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화웨이 제재'가 보여준 어두운 그림자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생각보다 비싼 '안드로이드 우산'

데스크 칼럼입력 :2019/05/21 15:23    수정: 2019/05/21 15:4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이 화웨이에 ‘라이선스 중단’을 선언하면서 안드로이드 비즈니스 관행이 다시 한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짜’로 알려진 안드로이드 속에 감춰진 무서운 비밀병기를 그대로 드러낸 때문이다.

구글은 19일(현지시간) 화웨이 최신폰에 안드로이드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의 거래제한 조치에 화답한 행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출시될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에선 구글플레이, 지메일 등 구글 서비스를 쓸 수 없게 된다.

이 조치는 ‘오픈소스’ 안드로이드의 무서운 이면을 잘 보여줬다. '안드로이드 생태계' 자체가 단말기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씨넷)

■ 생각보다 까다로운 구글의 안드로이드 비즈니스

안드로이드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구글이 어떻게 화웨이와 라이선스 계약을 끊는걸까? 이 질문 속에 안드로이드 비즈니스의 비밀이 담겨 있다.

물론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있다. 이 정책을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라 부른다. AOSP에 포함된 것들은 누구나 제한없이 가져다 쓸 수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다.

그런데 구글이 AOSP를 통해 제공하는 건 ‘껍데기’ 뿐이다. 구글 플레이를 비롯해 지메일, 유튜브, 크롬 브라우저 같은 인기 앱들은 포함돼 있지 않다. ‘안드로이드’란 명칭 사용권도 제공하지 않는다.

문제는 안드로이드 업체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이런 요소들이 꼭 필요하단 점이다. 이를 위해선 구글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판매협약(MADA)’을 체결해야 한다. 구글이 화웨이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건 이 부분이다. MADA 없으면 안드로이드폰라고 할 수가 없다.

많은 외신들이 구글의 서비스 중단 선언 이후 “화웨이 스마트폰엔 치명적인 조치”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CNBC는 아예 “구글이 화웨이 (스마트폰사업)의 생명줄을 끊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구글 안드로이드

구글과 MADA 계약을 체결하면 안드로이드 후광 효과를 누리게 된다. 그런데 그 대가가 만만치 않다.

지난 2014년 2월 구글이 삼성, HTC 등과 체결한 MADA 계약이 공개돼 논란이 된 적 있다. 당시 공개된 계약 조항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사용하기 위해선 구글 플레이와 검색 앱을 홈 화면에 표출해야 한다. 또 스마트폰 화면을 넘길 때마다 구글 앱을 최소한 하나씩 표출해야 한다.

안드로이드의 이런 비즈니스 관행 때문에 구글은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 혐의를 받고 있다.

단말기업체들이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구글이 갖는 힘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브랜드와 구글의 각종 앱이 빠진 단말기는 시장에서 아무런 힘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구글과 계약을 맺기 않고 AOSP만 쓰면서 성공한 안드로이드 단말기는 아마존이 사실상 유일하다. 하지만 아마존은 자체 생태계를 갖고 있는 업체다. 다른 업체들과는 출발지점 자체가 다르다.

■ 구글의 모바일 시장 독점, 이대로 괜찮을까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는 역설적으로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잘 보여줬다. 스마트폰 시장 2위 업체인 화웨이조차 단번에 위기 상황으로 내몰 정도로 구글의 위세는 강력하다.

물론 이번 조치는 어디까지나 미국 정부의 중국 제재 일환으로 나온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구글이 초래할 위기를 거론하는 것은 맥락에서 다소 떨어진 얘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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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 골목대장’ 구글이 시장에 미칠 파괴적 영향력은 예사롭지 않다. 미국 정가에서조차 구글 분할론이 거론되고 있는 건 이런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화웨이 제재는 ‘왜 구글을 견제해야 하는지’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