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주말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최근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적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경영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전자 사업을 이끄는 쌍두마차 격인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업황 침제기 등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이 관점에서 미래 투자를 통해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라는 강한 주문으로 읽힌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전자 관계사 사장단을 소집하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이날 사장단 회의를 소집한 건 그룹 경영을 맡은 이후 처음이다. 이같은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는 '위기 경영' 선언과 같다는 게 재계의 반응이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된다"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초격차를 강조했다. 특히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했다고 삼성전자 측은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외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이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시장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가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되는 점도 경영상의 부담이자 악재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상고심 판결도 코앞으로 닥쳤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조2천333억원을 거뒀다. 2016년 3분기 후 10분기만에 최저 기록이다. 역대 최고 실적이었던 작년 3분기 17조5천700억원에선 3분의 1로 줄었다.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수요 약세와 판가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고객사 수요 감소에, 메모리 가격 하락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은 모바일 디스플레이 사업의 낮은 가동률과 판가 하락,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의 패널 판가 하락과 판매 감소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의 5월 가격은 전달보다 약 6% 하락했고, 낸드(NAND)도 2% 하락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도 삼성전자에게 크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으로 지정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의 매출 감소가 전망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뿐 아니라 각국과 무역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증권가는 이달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강조한 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은 "작년에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며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위해 마련한 133조원 투자 계획의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방향을 정하고, 동시에 수백 조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으며, 사장들도 공감하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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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들어 이 부회장은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경기도 수원사업장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 참석을 시작으로 IM 및 DS 부문 간담회 등 내부 사업을 점검했다. 2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둘러봤다. 곧바로 아랍에미리트(UAE)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났다.
4월엔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를 받았다.최근엔 일본 도쿄를 방문해 현지 최대 이동통신사인 NTT 도코모와 KDDI 본사를 방문해 5G 사업과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지난달 22일엔 방한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