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동물이다. 그러나 여타 동물과는 다르다. 여러 가지 점에서 그렇다. 그 중에 질문(質問)도 포함된다. 질문을 하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다. 질문을 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인간의 행위란 어쩌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기사(記事)는 인간의 행위를 기록한 글인데, 이 과정을 거쳐 작성된다. 대개 육하원칙(六何原則)의 틀을 적용한다. 그게 진실을 탐구하는 방법이다.
#육하원칙은 당연히 기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간은 결국 그게 개인이든 회사든 국가든 6하(六何)의 질문을 통해서 발전하고 진화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주체에 따라 6하 가운데 어느 것을 더 자주 사용하는 지 그 비중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비중의 차이가 경향성으로 나타나고 주체의 특징을 결정짓기도 한다. 질문하는 방식에 따라 개인도 회사도 사회도 국가도 달라질 수가 있다.
#리더의 질문 방식은 특히 중요하다. 조직의 문화와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6하 가운데 ‘언제’와 ‘어디서’를 자주 묻는 리더는 ‘배려형(配慮形)’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질문은 시공(時空)을 뜻하고 환경을 의미한다. 결과의 원인이 인간 자체보다 환경에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잘못에도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현실의 조직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 질문이 흔치는 않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잘못을 확인하기 위한 알리바이로 언제와 어디서를 추궁할 때다. 이런 일은 자주 목격된다. ‘누구’에 대한 질문이 잦은 리더는 ‘경쟁형(競爭形)’에 가깝다. 조직원 간에 경쟁을 붙여야 조직이 발전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리더는 승자의 명예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영웅을 탐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조직원을 구별하고 나아가 차별하는 데에 능숙하다.
#그 판단이 지나치면 조직은 발전해도 불화의 씨를 키우는 일이 된다. 물론 좋은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누구를 탐구하되 지나치게 경쟁 요소에 매몰되지 않으면 적재적소에 능숙한 용인술의 달인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을 자꾸 따지는 리더는 ‘닦달형’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결과에도 만족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 ‘무엇’을 이란 질문은 그러므로 대개 ‘그래서’라는 질문과 짝을 이루곤 한다.
#‘무엇’과 함께 ‘그래서’란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면 그 결과로 차후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조직원은 매우 피곤하다. 성과는 나아지지만 사람이 떠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위 네 가지 질문도 그렇지만, 리더의 질문 방식에서 크게 중요한 것은 6하 중 ‘왜’와 ‘어떻게’다. 둘 다 중요한 질문이겠지만, 어느 것을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그 조직의 문화도 미래도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왜’는 ‘창의형(創意形)’이다. 철학적이라 할 수도 있다. ‘왜’란 본질에 대한 무구한 탐구심에서 나온다. 그 탐구심이 새로움을 낳는다. 이 새로움은 단지 신선한 시도가 아니다. 새로움을 트렌드로 만드는 힘을 가져야 한다. 기업가로 치면 스티브 잡스를 꼽고 싶다. 그는 직원들에게 ‘닦달형’이기도 했지만 ‘왜’에 대해 가없는 질문을 던진 사람이다. 그것이 목표였고 그에 따른 결과는 부수물이다.
#‘왜’는 그러나 단기성과를 내는데 약점을 갖고 있다. 짧게 갈 수도 있는 문제를 길게 돌아가는 경향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괜한 트집을 잡는다거나 불만을 갖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조직이 길게 기다려줄 수 없을 때는 결과를 내지 못하고 돈키호테로 치부될 가능성이 많다. ‘어떻게’는 ‘해결형(解決形)’이다. 목표지향적이라 할 수도 있다. 이는 모든 인간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 5G+ 전략, 구호는 크지만 실감이 안 난다2019.04.10
- 문재인 정부, 초심으로 돌아갈 때다2019.04.10
- 대한항공 주주들의 반란 혹은 혁명2019.04.10
- 5G 서비스도 요금이 만사(萬事)다2019.04.10
#누구에게나 당면한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질문이 ‘어떻게’이기 때문이다. 기업인으로 치면 팀 쿡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문경영인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어떻게’에도 창의적인 요소는 있다. 그러나 ‘왜’에 비하면 단기 처방에 가깝다. 왜와 달리 어떻게는 당면 문제 돌파에 강점을 갖고 있다. 어떻게는 그러나 그 탓에 미래의 자산을 현재에 앞당겨 쓰는 과오를 범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6하(六何)에 대해 다소 무리하게 유형화해본 까닭은 ‘질문 속에 답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인간은 질문 밖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 질문의 범위 안에서만 답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질문을 끝없이 확장하고 심화해야 까닭이 여기에 있다. 더 올바른 답, 더 창조적인 답을 찾으려면 그 길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질문에 길들지 말고 6하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