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기술+정치’로 풀어야 답 나온다

[혁신성장 정책 2년 성적표] 평가를 마치며

방송/통신입력 :2019/04/30 08:50    수정: 2019/05/01 10:27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 못잖게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했다. 누구라도 인정하듯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난제 중의 난제다. 남북 당사자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개국 어디도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 외교 경제적으로 이해가 엇갈리는 것이 문제다. 이해를 대치시켜놓고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건 간단하지만, 그걸 대화로 푸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정치 군사 외교보다 더 어려운 건 경제다. 우리 경제는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저성장 국면에 진입해 있다. 제조업의 세계 순환법칙 때문이다. 제조업은 인건비와 교육수준을 따라 ‘유럽 → 미국 → 일본 → 한국 → 중국 → 베트남’으로 옮아가고 있다. 한국은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 수출 제조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한계에 온 것이다. 이는 동시에 낙수효과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이 산업구조 혁신을 외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를 테면 ‘제조업 재구조화’ 같은 것이다. 될 사업은 밀고 안 될 사업은 정리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정부가 어떻게 민간기업 사업 방향을 좌지우지할 수 있겠는가. 재구조화는 결국 기업의 경영 판단에 달린 문제다. 정부는 될성부른 사업에 세금과 부지, 규제완화 등의 혜택을 줄 수 있을 뿐이다.

#지디넷코리아가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앞두고 ‘혁신성장 정책 2년 성적표’를 매겨보기로 기획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 3대 경제정책은 소득주도, 공정경제, 혁신성장이다. 이 중 저상장 국면을 돌파할 핵심전략이 혁신성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더 나은 혁신성장 정책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12개 분야 33명의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해 질의한 결과 중간 정도의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A~E까지 다섯 단계로 평점을 매겼는데, A와 E는 없었고, B가 여섯, C가 셋, D가 셋이었다. 대체적으로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의지는 높이 사주면서도, 이를 실행하고 집행하기 위한 능력과 자세에 대해서는 비교적 비판적이었다.

#전문가들이 정책의지를 높이 산 것은 청와대가 규제 샌드박스 제도 도입 등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실행력과 집행력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은 것은 입법화가 느리고 현장에서는 실제로 되는 것이 별로 많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실행과 집행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가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고, 둘째가 연구개발(R&D) 등의 정책자금을 제대로 쓰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B+로 비교적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기초연구 강화, 연구자 중심의 연구, 연구타당성조사기간 단축 등의 국가 R&D 방향성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문제는 역시 규제 개선에 관한 것들이었다.

#규제는 다른 말로 하면 법과 제도이고, 이는 언제나 양면성을 갖는다. 모든 법과 제도마다 장단점이 공존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법과 제도라는 것은 결국 사회적 합의에 따른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이 합의 과정을 얼마나 선진적이고 민주적으로 이끌어낼 것이냐의 문제가 정부의 역량을 가름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혁신성장 정책 평가에서도 사회적 갈등이 큰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갈등의 소재 또한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첫째는 낙태 문제와 같이 사회도덕적인 가치에 따른 것이고, 둘째는 카풀처럼 집단 사이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다. 그 두 가지 이유로 존재의 역할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인식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게임과 암호화폐의 정책에 대한 평가가 가장 나빴다. 모두 D였다.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4차산업혁명위원회 또한 같은 이유로 D학점을 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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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갈등이 최고조로 올랐던 카풀도 그 자체로는 D학점을 면키 어려웠을 터이나 공유경제 정책에 한꺼번에 묶이는 바람에 C+ 학점을 받았다. 사회적 갈등의 요소가 적고 정부가 비교적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은 B나 B+를 받았다. SW, 핀테크, R&D, 액티브X 폐지, 5G, 3D프린팅 등이 그런 분야다. 결국 혁신성장 정책 성패는 어떻게 갈등을 해소해 상생정책으로 승화시키느냐에 달린 거다.

#정부는 그래서 ‘상생하는 혁신성장의 길’을 찾아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그 길을 찾기 위해 반드시 균형 잡힌 두 개의 눈(目)이 필요하다.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고도의 정치력’이 그것이다. 혁신성장에 ‘기술과 정치의 콤비플레이’가 중요해진 것이다. 기술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결국 정책으로 풀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데, 이 일이 곧 정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