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방통위 ‘합산규제안’ 살펴보니

규제권한 놓고 충돌…방송정책 이원화 문제 현실로

방송/통신입력 :2019/05/17 19:56    수정: 2019/05/18 10:10

“해외 규제동향을 감안하고 규제 불확실성 해소와 경쟁 촉진을 위해 합산규제를 재도입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료방송시장에서 지배력이 높은 사업자를 ‘시장집중 사업자’로 지정해 시장교란행위 방지를 위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방송통신위원회)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놓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소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처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과기정통부는 방통위의 의견수렴을 거쳐 ‘유료방송시장 규제개선 방안’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인데, 양 기관이 작성·검토한 보고서에서는 유료방송시장의 규제개선을 놓고 확연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 합산규제 재도입 신중 vs 공정경쟁·지역성 보장 등 전제

과기정통부가 합산규제 폐지를 계기로 전반적인 유료방송시장의 규제 완화를 주장한 반면, 방통위는 사전규제인 시장집중 사업자 신설 등 전반적으로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이러한 시각차는 양 부처가 마련한 보고서 목차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규제개선 방안의 첫 꼭지로 ‘(합산규제 폐지에 맞춰) 위성방송의 공공성·공익성 강화’를 꼽은 반면, 방통위는 ‘공정경쟁 환경 조성 방안’으로 시장집중 사업자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을 우선순위로 내세웠다.

입장차는 ‘제도 개선방향’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과기정통부는 “시장 환경, 해외 제도 등을 고려해 유료방송에 대한 사전규제는 완화해 경쟁을 촉진하되, 공정경쟁과 이용자 보호 관련 제도 등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완화 입장을 견지했으나, 방통위는 “사전적 구조규제인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폐지하려면 유료방송시장에서 지배력이 높은 사업자에 대한 사전?사후 행위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방안을 고수했다.

■ 규제 권한 놓고 ‘동상이몽’

방통위가 주장하는 시장집중 사업자 도입을 놓고도 양 부처는 다른 생각을 나타냈다.

시장집중 사업자 지정에서 과기정통부는 “매출액과 가입자 수를 고려해 시행령으로 지정하자”고 했으나, 방통위는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통위가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시장집중 사업자 지정 권한을 놓고 충돌한 것이다.

또 결합상품으로 인한 지배력 전이를 놓고도 과기정통부는 ‘통신 및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서 결합상품을 분석하고 있으나 종합적 분석은 미흡하기 때문에 결합상품분석 평가 및 시장평가를 별도로 실시한다’고 기술했으나, 방통위는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시 결합상품 분석 확대 강화’라고 적었다.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는 방통위가 주최가 돼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 역시 규제관할권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나타낸 셈이다.

■ 공정경쟁 환경 조성? “규제권 내놔라”

‘공정경쟁 환경 조성 측면’에서도 과기정통부는 합산규제 폐지를 유료방송의 규제 형평성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계기로 규제를 전반적으로 완화하자는 입장이나, 방통위는 시장집중 사업자의 등장으로 야기될 수 있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양 부처가 내놓은 의견은 각자가 갖고 있는 규제를 확대하는 방향이어서 ‘유료방송 규제 권한’에 대한 시각차가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과기정통부는 공정경쟁 환경 조성 방안으로 ▲방송법에 허가·인수합병 심사항목 신설 ▲유료방송 이용요금 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 ▲IPTV 필수설비 제공 대상을 IPTV에서 유료방송사업자로 확대 ▲IPTV의 회계분리 및 영업보고서 제출 의무를 유료방송사업자로 확대 ▲결합상품 시장분석 및 정책 수립 근거 마련을 위해 명시적 법적 근거 마련 등을 내세웠다.

이에 반해, 방통위는 ▲현행 방통위의 미디어다양성위원회 역할을 확대한 ‘유료방송 다양성 평가제도’ 도입 ▲방송법에 금지행위 위반 시 부과하는 과징금을 차등해 규제하는 규정을 방송법에 신설하고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위원회의 심의사항에 결합상품 시장분석·평가 등을 명시적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역성·위성방송 공적책임만 ‘이견없음’

과기정통부는 위성방송의 공공성·공익성 강화를 위해 난시청 해소와 통일 대비 방송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이 같은 공적 책무를 재허가 심사항목으로 신설하고, 위성방송의 난시청 해소를 위한 정부 지원의 법적 근거 실설을 제시했다.

아울러, 위성방송의 경영 투명성과 내부통제제도의 실효성 관련 사항을 재허가 심사항목으로 신설해 심사를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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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성 강화를 위해 IPTV 재허가 심사항목에 지역성 심사 규정을 넣어 인수합병 시 심사를 강화하고, 또 지역채널 활성화를 위해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에 지역콘텐츠 제작에 대한 재정적 지원 근거 마련과 우수 중소PP 송출 지원 방안을 담았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대체적으로 동의하거나 이견이 없다고 밝혔으나 위성방송의 재허가에 방통위가 운영주체로 포함돼야 하며,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의 법적근거 마련에 대해서는 신중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