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일(현지시간) 화웨이를 향해 빼들었던 칼을 살짝 거둬들였다. 화웨이 제재조치를 90일 동안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며칠 전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 목록에 올렸다. 상무부 조치 직후 구글을 비롯해 인텔, 퀄컴 등 주요 기업들이 연이어 화웨이와 거래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그랬던 상무부가 ‘90일 동안 임시 라이선스를 발급한다’면서 한 발 물러선 것. 물론 이번 조치는 이미 판매된 화웨이 기기나 장비에 한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이다. 신규 거래를 위해선 별도로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무부의 이번 조치는 금방이라고 숨통을 끊을 듯 달려들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는 왜 공세를 늦췄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화웨이를 배려한 조치는 아니다. 오히려 미국 내 충격 완화를 위해 조정기간을 가지려는 목적이 더 크다.
■ "제재 곧바로 적용 땐 미국 지역 통신사 큰 타격"
CNBC에 따르면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통신사들에게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곧바로 거래제한 조치를 단행할 경우 자국 통신사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망이나 통신시스템이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란 게 CNBC의 분석이다.
스마트폰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구글이 화웨이의 접속을 차단하기로 함에 따라 스마트폰 구매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상무부의 이번 조치는 구글에도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화웨이의 접근을 차단하기로 했던 계획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이번 조치는 화웨이 보다는 미국 기업들을 고려한 조치란 게 주요 외신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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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컨 글로벌 스트래티지스의 마이클 앨런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임시 유예 조치는 화웨이에게는 그다지 큰 혜택이 없다”면서 “하지만 미국 기업들에겐 비즈니스를 재조정할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유예 조치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미국 시골 지역 무선사업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래제한 조치가 바로 적용될 경우 이 기업들이 화웨이가 소통할 수 없게 돼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