자세가 과연 있느냐고 비판한다.

케이뱅크의 이 같은 주장 중 일부는 본질을 흐리고 있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에 비해 안정적인 대주주가 없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아닌 한국투자금융이 5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케이뱅크에 비해 주주 구성이 단촐하다.

주주사가 많다는 이유로 케이뱅크는 출범 이후부터 자본금 확충에 난항을 겪었다. 지난해 여름에도 케이뱅크 심성훈 은행장은 케이뱅크에 관심있는 신규 투자자들과 논의 중이라고 했다. 올해 여름에도 케이뱅크는 이 이야기를 반복 중이다.

애초에 이런 일이 불거졌다는 것도 의아스럽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 심사 항목에는 자본금 조달 방안에 대한 상세 설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 제안서대로 자본 확충이 되지 않았다는 건 케이뱅크가 허황된 계획을 세웠다거나, 금융감독원이 일을 띄엄띄엄해 제안서를 상세히 검토하지 않았다거나 둘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다른 주장에 대해 케이뱅크에게 반문하고 싶다. 케이뱅크에 특혜를 주는 것처럼 보이는 법 개정안을 당장 해야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결국 케이뱅크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는 건 잘 못하고 있단 얘기다.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로 무장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여느 은행들의 영업과 차이가 없었다. 보험 상품들은 수수료 수익으로까지 연결되지 않았으며, 야심차게 내놓은 케뱅페이도 간편결제 선두주자 틈바구니에서 잊혀지고 있다. 케이뱅크는 24시간 365일 열려있으나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어느 은행을 가도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데 그쳤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을 책임지는 수장만 보더라도 케이뱅크의 경영 방침에 의문이 든다. 카카오뱅크는 공동 대표 체제로 금융서비스는 이용우 대표가 총괄한다. 이 대표는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사 출신이지만 케이뱅크의 심성훈 은행장은 금융사 경력이 전무한 KT출신이다. 금융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공부가 필요했을 심성훈 은행장이, 매번 수월하게 풀리지 않은 자본금 확충 문제로 신규 투자사 영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터다.

물론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등에 업고 애초부터 2030연령의 마케팅을 수월히 펼 수 있었다는 점, 카카오뱅크는 자금 필요 시 자본 확충이 이뤄져 속도를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케이뱅크가 근본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볼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