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시리즈와 로스트아크. 핵앤슬래시의 대표적인 게임이다. 이제 이 목록에 게임 하나를 더 추가해도 좋을 듯 하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8일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한 패스오브엑자일이 그 주인공이다.
패스오브엑자일의 지난 13일 PC방 점유율 순위는 6위(3.06%)다. 올해 출시 된 게임 중 유일하게 PC방 점유율 순위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핵앤슬래시가 지녀야 할 덕목을 충실히 갖췄다는 점이 이러한 성적의 밑바탕이 됐다.
핵앤슬래시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디아블로를 비롯해 그 영향 아래 있는 동종 장르 게임이 시간이 지날수록 편의성을 강조하며 캐주얼한 게임성을 지향하는 것에 비해 패스오브엑자일은 암울한 세계관과 까다로운 캐릭터 육성, 어려운 전투 등 초창기 핵앤슬래시 게임의 특징을 이어가는 게임이다.
핵앤슬래시 장르를 설명할 때 흔히 타격감과 전투의 재미를 먼저 언급하고는 한다. 애초에 핵앤슬래시가 다수의 적을 도륙하는 재미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완성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패스오브엑자일 역시 핵앤슬래시를 표방하는 게임이니만큼 준수한 타격감과 액션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수준이 디아블로나 로스트아크 등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은 핵앤슬래시 게임보다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다. 2013년 글로벌 시장 첫 출시 후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그래픽과 타격감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화려한 이펙트와 연출을 더한 경쟁 게임의 수준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패스오브엑자일의 경쟁력은 방대한 스킬 시스템과 다양한 엔드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 있다. 대다수의 핵앤슬래시 게임에 대한 비판이 정형화된 스킬 트리를 갖추고 있다는 점과 단조로운 엔드게임 콘텐츠에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한 장점이다.
패스오브엑자일의 스킬 시스템은 캐릭터 육성의 향방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7개의 클래스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모든 클래스가 1천300개의 특성이 존재하는 트리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직업군에 따라 선택이 제한된 특성도 없어서 사실상 이용자가 어떤 특성을 택하냐에 따라 캐릭터의 직업이 결정된다.
액티브 스킬은 기술 보석을 통해 획득할 수 있다. 아이템의 소켓에 3개의 특성으로 나뉜 기술 보석을 어떻게 조합해서 넣냐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결정된다. 여기에 보조 보석을 활용해 스킬을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다. 보석의 등급과 레벨 역시 스킬 성능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특성은 한 번 선택하면 마음대로 교체할 수 없지만 기술 보석은 마음대로 갈아끼우며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동종 장르는 물론 RPG 장르를 통틀어 가장 폭 넓은 육성 자유도를 갖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특성을 조금만 잘못 찍어도 후반 콘텐츠에서 게임 진행이 어려워질 정도로 특성이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캐릭터 육성에 신중을 기하게 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실수로 큰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점은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스토리를 모두 클리어하고 나서 아이템 파밍을 위해 같은 지역에서 반복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는 갈 수 없던 지역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전투와 아이템 파밍을 할 수도 있다. 게임 내 세계관을 해설하듯이 읽어주는 캐릭터가 없기에 맵 곳곳에 자리한 고대 유적의 기록과 NPC를 찾아다니며 게임의 이야기를 알아가도 된다. 아이템 파밍에 그치지 않고 맵 파밍과 스토리 파밍까지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 디아블로팬 노린 패스오브엑자일, 韓 흥행 조짐2019.06.14
- 카카오게임즈, 패스오브엑자일 사전 서비스 매일 10만명 즐겨2019.06.14
- 카카오게임즈 PC 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 사전 서비스 시작2019.06.14
- 카카오게임즈, 패스오브엑자일 정식 서비스 콘텐츠 공개2019.06.14
다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캐릭터 육성을 원활하게 하지 않았다면 이 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은 아쉽다. 자칫 캐릭터 육성 빌드를 고착화 시킬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패스오브엑자일은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단조로워지는 기존 핵앤슬래시 장르의 아쉬움을 다양한 육성 요소와 엔드 콘텐츠로 해결했다. 핵앤슬래시 장르를 즐길만큼 즐겨봤다는 이들이 더 깊이 파고들어 즐길 수 있는 게임인 셈이다. 다만 너무나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놨기에 핵앤슬래시를 처음 접하는 이용자에게는 오히려 혼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