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이론 중 ‘제3자 효과’란 것이 있다.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텔레비전에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방영된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난 저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데, 다른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 바로 제3자 효과다.
비트코인이 또 다시 폭등했다. 25일엔 1만1천 달러를 넘어섰다. 2018년 3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의 급등세는 페이스북 덕분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페이스북이 지난 주 암호화폐 ‘리브라’ 프로젝트를 공개한 직후부터 탄력을 받았단 설명이다.
■ 페이스북 리브라 견제에도 비트코인에 긍정적 변수된 이유는
물론 다른 요인도 작용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고조와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 확대로 인해 비트코인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 경제 상황이 불안할 때는 오히려 암호화폐가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도 있단 생각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데는 역시 ‘페이스북 효과’가 결정적이었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페이스북이 리브라 계획을 공개한 직후 한 주 만에 2천 달러나 상승했다.
페이스북의 이번 행보로 암호화폐가 정당성을 인정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블록체인 투자 자문회사 케네틱 캐피털의 제한 추 공동설립자는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리브라 출시를 계기로 모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암호화폐를 진지하게 바라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리브라 출시 직후 많은 언론들은 “페이스북을 믿을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졌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데이터 유출사고가 끊이지 않은 때문이다. 이런 기업의 플랫폼에서 금융거래를 해도 되겠냐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미국 상하원에서도 곧바로 리브라 청문회 일정을 잡았다. 그만큼 많은 견제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비트코인은 계속 상승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더타이(The TIE)는 최근의 비트코인 상승세를 비교적 꼼꼼하게 분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비트코인 시세와 여론을 비교한 그래프다. 리브라 프로젝트에 우버, 스포티파이 등 뉴미디어 기업 뿐 아니라 비자 같은 전통 강자들이 대거 참여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리브라 공개 직후 올라온 트윗 중 62% 가량은 비트코인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시장에 눈을 돌린 것이 긍정적인 정서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주목할 부분은 또 있다. 뉴스BTC에 따르면 리브라가 공개된 지 닷새가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비트코인 관련 트윗 중 1% 가량은 페이스북의 새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타이는 이런 분석을 근거로 “페이스북이 소비자를 겨냥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내놓은 것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시장에 몰고 온 긍정적인 영향은 또 있다. 리브라 공개 직후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폭스뉴스 같은 전통 매체들까지 암호화폐 관련 뉴스를 쏟아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 커뮤니케이션 분야 '제3자 효과 이론'에 대입해보면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보자.
페이스북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시장에 큰 메시지를 던져줬다. “어쩌면 합법의 영역으로 나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게다가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뉴스를 ‘전문매체’에서 대중매체로 옮겨놓는 역할까지 했다. 여기에다 리브라 프로젝트에 비자 같은 익숙한 업체들이 참여한 것도 대중들에겐 또 다른 신뢰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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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명에다 유명한 커뮤니케이션이론인 ‘제3자 효과’를 덧붙일 순 없을까?
“어쩌면 다른 많은 사람들은 이번 뉴스로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를 더 많이 갖게 됐을 것”이란 또 다른 기대감도 상승 장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란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