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기만 한 최종구와 이재웅의 말싸움

[이균성의 溫技] 4차 산업혁명이 어려운 이유

데스크 칼럼입력 :2019/05/22 16:59    수정: 2019/05/23 13:32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의 말싸움 혹은 신경전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둘의 주장 모두 상당한 일리가 있고, 점잖은 그들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상황 또한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기 때문이다. 이 모두 다 ‘4차 산업혁명’ 때문이다. 제대로 준비할 틈도 없이 발발한 4차 산업혁명의 짱돌이 우리 사회 곳곳을 상처내고 후벼 파는 것이다. 더 현명해지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

#최 위원장이나 이 대표 모두 우리 사회의 리더인 만큼 더 차분해지기를 권한다. 지금 두 분이 감정적으로 격돌할 때가 아니다. 둘은 적(敵)이 아니다. 혁신성장의 길을 함께 개척해나가야 할 파트너다. 이 길 위에서 관료와 기업가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해(利害)가 엇갈리는 것은 아니다. 지금 둘이 보였던 행동은 이 문제를 푸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되레 더 꼬이게 만든다.

#며칠 전 이 코너를 통해 ‘장병규 위원장이 더 정무적이면 좋겠다’는 칼럼 쓴 이유도, 또 기회 있을 때마다 4차 산업혁명 혹은 혁신성장을 위해 ‘기술+정치’의 현묘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도 다 마찬가지다. 신기술은 반드시 이익집단 사이의 이해(利害) 갈등을 불러오게 마련이고, 4차 산업혁명은 그 갈등을 전방위로 확산시키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고도의 정치력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왼쪽), 최종구 금융위원장.

#먼저 이 대표의 억울한 심정은 백번 이해하고도 남는다. 택시업계의 지나친 행동이 먼저였고 그 때문에 화가 나도 골백번 났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이 대표가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을 때의 심정도 잘 알겠다. 하지만 ‘죽음’ 만은 건드리지 말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게 백번 옳다 해도.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해서 스타트업 업계의 갈채를 받을 수는 있을지언정 문제를 잘 풀어낼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되레 불난 집에 석유를 뿌리는 일이 될 뿐이다. 고도의 소통 행위를 통해 서로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야 할 판에, 서로의 감정의 골만 깊게 함으로써 난장판으로 가게 될 지도 모른다. 벤처 1세대로 스타트업 시장의 리더로서 판을 그렇게 끌고 가면 안 된다.

#이 대표에 대한 최 위원장의 지적은 아마 이런 맥락에서 나왔을 거다. 하지만 말을 삼갔어야 했다. 그 이유도 간단하다. “(이 대표가) 이기적이고 무례하다”는 말은 문제를 푸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이 대표는 코흘리개 학생이 아니다. 뭔가를 훈계하고 가르쳐서 입장이나 태도를 바뀌게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결과는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는 비아냥일 뿐이다.

#이 대표가 이렇게 비아냥거린 건 그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 또한 한 편의 피해자인 것이고, 현재 정국에 화가 나 있는 상태인데, 관료가 그 입장을 들어주기는커녕 비난을 하고나서니, 이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매우 정상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최 위원장은 장관급의 정부 고위 관료이기는 하지만 이 사안의 주무부처 장관은 아니지 않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이해집단 사이의 갈등을 푸는 방법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소통을 통한 타협 밖에 답이 없다. 그 타협 지점을 잘 찾아내는 것이 슬기고 정치다. 역지사지를 버리는 순간 4차 산업혁명은 난장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때 기술 주도자들은 ‘상생의 소중한 가치’를 더욱 더 되새겨야 하고, 기술 피해자들은 ‘혁신의 빛나는 성장’을 더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만 모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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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카카오에서 답을 얻었으면 싶다. 타다보다 앞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던 곳은 카카오다. 그 억울함 또한 이 대표 못지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기술 주도자로서 ‘상생의 소중한 가치’를 인정했다고 본다. 그때의 대타협이 완전하고 완벽한 것은 아닐지언정 뼈저린 아픔과 진통 그리고 수많은 밤을 고뇌하며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렇게 한 발씩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알았으면 한다.

#최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라도 이 대표에게 사과했으면 한다. 화나는 대로 해선 안 되는 게 관료의 슬픈 숙명 아니겠는가. 그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시라. 지금 이 대표에겐 되레 위로가 필요할 때다. 그래야 그를 ‘상생의 소중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혁신가그룹으로 포섭할 수 있다. 그들이 이 가치를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4차산업혁명의 짱돌 때문에 생긴 온갖 갈등의 문제가 풀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